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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보다 먼저 온 미래 '엔지니어링 AI' 적용 빨라졌다

며칠 걸리던 설계 과정을 10분 만에 '뚝딱'…비약적 생산성에 고용 불안 현실화

2026.05.15(Fri) 13:28:10

[비즈한국] 엔지니어링 설계 분야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전통 작업 방식에서 탈피해 인공지능 중심 지능형 생태계로 재편됐다. 과거 컴퓨터 보조 설계(CAD)가 디지털 도면 작성 도구였다면, 오늘날 엔지니어링 환경은 설계 의도를 이해하고 물리적 제약 조건 내에서 최적 해답을 스스로 제안하는 ‘인지적 엔지니어링’ 시대로 진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AI를 활용해 만든 ‘공정 배관 계장도(P&ID, Piping & Instrumentation Diagram) 자동 인식 시스템’.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현재 엔지니어링 AI는 ‘생성형 설계(Generative Design)’와 상호작용 및 자동화 기반 ‘생성형 AI’로 구분한다. 생성형 설계는 ‘부품이 견뎌야 할 하중과 재료 범위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형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하며 제조 산업 경량화에 기여한다. 반면 생성형 AI는 자연어 명령으로 모델을 생성하거나 과거 설계 데이터에서 최적 표준을 찾아 제안해 설계자의 반복 작업을 줄여준다.

AI가 엔지니어링 설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산업 분야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조선과 플랜트 산업이 대표적이다.

조선업계, 특히 선박 엔지니어링 분야에 AI 도구가 본격 도입되며 업무 방식이 바뀌고 있다. 챗GPT나 제미나이 등 범용 생성형 AI도 복잡한 엔지니어링 계산과 문제 해결에 쓰인다. 설계 중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동료에게 묻는 대신 이제는 생성형 AI에 질문한다. 조선업 종사자 A 씨는 “과거에는 선박의 복잡한 배관 설계를 할 때 엑셀에 일일이 숫자와 환경 조건을 넣어 파이프 크기를 계산해야 했다”며 “이제는 AI가 특정 조건에 맞는 최적값을 즉각 제시해 엔지니어는 이를 검증만 하면 되기에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고 말했다.

선박 설계 초안 자동화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선박은 프로젝트마다 구조와 장비가 달라 매번 새로 설계해야 한다. 예전에는 과거 데이터를 찾는 데에만 일주일가량 소요됐지만, 이제는 사내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한 AI에게 질문해 하루이틀 만에 필요한 선박 제원을 검색할 수 있다. 이를 넘어 ​최근에는 ​조선 기업에서 설계도 초안을 작성하는 AI를 개발 중이다. A 씨는 “설계 과정에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단계가 빈 도화지에서 초안을 짤 때”라며 “AI가 설계 초안을 작성해주면 시간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관, 전기, 계장 등 수많은 요소를 결합해야 하는 플랜트 업계에서도 AI 도입은 화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자체 스마트기술센터와 엔지니어링센터를 주축으로 AI 기반 설계 자동화 기술을 적극 연구개발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철골구조물 자동화 설계 프로그램’​으로 그린 3D 모델링.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 출원을 마친 ‘AI 기반 플랜트 철골구조물 자동 설계 시스템’은 통상 3~4일 소요되던 구조설계를 10분 이내로 단축했다. 구조물의 최적 형태를 예측해 시공 물량을 최소화하고, 설계 비용도 약 20% 절감할 수 있어 입찰과 실제 프로젝트 수행에 폭넓게 활용한다.

또한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접목한 ‘공정 배관 계장도(P&ID) 자동 인식 시스템’은 수기로 진행하던 도면 분석 방식을 바꿨다. 주요 공정 도면인 P&ID를 자동 인식한 뒤 배관·계장 목록과 CAD 도면 등 산출물을 자동 생성한다. 이 시스템은 도면당 1~2분 만에 95% 이상의 정확도로 정보를 추출한다.

생성형 AI 고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4년에는 ‘AI Ready’ 콘퍼런스에서 자체 개발한 플랜트 특화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공개했다. 165억 개의 플랜트 건설 말뭉치와 사내 전문 자료를 학습시킨 이 모델로 사내 기술 문서를 질의응답 방식으로 검색, 요약, 번역하는 ‘챗파일(ChatFiles)’ 서비스와 과거 사례, 법률 조항, 표준계약조건(FIDIC) 등을 바탕으로 입찰안내서(ITB) 항목을 비교 분석하고 검토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AI 도입으로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지겠지만, 현장 엔지니어들은 전례 없는 노동 환경 변화와 고용 불안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업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이를 인건비 절감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종사자 B 씨는 “아틀라스 같은 피지컬 AI보다 현실로 더 빨리 다가온 것이 엔지니어링 디자인 분야”라며 “한 팀이 한 달 걸릴 일을 AI가 30분 만에 6가지 초안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이전 인력을 유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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