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멋진신세계]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99% 정화의 진실

표준 없는 자체 실험 결과…실생활에선 25~60% 감소

2018.08.09(Thu) 13:06:02

[비즈한국] 미세먼지가 생기는 주원인은 발전소, 공장연기, 자동차 등이다. 우리는 그렇게 발생된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발전소를 돌려 공기청정기를 생산한다. 연기를 뿜으며. 그리고 디젤 택배차를 통해 공기청정기를 배송 받아 집 안의 미세먼지를 없앤다. 어쩌겠는가. 삶은 원래 모순투성이다. 

 

얼마 전에 공기청정기들이 과장광고로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코스모앤컴퍼니, 대유위니아 에어워셔, 제이에스피인터내셔날, 에스케이매직, 교원, 오텍캐리어, 6개 사업자가 미세먼지, 바이러스, 세균 등 유해물질을 99.9% 제거한다고 한 광고가 과장광고라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무려(?) 7500만 원이다. 6개 업체가 모여서 회식했다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내면 될 것 같다. 지난 5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또 다른 6개 업체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이 부과된 적이 있다.

 

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너무 분노하지 말자. 이는 필연적인 결과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유해물질 제거에 공인된 실험 방법이나 표준이 없다. 따라서 99.9% 제거는 전적으로 제조사의 자체 실험 결과에 따른 결과다. 자체 실험이니 당연히 자사에 유리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공기청정기 업체들이 선전하는 미세먼지 감소 수치에 대한 표준 측정방법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업체들이 유리한 방식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해 ‘99% 제거’가 나온다. 사진=김정철 제공

 

자체 테스트 환경은 어떨까? 보통 밀폐된 작은 방 안에서 공기 정화 테스트를 한다. 내가 알기로는 일반적으로 12㎡(약 3.6평) 공간에서 실험을 한다. 여기에 천장에 팬까지 달고 공기청정기 배출구 주변에서 공기 질을 측정한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기청정기를 제대로 만들었다면 공기청정기 배출구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두면 ‘1’을 가리킨다. 

 

1이 기본 값이므로 미세먼지 배출률이 0에 가깝다는 뜻이다. 만약 1이 나오지 않는 공기청정기가 있다면 바로 환불 받도록. 정상적인 공기청정기가 놓은 공간이 그리 넓지 않고 외부에서 다시 공기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99% 정화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문이 닫힌 12㎡(약 3.6평) 공간에서 천장 팬까지 틀어대며 살지 않는다.

 

공기청정기 배출구에서 공기 질을 측정하면 당연히 미세먼지는 나오지 않는다. 사진=김정철 제공

 

내가 직접 실험해보니 결과는 한참 모자랐다. 13㎡ 정도 되는 방안에서 다이슨 퓨어쿨을 설치하고 PM 2.5값이 ‘35’일 때 10단계(최고 성능)로 가동시켰다. 30분 후에 미세먼지 값은 ‘22’로 낮아졌다. 약 40% 감소했다. 실제 각종 논문에서도 공기청정기의 실생활 감소율은 25~60% 수준이라고 한다. 즉 최고 성능으로 계속 돌려야 최대 60% 정도 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거다. 대신 헬리콥터 이륙할 정도의 소음을 견뎌야 한다. 

 

당연한 결과다. 아무리 내부에서 정화를 하더라도 외부에서 계속 미세먼지가 들어오면 방법이 없다. 창문에도 미세한 틈이 있고 출입문을 통해서도 계속 초미세먼지가 공급된다면 미세먼지 농도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또 공기순환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모든 공기가 정화되는데, 여러 장애물이 있고 움직임이 많은 실내에서 이런 완전한 순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단 문을 완벽하게 닫고 사람도 없으면 공기정화가 잘 되겠지만 사람 없는 곳에 공기청정기를 틀어놓는 것은 해괴한 취미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해 미세먼지를 99% 제거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사진=김정철 제공

  

그렇다면 공기청정기는 필요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25~60%라도 공기질을 개선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초미세먼지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외부 수치가 100을 넘어선다면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아무리 돌려도 40 이하로 낮추기는 어렵다. 나는 공기청정기를 구입했으니 디젤차 마구 몰고 화력발전소 찬성하고 그러면 안 된다.

 

초미세먼지의 WHO 기준 수치는 10㎍/㎥ 다. 한국 평균은 25㎍/㎥ 정도다. 공기청정기가 50%를 줄여준다 해도 기준 수치 이상이다. 초미세먼지를 기준치 아래로 줄일 수 있도록 국가적, 인류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사실 공기청정기의 원래 목적은 외부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것보다는 집 안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쪽에 가깝다.

 

필자 김정철은?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마켓대전] 가전양판 신구대결, 롯데하이마트 vs 일렉트로마트
· [멋진신세계] '레전드의 귀환' 베오플레이 이어셋
· [멋진신세계] 휴대용 선풍기의 발뮤다, 마크앤드로우 'H-Fan'
· [베를린·나] 자동차왕국 독일에서 '자전거천국'을 보다
· '미세먼지 공포'가 바꾼 가전 시장, 뛰는 LG 쫓는 삼성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