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용산구 한남근린공원 조성사업이 25일 최종 무산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 사업 계획 효력을 두고 토지주인 부영주택과 10년간 법정 다툼을 벌이다 지난 3월 최종 승소했는데, 총 4600억 원에 달하는 토지보상비에 부담을 느껴 실제 토지 수용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남근린공원 조성사업 실시계획은 이날 고시 5년을 맞으며 효력을 잃었다. 향후 서울시는 이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부영주택 공공기여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5년간 땅 수용 못해’ 한남근린공원 실시계획 실효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남근린공원 조성사업 실시계획은 이날 고시된 지 5년이 지나면서 실효됐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사업시행자가 실시계획 고시일로부터 5년 이내 사업 부지에 대한 수용재결 신청을 하지 않으면 해당 실시계획은 효력을 잃는다. 한남근린공원 조성사업 실시계획 고시일은 2020년 6월 25일이었다. 고시한 지 20년이 지난 이 사업의 도시계획시설 결정도 국토계획법에 따라 실시계획 실효와 함께 효력을 잃게 됐다.
한남근린공원 실시계획이 현실화하지 못한 이유는 막대한 수용비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즈한국이 서울시에 정보공개 청구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한남근린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한 토지 보상비를 46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10년 전 부영주택 매입가로 알려진 1200억 원보다 약 4배 높은 금액을 보상비로 지급해야 했던 셈이다. 그간 서울시는 토지 수용 재원을 마련하고자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전체 부지를 수용하는 데 재정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자로 한남근린공원 실시계획 효력이 상실됐다. 추후 관련 고시가 나올 것”이라며 “해당 부지에 대해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시 관리적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공기여 유도’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 착수
서울시는 옛 한남근린공원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에 착수했다. 부지 주변 한남지구단위계획 변경하거나, 부지에 대한 별도 계획을 수립해 올해 하반기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지구단위계획은 도시 공간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토지이용계획, 건축물 배치 및 형태 등을 정하는 도시관리계획이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시장은 공원에서 해제되는 구역 중 계획적인 개발이나 관리가 필요한 지역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부영주택의 공공기여를 유도할 수 있다. 현재 한남근린공원 부지는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 200% 이하, 4층 이하인 건축물만 들어설 수 있다. 부영주택이 인근 한남더힐이나 나인원한남처럼 이곳에 고층 공동주택을 지으려면 용도지역 상향이 필요하다. 한남근린공원 조성을 추진하던 서울시는 이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수립하면서 공공기여를 조건으로 용도지역 등 규제 완화를 제시할 수 있다.
부영주택은 아직 한남근린공원 부지에 대한 사업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 부지에 대한 사업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부영주택은 현재까지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한남근린공원 실시계획) 실효 공시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아직 추가적인 내용은 없다”고만 밝혔다.
#공원 조성 계획 두고 서울시, 부영주택 10년간 법정 다툼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공원 조성이 예정됐다. 조선총독부는 1940년 3월 고시를 통해 한남동과 보광동, 이태원동 일대를 보통공원으로 지정했다. 해방 이후 일대는 주한미군 기지와 숙소로 사용되다 2015년 미군이 철수하면서 공터로 방치됐다. 앞서 국토교통부(당시 건설부)는 1979년 4월 지금 규모의 도시계획시설 조성계획을 결정했지만, 이후 정부가 2015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일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이 부지는 해제 대상으로 거론됐다.
한남근린공원 조성사업이 구체화된 것은 10년 전이다. 서울시는 일대 공원 조성사업 폐지론에도 2015년 9월 한남동 677-1번지 일대 2만 8197㎡ 땅에 대한 한남근린공원 조성계획을 결정해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2020년 4월에는 주민 공람을 마치고 같은 해 6월 조성계획을 구체화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까지 인가했다. 이 실시계획에는 부영주택이 소유한 토지를 포함해 공원 부지를 수용·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영주택은 2015년 공원 조성계획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원고인 부영주택 승소로 판결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부영주택은 즉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8년 소를 기각해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부영주택은 굴하지 않고 2020년 공원 조성계획을 구체화한 실시계획 인가도 무효로 해달라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23년 4월 1심, 지난해 11월 2심에 이어 올해 3월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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