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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점 옆 가맹점' 애플스토어 오픈 후 리셀러의 '반전' 반응

리셀러 매장 "오히려 매출 올랐다"…컨벤션효과 지속될지는 의문

2018.02.01(Thu) 19:00:24

[비즈한국]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과 불과 360m 떨어진 곳에 대형 직영점을 냈다. 가맹점 사장은 속으로 ‘이제 망했구나’ 생각하며 서둘러 가격 할인에 나섰다. 직영점이 들어선 지 5일차, 예상치 않게 오히려 가맹점 매출이 늘었다. 대대적인 직영점 오픈 행사 덕분에 반짝 광고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두 매장의 상생은 계속 가능할까?

 

최근 국내 첫 문을 연 애플스토어와 애플과 제휴를 맺고 애플 기기를 파는 리셀러 업체(APR)의 이야기다. 애플스토어가 신사동 가로수길에 입점할 때까지만 해도 이를 반기는 리셀러 업체(윌리스, 에이샵, 프리스비, 에이스토어)는 없었다.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해 보였다.

 

지난 1월 31일 오픈 5일차였던 애플스토어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박현광 기자

 

특히 윌리스와 에이샵(a#)은 더욱 부담이 컸다. 매장이 애플스토어와 각각 도보 5분, 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에게 상생은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APR은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가맹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반경 몇m 내에 가맹점을 내지 못하는 법은 권역마다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2014년에 폐지됐다”며 “애플과 리셀러 같은 경우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낀 윌리스 신사점은 대학생, 학부모, 교육자 등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교육할인’ 프로모션에 지점 자체 추가 할인까지 더했다. 에이샵, 프리스비도 ‘교육할인’ 프로모션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애플스토어에 몰리는 걸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1월 31일 확인한 애플스토어와 리셀러 매장 간 방문자 수 격차는 컸다. 

 

오후 6시 30분부터 30분간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사람은 232명인데 반해, 오후 5시 40분부터 30분간 윌리스 신사점을 방문한 사람은 4명, 오후 7시 20분부터 30분간 에이샵 압구정점을 방문한 사람은 13명에 그쳤다. 리셀러 매장은 텅텅 빈 데 반해, 애플스토어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지난 1월 31일 오후 5시 40분 애플스토어에서 360m가량 떨어진 윌리스 신사점은 텅텅 비어 있었다. 사진=박현광 기자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애플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만 140명이다. 심지어 애플스토어는 리셀러 매장에는 없는 애프터서비스(A/S) 수리 서비스는 물론, 기기 교육도 무료로 제공한다.  

 

자체 할인을 진행하는 리셀러 매장이 정가 판매를 고집하는 애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긴 하지만,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기기를 다소 비싸더라도 애플스토어에서 사고자 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넘어서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구매 이후 14일간 단순 변심에도 무상 교환·환불을 해준다는 점 때문에 애플스토어를 찾는 구매자도 적지 않았다.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패드 프로를 산 이 아무개 씨(21)는 “인터넷에서 샀는데 두 번이나 불량이었다”라며 “여기(애플스토어)에서 사면 불량이 나도 바로 바꿀 수 있으니까 덜 번거로워서 좋다”고 답했다. 

 

# 리셀러 매장 “오히려 매출 늘어”…오픈 행사로 광고효과

 

지난 1월 31일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작동시켜 보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애플스토어에 손님을 빼앗겨 울상일 것으로 예상된 리셀러 업체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평소에 비해 방문자 수가 크게 줄지도 않았고, 오히려 매출은 전년 대비 늘었다는 설명이다. 

 

윌리스 신사점 직원은 “애플스토어가 생기고 방문자 수가 조금 줄긴 했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며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늘었다. 고객들이 애플스토어를 찾아 제품을 구경한 뒤 우리 매장이 싸니까 여기 와서 사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스토어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에이샵도 반응이 비슷했다. 한 직원은 “우리 매장은 백화점에 있기 때문에 그런지 방문자 수가 크게 달리지지 않았다”​며 “​그래도 우리 매장이 애플스토어에 비해 싸니까 아는 손님은 여기서 구매한다“라고 답했다.

 

윌리스 마케팅 관계자는 “사실 애플스토어가 들어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지만,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별다른 타격은 없다. 오히려 애플스토어 오픈 행사가 애플 붐을 다시 일으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따로 세워 놓진 않았다. 추이를 지켜보다가 매출에 큰 변화가 생기면 추가 할인 같은 대책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애플스토어의 서비스를 지적하는 글 일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캡처


불완전한 서비스로 인해 애플스토어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고객들이 리셀러 매장을 방문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애플스토어에 가면 제품을 사고 싶어도 기다리느라 사기 어렵다는 경험담이 인터넷에 화제가 될 정도다. 한 네티즌은 미리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전산상 오류로 예약이 취소된 경험을 글로 남기기도 했다.

 

IT기기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오픈 초기인 만큼 애플스토어 오픈이 한동안 잠잠했던 애플 제품의 구매 수요를 반짝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컨벤션효과(주요 정치행사 후 지지율 상승)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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