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기한 영업 일부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이 시작됐다. FIU는 지난 2월 두나무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3개월, 임직원 문책 경고 등의 중징계를 내렸는데, 두나무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으로 대응했다. 17일 열린 첫 본 재판에서 양측은 상반된 주장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1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두나무가 FIU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렸다. 재판은 “원고(두나무)와 피고(FIU)의 주장이 너무 다르다”는 재판부의 언급으로 시작됐다. 두나무 측 변호인단은 “FIU의 영업정지 처분은 과하다. 금융사엔 치명적인 조치”라며 항변하는 등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제시된 쟁점은 두나무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만한) 고의·중과실이 있는지 △적발 사항에 따른 필요 조치를 했는지다. 위법 행위가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와 100만 원 미만의 거래에서 적발됐다는 점도 관건이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고객 자산을 이전할 때 송·수신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트래블룰’ 제도는 100만 원 이상의 자산을 거래할 때만 적용한다. 이 때문에 거래소들은 100만 원 미만 자산의 거래는 입출금을 제한하지 않았다.
두나무 측은 “블록체인 거래 추적 업체를 통해 검증을 거쳤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규제안을 준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FIU 측은 “온전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DAXA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5개사만 회원으로 있는 곳이다. 그마저도 5개 거래소의 조치가 모두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FIU는 100만 원 미만의 거래를 적발한 것도 적절한 처분이라고 강조했다. FIU 측은 “과거 델리오가 4개 미신고 사업자와 171건 거래한 사항에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며 “두나무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4개 가상자산의 거래만 조사했는데도 4만 건이 넘는 위반 사항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2023년 9월 가상자산 예치 업체 델리오는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거래가 적발돼 FIU로부터 영업정지 3개월, 과태료 약 19억 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이후 재판은 두나무의 조치 입증과 FIU의 문답서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9월 25일 오후 3시로 정해졌다.
두나무와 금융당국의 소송전은 FIU 가상자산검사과의 중징계 처분으로부터 시작됐다. 2월 25일 FIU는 2024년 8~10월 두나무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금세탁방지 현장검사에서 특금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FIU는 두나무에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이전(입·출고)을 금지하는 영업 일부 정지 3개월 처분을, 이석우 전 대표이사에게는 문책 경고를, 준법감시인 등 직원 9명에게는 신분 제재를 내렸다.

FIU가 지적한 두나무의 특금법 위반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 위반이다. FIU는 두나무가 19개의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와 4만 4948건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20에서는 신고·변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가상자산 사업자와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다. FIU는 2022년부터 두나무에 수차례 업무 협조문을 발송하는 등 해외 미신고 업체와의 거래 중단을 요청했지만 두나무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고객 확인 의무와 거래 제한 의무 위반이다. 신원 정보를 확인할 수 없거나 원본이 아닌(인쇄·복사본, 사진 촬영본 등)인 신분증을 받은 내역 3만 4477건, 상세 주소를 부적절하게 기재한 고객 정보를 완료 처리한 내역 5785건이 발견되면서다. 자금세탁 행위 우려가 있는 이용자임에도 고객 확인 조치 없이 거래를 허용한 사항(22만 6558건)도 있었다.
셋째는 업비트가 불법 재산으로 의심되는 15명의 이용자의 거래에 대해 FIU에 보고하지 않은 점, 넷째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 등의 신규 상품을 출시하기 전 자금세탁행위 위험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점이 위반 사항으로 꼽혔다.
FIU의 영업정지 처분은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업비트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독보적인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즉각 소송으로 대응했다. 2월 27일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집행 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3월 26일 이를 인용하면서 영업정지 사태는 막았다.
당국이 100만 원 미만의 거래를 적발했다는 점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두나무의 처분 결과에 따라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나머지 사업자도 제재를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두나무 조사 소식이 나오자 빗썸, 코인원 등의 거래소에서도 100만 원 미만의 가상자산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하면서 미인증 지갑, 미신고 거래소 등으로의 출금을 제한했다.
한편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이석우 전 대표가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두나무는 7월 1일 오경석 팬코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앞서 문책 경고를 받았던 이 전 대표는 경영 고문으로 남는다. 오 신임 대표는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을 뒤집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함께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두나무는 FIU는 특금법 위반 제재에 대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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