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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넘어 기만 수준" 도 넘은 중국 게임 광고, 규제 못하는 까닭

감성적 '지브리풍' 광고, 실제 게임은 RPG…제재 쉽지 않은 '사각지대' 노린 마케팅 반복

2025.07.18(Fri) 17:36:43

[비즈한국] 최근 중국 게임사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정교한 게임 광고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게임 콘텐츠와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의 허위·과장 광고는 꾸준히 논란이 됐지만 뾰족한 ​제재 방법이 없다. 생성형 AI 기술로 더욱 그럴듯해진 ‘가짜’ 게임 광고가 단순한 과장을 넘어, 이용자를 기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 게임사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정교한 게임 광고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게임과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에그몬 월드: 저니’의 광고 영상 중 일부. 사진=페이스북


#‘지브리풍’ 게임 온데간데 없고 양산형 RPG만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따뜻한 색감과 자연 풍경, 손 그림 스타일의 광고 영상. 소년이 바닷가 마을의 구불구불한 길을 자전거로 누비거나, 드넓은 초원 위를 날아가는 연출 컷은 실제로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할 만큼 몰입감을 자극한다.  

 

이는 페이스북 등 SNS(소셜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에그몬 월드: 저니’의 광고물 중 일부다. 중국 게임사 아폴로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에그몬 월드는 지난 2일 정식 출시 전부터 EBS 캐릭터 ‘펭수’와 예능인 조세호를 공식 모델로 채택하며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광고에서 보여주는 감성적인 영상과 달리, 실제 게임은 전형적인 자동 전투 기반의 수집형 RPG에 가깝다. 인터페이스와 전투 방식은 여타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과 차별점을 찾기 어렵고 구체적인 스토리 전개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다. ‘디지몬’과 유사한 캐릭터 디자인 등으로 이용자들 사이에선 저작권 문제도 거론된다. 광고에 등장했던 연출이나 오픈 월드 분위기는 게임 화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해외 게임들은 이전부터 본 게임 연출과 플레이 방식과는 거리가 먼 과장 광고 방식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본격 도입되면서 과장의 정도와 기만성, 빈도가 한층 더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그몬 월드는 지난 2일 정식 출시 전부터 EBS 캐릭터 ‘펭수’를 공식 모델로 채택하며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진=페이스북


중국 저스트게임이 개발한 교도소 운영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 ‘랜드 오브 제일’, ONEMT의 신작 모바일 RPG ‘메카 어셈블: 좀비 스웜’ 등도 AI 제작 이미지 등을 SNS 광고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게임도 플레이 화면과는 무관한 감각적 연출이나 시네마틱 컷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같은 광고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앱 마켓의 해당 게임 리뷰에는 “광고에 나오던 그래픽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예전 게임에 스킨만 바꿔서 재출시한 수준”, “결제만 유도하고 운영은 방치하는 수법”, “광고에 낚여서 해봤지만 그래픽이 유치한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후기가 이어졌다. 

 

#‘법’ 있어도 ‘제재’는 없다 ‘회색지대’ 어쩌나

 

게임 내용과 동떨어진 광고는 국내 법률상으로도 위법 소지가 크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4조 1항 1호와 3호는 각각 “등급을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거나 그 선전물을 배포·게시하는 행위”와 “게임물내용정보를 다르게 표시해 광고하거나 그 선전물을 배포·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광고물이 해외 게임사 중심으로 SNS,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 기반에서 유통되는 데다, 법은 있어도 현실적으로 집행력이 낮기 때문이다. 

 

게임과 광고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역할은 플랫폼이 맡고 있다. 이들은 ‘광고는 실제 게임 플레이나 콘텐츠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이미지나 영상이 게임과 무관한 경우에 이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 

 

생성형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준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출 중심의 영상 광고는 상대적으로 감시에서 벗어나기 쉬운 구조다. AI로 만든 영상은 실제 게임의 일부 장면처럼 보이도록 자연스럽게 구성돼 텍스트나 명백한 이미지 위반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 입장에서 허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중국 저스트게임의 ‘랜드 오브 제일’ 홍보 영상 캡처. 이 게임은 서사가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양산형 게임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페이스북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광고를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과장 연출이나 AI 기반 허위 이미지가 포함된 광고라 하더라도 법적 위반 여부가 명확하지 않으면 개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부 게임사들이 과장·허위 광고를 반복하는 것도 제재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이 게임사들은 광고로 게임 설치를 유도한 뒤 캐릭터 수집, 성장형 보상 시스템 등 익숙한 과금 유인 요소를 심어두고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는 모델을 취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광고 내용이 논란이 되더라도 실제로 삭제되거나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며 “중국산 양산형 게임 특성상 단기적인 유저 유입과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수익을 빠르게 회수한 뒤 신규 서버를 열어 게임 수명을 연장하거나 기존 게임을 재포장해서 다시 출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허위성 광고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고착되고 있는 셈이다. 

 

AI 등 광고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규제와 심사의 허점을 이용한 마케팅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새로운 광고 심사 기준이나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텍스트 기반 과장 광고는 진위를 판단하기 비교적 용이하지만, 영상 광고는 실제 게임 내용과 얼마나 다른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예컨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을 광고에 넣었다면 명백한 허위로 볼 수 있으나 단순히 스킬 이펙트를 더 화려하게 표현했다거나 분위기를 과장한 수준은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투 장면을 과장했다고 할 때, 그게 20% 과장인지 40% 과장인지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녹록지 않다. 규제 기관과 플랫폼도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정하기 곤란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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