[비즈한국]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이번주 중요한 분기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전원합의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법조계에서는 전원합의체에서 판단을 하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최태원 회장에게, 다시 소부에서 결론을 내겠다고 하면 노소영 관장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예정
현재 이혼 사건이 배당된 곳은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 대법원 1부는 지난해 7월 사건을 접수한 이래 1년 2개월째 심리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주 목요일인 18일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심리가 예정돼 있다. 전원합의체 심리는 ‘보고사건’으로 처리돼 대법관 전원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보고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거나 선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법조계가 주목하는 것은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만으로도 어느 정도 결론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지만 상고심인 3심에서는 ‘법률 문제’만 다툰다. 따라서 3심은 통상 ‘다툼’의 여지가 적지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은 예외에 해당한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고 노 관장에게 줘야 할 분할액을 크게 늘렸다.
현재 대법원에서 다투는 재판의 법률적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최태원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SK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2심에서 등장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로 흘러들어간 것을 인정할 수 있을지와 불법 자금이어도 분할 재산 대상인지 △2심 판결문 작성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경정)가 파기환송 조건에 해당할 것인지 등이다.
#전합 가면 ‘최태원’, 소부 가면 ‘노소영’ 유리?
법조계에서는 전합에 회부되면 최태원 회장이, 소부에서 결론을 내리겠다고 하면 노소영 관장이 유리하다는 추론이 나온다.
특유 재산 인정 여부와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SK로 흘러갔다고 판단한 2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법적 가치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으려면 ‘대법관 중 과반 이상’이 “2심이 잘못됐으니 상세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의견을 내야 하고, 이 경우 자연스럽게 전원합의체 회부가 결정 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소부로 다시 돌아간다면 과반 이상의 대법관이 2심 그대로를 지지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전원합의체에 회부된다면 ‘다르게 볼 지점이 많다’는 대법관들이 더 많다는 뜻”이라며 “대법원에서 특유 재산 인정 여부와 비율까지 직접 판단해서 뒤집을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판결문 오류를 지적하면서 결론을 열어두고 파기 환송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이번 18일 회의가 중요하다”라고 풀이했다.
이번 사건을 잘 아는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 역시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증거가 어느 판사에게는 부족하다고 볼 여지가 있어 ‘이 정도 증거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고 파기환송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전원합의체 판단이 더 적절하다”며 “결국 소부에서도 이견이 있어 전원합의체에 보고가 된 것일 텐데, 전원합의체에서 소부로 내려보내면 2심 판단이 적절했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합 회부에 ‘무게’?
특히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 분할을 결정한 항소심 판결 근거가 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을 ‘불법’이라고 판단한다면, SK 측으로 흘러들어간 것을 인정하면서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는 불인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무엇보다 2심 판결 이후 드러난 판결문 오류가 큰 변수로 거론된다. 2심 재판부는 선대회장 사망 무렵인 1998년 SK 주식 주당 가치를 100원으로 판결문에 썼다가 최 회장 측 변호인의 문제 제기에 따라 수정했다. 당초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 기여(1994∼1998년)분은 125배로 10배 늘고, 최 회장 기여(1998∼2009년)분은 355배에서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재판부는 “중간단계 사실관계의 계산오류를 수정한 것으로 재산분할 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몇몇 대법관들은 그동안 사석에서 ‘판결문의 명백한 오류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다시 사건을 따져봐야 할 사유’라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로펌 대표 변호사는 “가까운 법조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단순 오타가 아니라 계산 실수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파기환송 판단 사안’이라고 얘기한 대법관들이 있다”며 “대법원이 구체적인 판단은 피하고, 판결문 오류만을 문제 삼아 결론을 열어두고 2심으로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있다, 전원합의체에서 ‘판결문 오류는 어디까지 파기환송 대상’이라고 가이드를 줄 수 있기에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가 그만큼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10명 중 7명 이상은 단순 오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판단 자체의 미스가 있었다면 명백한 오류인데, 이를 대법원이 어느 정도 중요하게 볼 것인지도 판사들이 지켜보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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