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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5번째 긴급조정권 가능성…삼성 이재용 "우리는 한 몸" 노사 대치 돌파구 열까

김정관 산자부 장관 14일 SNS로 긴급조정권 시사…삼성전자 노조 21일 총파업 예정

2026.05.16(Sat) 16:35:38

[비즈한국]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계 전반에 팽팽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해 노조에 파업 자제와 화합의 메시지를 보내 벼랑 끝 대치의 극적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출장에서 급거 귀국한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고개를 숙이며 노조에 화합을 당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16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면서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다.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으니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해 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와 화합 호소에도 불구하고 노사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정부의 강제 개입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긴급조정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해 재계와 노동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당시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자산으로 투자의 속도와 규모로 경쟁해야 하는 승자독식 산업이다”면서 “경쟁국들이 강력한 정부 지원과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이 발생한다면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산업부 장관으로서 파업 시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정부가 이같은 고강도 압박을 가한 것은 실제 파업이 결행될 경우 국민경제가 감당해야 할 피해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재원 명문화와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배임 이슈 등을 거론하며 난색을 표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연속 공정이 필수적인 장치산업이다. 라인이 단 한 번만 멈춰도 공정 중이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한다. 이후 라인을 재가동하고 원래의 수율을 확보하는 데까지만 해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쏟아지게 된다. 노조 측도 파업이 진행되면 하루 평균 1조 원씩 최대 30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학계 및 산업계 일각에서는 협력업체 타격 등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할 때 직간접적인 피해 규모가 최대 1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파업 기간 대체 인력 등을 통해 생산된 반도체 제품의 품질 불확실성과 납기 지연 가능성을 이유로, 해당 기간 제조된 제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글로벌 고객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대안을 찾아 다른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으로 물량을 돌리는 등 장기적인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노동 역사상 긴급조정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8월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7월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8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12월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단 4차례에 불과하다. 모두 국가 수출 물류나 핵심 기간산업에서 파업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사용됐다. 특히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에는 막대한 물류 대란 우려로 파업 시작 나흘 만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돼 역대 가장 빠른 강제 개입 사례로 기록됐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주행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삼성 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좌담회에 노동법, 경영학, 바이오제약공학 등 다양한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파업 움직임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사진=최영찬 기자


노동법 학계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파업권을 제한하는 강제 개입에 원칙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면서도, 반도체 셧다운이 부를 경제적 재앙을 막기 위해 정부 개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적 노동법 전문가인 이승길 한국ILO협회장(전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주행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삼성 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좌담회에 참석해 “긴급조정은 파업이 국민 경제나 일상생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는 최후의 보루 같은 제도”라면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 요건을 충족해 공포하면 쟁의행위를 즉시 중지해야 하고 30일이 경과하기 전에는 파업을 재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의 SNS 발언에 담긴 전략적 의미도 분석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긴급조정의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파업 직전 노사가 합의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노조 측에도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 긴급조정 발동 없이 원만하게 사태를 넘기기 위한 고도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오는 18일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조정에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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