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하루 손님 1~2명…건설 경기 침체로 활기 사라진 을지로 자재 거리

평일에도 셔터 내리거나 ‘임대 문의’ 붙은 곳 많아…벽지 고르러 온 손님 “생각보다 썰렁”

2025.06.27(Fri) 17:00:13

[비즈한국] “40년 동안 장사했는데 지금이 최악이에요.”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4가. 인테리어 업체 대표 김 아무개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루에 손님이 1~2명 정도만 온다”며 “요즘 건물을 잘 안 지어서 그런지 최근 1년간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을지로에 있는 건축 자재 업체. 문은 열었지만 작업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사진=이은서 인턴기자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서 건축 자재와 인테리어 업체가 모여 있는 을지로 건축자재 거리에 활력이 사라졌다. 을지로 3가에서 5가에 이르는 거리는 6.25 전쟁 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수물자를 수집하던 걸 시작으로 공구 상점이 모여들며 번화했다. 철물, 목재, 가구 등 다양한 건설용품을 취급한다.

 

을지로 건축자재 거리는 한때 “도면이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 “골목 한 바퀴 돌면 살림집 단장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의 대표적인 공구 거리로 꼽혔다. 지금도 을지로에는 사람이 붐비지만, 대부분 직장인과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다.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가게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길은 뜸해졌다.

 

평일 낮에 을지로 건축자재 거리를 찾았다. 유리창 너머 상점 주인이 컴퓨터 의자에 앉아 낮잠을 잤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신문을 정독하는 주인도 있었다. 문이 열린 점포에선 라디오 소리가 새어 나왔다. 손님이 있거나 주문 전화를 받는 가게는 보기 드물었다.

 

을지로 건축자재 거리 가게 앞에 빈 의자가 늘어서 있다. 대기하는 손님용이 아닌 가게 주인이 사용하는 의자다. 사진=이은서 인턴기자


조명 가게 앞에 나란히 놓인 의자가 눈에 띄었다. 가게 주인에게 용도를 물으니, 그는 “바람 쐬려고 가져다 놨다”며 “옆 가게 사장들이랑 둘러앉아 자주 수다를 떤다”고 답했다. 점포 3곳 중 1곳 꼴로 주인이 가게 밖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었다. 거리에는 손님 대신 사원증을 목에 건 회사원만 오갔다.

 

타일과 도기를 판매하는 한 아무개 씨는 “별다른 매출 없이 월세만 나가서 장사를 접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리 곳곳에서 빈 점포가 보였다. 상가에는 ‘임대 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셔터를 내리고 장사를 안 하는 곳도 있었다. 벽지를 고르러 을지로 거리를 찾은 한 가족은 “인테리어 업체가 많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을씨년스러워서 놀랐다”고 말했다.

 

을지로 건축자재 거리 상가가 비어 있다. 건물 벽면에는 과거 영업했던 업체의 상호명 흔적이 남았다. 사진=이은서 인턴기자


건설 경기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이 6월에 발표한 4월 건설경기동향조사를 보면 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5% 감소했다. 대규모 공사 수주액도 전년 동월 대비 14.5% 줄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23년에 7개였던 종합건설업체 부도 건수는 불과 1년 만에 2024년 12건으로 대폭 늘었다.

 

건설업 후방산업인 철물, 가구 업계는 함께 타격을 입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철물점의 평균 연 매출은 1억 88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66%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 판매액은 2024년 1분기 3조 원이었지만 2025년 1분기 2조 8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을지로 건축자재 거리 상인들은 건설 경기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벽지와 바닥재를 취급하는 이 아무개 씨는 “코로나19 때는 인테리어 붐이 일어서 괜찮았는데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다”며 “빨리 건설 경기가 나아지는 게 유일한 살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 골목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가게 입구에 손님이 서성이자 하던 말을 그만두고 재빨리 달려갔다.

이은서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네이버까지…'KRW' 스테이블 코인 상표 경쟁 불붙었다
· [현장] 여의도에 1호 매장 낸 샤오미, AS 포기 중국 직구 꼬리표 뗄까
· [단독] '콜마 경영권 분쟁' 윤상현 부회장, 반복적 납세 유예 까닭은?
· [현장] 외국인 넘치는 남대문시장·광장시장…'전통시장'이라 할 수 있나
· 장남 승계냐, 3남매 계열 분리냐…한세예스24그룹 후계구도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