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면세점이 시내점 축소에 나섰다. 이달 말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도 규모를 줄인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사명을 변경하고 국내외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사업 확장을 시도했지만, 시장의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1년 만에 몸집 줄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년 만에 달라진 사업 전략, ‘폐점·축소’로 버티기 들어가
현대면세점이 7월 말 동대문점의 영업을 종료한다. 현재 현대면세점은 시내 면세점 두 곳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점, 2터미널점 등 총 네 곳을 운영 중이다. 동대문점이 문을 닫으면서 시내 면세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만 남게 됐다. 그마저 규모를 축소한다. 무역센터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8~10층 3개 층을 사용 중인데, 매장 규모를 줄여 2개 층(8~9층)만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면세점은 업황 부진에 따라 시내 면세점 운영 효율화에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현대면세점 측은 “면세산업 전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경영 상황 개선, 적자 해소를 위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업계 후발주자다. 2016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내며 시장에 진입해 2018년 무역센터점을 열었다. 2019년에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사업권을 확보했고, 2020년에는 동대문점을 출점하며 몸집을 키웠다. 특히 무역센터점은 개점 첫해 연 매출 6300억 원을 달성하며 목표치(5500억 원)를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롯데, 신라, 신세계에 이어 ‘빅4’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면세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며 현대면세점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디에프는 28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전년(313억 원)보다 줄었지만, 면세사업 진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현대면세점은 사명을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현대면세점’으로 바꾸며 공격적 경영 기조를 보였다. 신규 브랜드를 유치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브랜드 리뉴얼에 투자하고,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업황 회복이 지연되자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분위기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경영 효율화 계획을 세우게 됐고, 현재 그에 맞춰 진행해나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명품 앞세워 수익성 개선? 업계에선 회의적 시각도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 폐점 후 무역센터점과 인천공항점을 중심으로 면세사업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럭셔리 명품 브랜드 중심의 MD 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무역센터점은 효율성이 낮은 브랜드 정리 후 구찌 뷰티·발렌시아가·로에베 등의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인천공항점 역시 고수익 명품 MD 중심으로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현대면세점 측은 지난해 구찌, 발렌시아가, 펜디, 생로랑 등의 브랜드를 확보하면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면세점 측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의 지속적인 유치는 물론 국내외 마케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이 사업 규모를 줄임에 따라 바잉파워(구매 협상력) 또한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매장과 매출 규모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공급사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끌어낼 수 있는데, 현대면세점의 매입 물량이 줄어들면 단가 인하나 특별 협상 조건을 얻기 힘들 것이란 우려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직매입 구조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워지면 바잉파워가 약해진다”며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사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인천공항의 임대료 구조 역시 수익성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공항은 2023년부터 면세점 임대료를 ‘국제선 여객 수’에 연동해 책정한다. 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가 매달 달라지는 구조다. 문제는 면세점 매출이 정체된 반면 여객 수는 빠르게 늘면서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명품 위주의 사업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다. 공항을 찾는 방문객은 넘쳐 나는데 면세점 매출은 늘지 않는다. 면세점이 이들의 소비를 끌어내지 못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며 “관광객의 달라진 소비 성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과거 중국 관광객 중심으로 펼치던 명품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은 문제”라며 “최근에는 명품 선호도가 약화된 만큼 트렌디한 브랜드를 발굴하는 등 소비자 맞춤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시공사 '책임준공' 못한 뒷감당, 고스란히 신탁사에…
·
[단독] 양평고속도로, 추경 예산도 '0원'…사업 재개 안갯속
·
[현장] "양쪽 주장 평행선" 두나무, 금융정보분석원 상대 영업정지 취소 소송 첫날 분위기
·
롯데+메가 '공룡' 탄생 코앞인데…CGV 앱 리뉴얼서 '삐끗'
·
트러스톤 반대로 교환사채 발행 중단…태광산업, 애경산업 인수 차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