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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로 앞길 험난해진 까닭

문재인 대통령의 '학교 앞 도박시설 금지' 공약에 부담 느껴…대전, 부천도 영향

2017.08.29(Tue) 18:40:11

[비즈한국] 한국마사회가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와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말까지 용산 장외발매소를 폐쇄하고 이전키로 했다. ‘카드깡’ 찬성여론 조작부터 ‘최순실 게이트’ 연루까지 계속해 파문을 일으킨 마사회가 주민들이 반대 투쟁에 나선 지 1575일 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마사회는 2013년 9월 서울 용산역 옆 화상경마장을 현 위치인 서울 용산구 청파로로 이전키로 했다. 문제는 현 용산 화상경마장이 성심여중·고와 220m가량 떨어진 곳으로 학교 및 주거지역과 근접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곧바로 이를 반대하고 나섰으나,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이 법으로 정한 교육환경보호구역 200m보다 20m가량 학교와 떨어졌다는 점을 내세워 개장을 강행했다. 마사회는 주민과의 갈등을 갈무리하지 못한 채 2014년 6월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용산 주민들과 참여연대는 2014년 9월 마사회가 2010년 2월 농림부에 제출한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 승인 신청서의 지도에서 성심여중·고를 삭제하고, 학교와의 거리를 350m라고 표시한 점 등을 들어 “승인신청서에 허위와 거짓으로 가득한 내용을 담아 농림부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마사회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2015년 6월 주민들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화상경마장 건물에 키즈카페를 조성하려다 도리어 반발을 샀고, 2016년 9월 찬성여론을 조작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카드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국무총리실이 갈등관리실태 점검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을 우수사례로 선정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총리실에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한국마사회 용산지점 옆에서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박장 추방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대책위는 경마장 건물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는 등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주민 22만 명 가운데 17만 명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주민들의 강한 반대와 연이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운영을 강행해오던 마사회는 지난 27일 대책위와 협약을 맺고 화상경마장을 폐쇄, 이전키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고통받는 사행산업이 사라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한다는 다짐으로 구청장과 협력해 주민들의 승리를 기념하는 기념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말처럼 용산 화상경매장 폐쇄는 ‘주민들의 승리’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5년간 요지부동이던 마사회의 태도 변화는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른 부담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마사회는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자유롭지 못했고, 현명관 전 마사회장은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물러났다. 이양호 현 마사회장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업무정지 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첫 공공기관장으로 ‘친박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마사회는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자유롭지 못했다. 현명관 전 마사회장은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물러났다.​ 사진=비즈한국 DB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공약으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화상경마·화상경륜·화상경정 등 도박시설 진입 금지’를 내걸었고, 대전 지역 핵심공약으로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 이전을 약속한 바 있다. 대책위 또한 지난 5월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새 정부가 학교와 주거지 앞 도박장이라는 대표적인 적폐를 없애주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주민들과 사전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1200억 원의 예산을 날린 마사회의 앞날은 앞으로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가 대전과 경기도 부천 등 주민과 갈등을 빚어온 타 지역 화상경마장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이번 협약에서 “사회갈등과 분열을 예방하고 공론과 합의에 의한 정책결정이라는 신정부의 가치 이념에 부응하고자 협약식을 가지게 됐다”고 밝히며, 올해 말까지 용산 장외발매소를 폐쇄·이전하는 것 외에도 지역사회 동의 및 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하고 장외발매소 신설 시 도심 외곽에 교육 환경권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역사회 동의 및 의견 수렴 절차 강화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용산 화상경마장 사태를 돌아볼 때 화상도박장 입점이나 이전 시 지역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과 지방자치단체에 동의 및 감독 권한이 없다는 점, 유해시설물의 유해 환경 범위와 상관없이 학교 앞 200m까지만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며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폐쇄 이후에도 반드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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