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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부동산 시장이 '오징어 게임'이 되지 않으려면…

6억 원 대출 제한으로 집값 폭등 선제적 차단…공급확대와 주거 지원 병행돼야 투기 심리 잠재울 것

2025.06.29(Sun) 16:04:20

[비즈한국]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가 공개되면서 다시 한 번 극한 경쟁을 다룬 이야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단 한 명만 살아남는 게임의 룰은 자극적이지만, 최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도권 집값은 치솟고, 누군가는 집을 사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내고, 누군가는 가격이 너무 올라 시장에 진입조차 못 한다. 누군가 기회를 잡으면, 다른 누군가는 기회를 잃는 구조는 정말로 오징어 게임 속 생존 게임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금융당국은 최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때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금액을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일주일 만에 0.43%나 오르면서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여기에 집값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과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다시 커지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이를 방치하면 가계가 빚을 너무 많이 져서 금융 시스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강도 높은 규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으며, 공급 확대와 주거 지원이 병행돼야 투기 심리를 꺾고 실수요자가 안심하고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억 원을 초과해 대출받는 사람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번 대책은 과반의 실수요자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기보다는, 투기성 고가주택 매수 수요를 정조준했다. 금융위는 “규제 대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무리한 대출로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수요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단순히 “대출을 쉽게 못 받게 하겠다”가 아니라, “집을 사기 위해 빚을 과도하게 내는 걸 막겠다”는 데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 이상 받을 수 없게 되면, 고가의 아파트를 살 때 과도한 대출에 기대는 수요는 줄어든다. 이렇게 투기를 노리고 무리하게 대출받는 걸 막으면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는 속도를 늦추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무리한 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집을 사려는 이유는 단순히 ‘집이 필요해서’만은 아니다. ‘​집값은 앞으로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믿음이 강할수록 대출이자가 포함된 월 상환액을 매달 수백만 원씩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어도 기꺼이 빚을 낸다.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이 ‘​집값 불패 신화’​를 깨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금 안 사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게 정책의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규제로 투기 목적의 집 사기를 막고, 집이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규제 발표 이후,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매수자들이 문의를 줄이고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집을 서둘러 사려던 분위기가 한풀 꺾이면, 집값 상승 속도도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집값이 급등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규제를 강화해도 풍선효과로 다른 지역 집값이 오르거나, 규제를 풀자마자 다시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규제를 시작으로 공급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 무주택자를 위한 주거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의자 앉기 게임에서 의자가 충분하다면 누구도 무리해서 먼저 의자에 앉으려 할 필요가 없는 상황과도 같다.

 

부동산 시장은 일부만 승리하고 나머지는 탈락하는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집은 삶의 기본이며, 누구나 안전하게 살 공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오징어게임처럼 소수만 승자가 되고 나머지는 탈락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출 규제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투기 수요를 잠재워 실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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