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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나는 반성한다, 차한성 전 대법관의 개업을 막았어야 했다

3년 전 차 전 대법관 변호사 개업신청서 수리…이재용 상고심 합류에 뒤통수 맞은 듯

2018.03.05(Mon) 18:55:30

[비즈한국] 2015년 3월이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이 신청한 변호사개업신고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자진 철회해 달라고 권고하는 성명서를 냈다. 대한변협이 전직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막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기에 커다란 화제가 되었고, 이에 대한 찬반론이 사회 곳곳에서 뜨겁게 일었다. 

 

대한변협이 전직 대법관의 개업을 막는 이유는 최고 법관의 직에 있던 자가 사건을 수임해 재판에 관여하면 후배 법관들에게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이는 곧 ‘전관예우’라는 법조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명분이 있는 주장이지만 법률상 근거가 없고 더욱이 헌법상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도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던 필자는 상임이사들과 논의 끝에 전관예우는 타파되어야 하지만 법적으로 개업신고의 수리 여부를 변호사단체가 재량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차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수리하여 변협에 송부했다. 이로 인해 일부 언론에서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 간 갈등이라고도 지적하기도 했다. 

 

차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을 하더라도 공익활동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여 여론의 반감을 크게 희석시키기도 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차 전 대법관과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존경받는 법조 선배로서 선례가 되어 주시라고 정중히 부탁했고, 당시 긍정적인 분위기였던 기억이 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이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사건 변호인단에 합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3년 3월 퇴임하는 차 전 대법관. 사진=연합뉴스


그로부터 정확히 3년이 지난 9일 언론에서 차 전 대법관이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 사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갑자기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이 컸다.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이 어떤 사건인가. 우리나라 최고 재벌의 실질적인 오너가 대통령이 탄핵되는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으로 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의 판결을 받아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되는 사건이 아닌가. 이런 중차대한 사건에 1심과 항소심에서는 이름을 올린 적이 없는 차 전 대법관이 갑자기 상고심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현 대법관 중 고영한·김소영 대법관은 차 전 대법관과 임기가 일부 겹치고, 권순일 대법관의 경우 차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일 때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및 차장을 역임했다. 이러한 제반 환경을 고려하면 차 전 대법관의 합류가, 실제로 전관예우로 작동하는지는 별도로, 대다수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전관예우의 혜택을 노린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며, 상고심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또 다시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법관 출신들의 전관예우 논란은 오랜 전부터 사법 불신을 야기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2014년에는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개업한 지 10개월 만에 27억 원을 번 것에 대해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되는 바람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퇴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법으로 고위직 전관들의 개업 내지 취업을 제한하거나, 아예 변호사등록을 금지하자는 강경한 움직임도 제기되고 있을까. 실제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퇴직 대법관 등의 변호사업무제한을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다.

 

다시 2015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차 전 대법관이 공익활동에 전념하기로 한 약속은 단지 변호사단체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선언한 것이다. 이에 재차 부탁드린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서 손을 떼시라고 말이다. 그리고 필자 스스로 반성도 하게 된다. 대한변협이 2017년 발표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상고심 사건 수임내역을 보면 상위 10명이 무려 184건을 독차지했다. 1, 2심 수임내역은 제외한 수치다. 

  

김한규 변호사

이 같은 전직 대법관들의 맹렬한 사건수임 활동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때 차 전 대법관의 개업을 막으려 한 대한변협의 판단이 옳았다. 사법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 구성원 중 최고 법관의 직인 대법관의 품격을 상실한 분들에 대해 필자를 필두로 서울변회가 개업신고 수리 여부를 판단할 법적 근거가 있다, 없다 논의한 것 자체가 너무나도 한가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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