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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금융그룹들이 벌써부터 내년 '보릿고개' 걱정, 왜?

내년부터 '이자잔치' 어려워져…비이자수익, 해외진출 등 새 전략 모색 나서

2017.11.17(Fri) 16:37:49

[비즈한국] 국내 금융사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추세가 내년까지 계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객들에게서 거둬들인 대출이자 수익이 대부분이어서다.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과 부동산시장 안정에 집중하면서 내년 이자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도 “이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주요 금융사들이 3분기 ‘깜짝실적’을 자랑했다. 한 금융사는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내걸었고 다른 금융사는 “3분기 만에 지난 한 해 실적을 넘어섰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신한·KB·​하나·​NH농협금융,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5조 원)과 비교하면 60%가량 늘었다. 신한금융 2조 7064억 원, KB금융 2조 7577억 원, 하나금융 1조 5410억 원, NH농협금융 7285억 원 등이다. 

 

특히 KB금융은 지난해(1조 6898억 원)와 비교해 63.2% 증가했다.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이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각각 1조 3785억 원, 1조 2476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연 3조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신한금융이 3조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금융사 두 곳이 동시에 3조 원대 순익 달성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이번 3분기 최초로 1조 원대 순익을 올린 우리은행도 올해 2조 원대 순익 달성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금융 역사상 기록적인 실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사들의 실적 고공행진은 여러 요인이 복합된 결과지만, 계열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은행의 수익성 개선이 비결로 꼽힌다. 은행의 이익이 늘어난 건 대부분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 차이)이 지난 해보다 커진 영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리상승이 완만하게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묶어두고 대출금리는 적극적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이자이익(16조 6641억 원)과 올해 3분기 이자이익(20조 5399억 원)​을 비교하면 3조 8758억 원(23.2%) 늘었다. 앞서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고 금리 상승도 있어 이자수익이 늘었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이 흐름(역대 최고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 연구기관들은 금융사들이 내년부터 올해와 같은 성적을 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국내 은행들의 2018년 당기순이익을 8조4000억 원으로 추산한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을 12조 9000억 원으로 잠정 예측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이자이익 역시 올해 8.6%에서 4.1%로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은행의 수익이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 감소의 근거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이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향후 보완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새로운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체적상환능력심사)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 방안들이 도입되면 내년부터는 대출의 문턱이 높아져 은행들이 지금과 같은 대출을 내주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유사한 부동산 정책이 추진됐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 은행 여신담당자는 “앞서 은행들이 개인담보대출 영업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대응해 기업 대출을 늘린 곳도 있다”며 “최근까지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치우친 은행은 타격이 크고, 여신을 분산한 곳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연구원은 기업대출 증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대출이 은행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기업대출 이자 자산 증가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부터 은행권에 도입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9’도 발목을 잡는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은행들은 손실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대손비용을 쌓아왔지만, IFRS9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며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도 대손비용을 미리 쌓아둬야 하는 만큼 금융사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도 “대손비용은 경기에 민감한 측면이 있는데, 내년 경기상황이 올해만큼 좋지 않을 수 있어 올해 크게 줄었던 대손비용이 내년에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IFRS9은 유가증권 매각 등으로 발생하는 일회성 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1000억 원 이상의 유가증권 매각 이익을 본 금융사들의 일회성 이익이 내년에는 모두 사라진다. 현재 회계기준에서는 은행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면 회계상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본만 늘어난다.

 

이에 따라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내년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은행 대신 보험과 증권, 자산관리, 카드 등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올해 3분기 실적 증가폭이 가장 컸던 KB금융은 이 같은 방식으로 비이자 수익이 10%가량 증가했다. 다른 금융사들은 비이자 수익이 5~10%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비이자 수익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일부 대형 금융사는 비은행 계열 인수합병 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전략도 나왔다. 포화 상태에 달한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이유다. 3분기 가장 높은 글로벌 순익을 기록한 신한금융은 내년부터 진출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인수 후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외 법인을 가지고 있는 하나금융도 KEB하나은행을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가계대출 의존에서 벗어나는 일은 대부분 금융사들의 숙제다. 비이자수익 개선과 해외진출은 새로운 성장전략이자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올해 대규모 실적을 거두더라도 세계 은행들과 비교하면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다. 반대로 기회가 더 열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년부터 이 분야에서 금융사들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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