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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휴대용 선풍기의 발뮤다, 마크앤드로우 'H-Fan'

7단계 각도 조절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성능은 평균 수준

2018.07.26(Thu) 13:22:35

[비즈한국]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후세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해왔는데 이제 후세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다. 나부터 더위 피해를 당하기 시작했으니까.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지구온난화를 어떻게 대비할까. 아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휴대용 선풍기가 아닐까. 휴대용 선풍기는 우선 우리의 크고 우람한 얼굴부터 열을 식히고 말겠다는 실용주의의 산물이다.

 

지금 쇼핑 비교 사이트에 ‘휴대용 선풍기’​를 치면 정말 많은 회사의 제품을 볼 수 있다. 특정 카테고리의 레드오션을 판가름하는 회사인 ‘아이리버’도 만들고 있으니 나사 조립이 가능한 회사들 모두가 휴대용 선풍기를 만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휴대용 선풍기는 중국산 제품에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상품이다.

 

따라서 오픈마켓에 나온 제품들의 DNA를 따져보면 아버지가 대부분 같다. 그냥 세부적인 디자인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당연히 허접스러운 품질에 고장도 잘 나고 바람 세기나 배터리 용량 등에서 문제가 있는 제품이 많다. 이런 제품을 자꾸 사면 고장이 자꾸 나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 따라서 휴대용 선풍기도 제대로 만든 제품을 사야 한다. 

 

오늘 소개하는 제품은 ‘마크앤드로우’​라는 디자인 컴퍼니에서 만든 휴대용 선풍기 ‘H팬(H-Fan)’이다. 짧은 휴대용 선풍기 역사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마크앤드로우에서 만든 휴대용 선풍기 ‘H-Fan’​. 전면부는 평범한 핸디 선풍기의 모습이다. 앞쪽 망은 분리해서 청소할 수 있다. 분리는 좀 까다로운 편이다. 사진=김정철 제공

 

패키지에 ‘3-WAY(웨이)’라고 씌어 있다. 이 제품은 손으로 들고 다닐 수도 있고, 손에 들지 않고 다닐 수도 있으며, 책상 위에 둘 수도 있다. 그래서 3-WAY다. 특히 손에 들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H-Fan의 가장 큰 차별화 지점은 헤드 부분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총 7단계로 헤드가 움직이기 때문에 손을 부자연스럽게 꺾지 않아도 편안한 각도로 바람을 쐴 수 있다. 휴대용 선풍기의 콘셉트상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지만 제대로 구현하는 곳이 없었다.

 

구성품. USB 케이블까지는 평범하지만 목걸이와 클립이 다소 특이하다. 실리콘 재질의 목걸이는 부드러워서 목에 걸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 이물감이 덜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실리콘을 가슴이나 코 등에 넣기도 했다. 땀이 날 때 목에 걸어봤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다. 사진=김정철 제공

 

그립부는 다소 크다. 배터리 용량이 높은 제품들은 대부분 그립부가 큰 편인데 H-Fan은 그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한다. 그렇다고 들고 다닐 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배터리 용량은 2500mAh로 1단 모드에서 10시간, 3단 모드에서는 2시간 40분간 작동된다. 무게는 208g이다. 케이스 씌운 갤럭시노트 정도를 들고 다닌다고 보면 된다.

 

H-Fan의 가장 큰 차별화 지점은 헤드 부분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총 7단계로 헤드가 움직이기 때문에 손을 부자연스럽게 꺾지 않아도 편안한 각도로 바람을 쐴 수 있다. 휴대용 선풍기의 콘셉트상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지만 제대로 구현하는 곳이 없었다. 사진=김정철 제공

 

움직이기는 헤드를 젖히고 책상에 올려두면 그대로 탁상용 선풍기로 변신한다. 대부분의 핸디 선풍기는 탁상용으로 쓰려면 별도의 크래들에 꽂아 두어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크래들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차라리 에어컨도 가지고 다니지.​ 그러나 H-Fan은 헤드가 움직이는 구조로 만들어 이런 불편을 없앴다. 그리고 헤드가 움직이는 구조 덕분에 또 다른 쓰임새가 생겼다. 핸즈프리 모드다. 핸즈프리 모드를 사용하려면 실리콘 목걸이를 껴야 한다.

 

실리콘 목걸이가 들어간 자리는 목걸이 끝의 마감이 완벽하게 막아준다. 이런 디테일 좋다. 한번 결합된 목걸이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구조다. 색 조합도 아주 좋다. 디자이너들은 이런 ‘교활한’​ 재주가 있다. 사진=김정철 제공

 

기본 성능은 평균적인 수준이다. 3단계 바람 조절이 되고 3단 모드에서는 30km/H에 이른다고 하는데 상당히 강하고 소음도 꽤 있다. 그냥 1단 모드가 조용하고 바람도 적당하다. 배터리는 앞서 말했듯이 2500mAh 용량으로 평균적인 수준이고 3시간 30분 충전 시 1단 모드에서 10시간, 3단 모드에서는 2시간 40분간 작동된다.

 

두 손으로 선풍기를 잡지 않아도 바람을 쐴 수 있다. 뒷부분의 고정클립 덕분에 걸어 다닐 때도 선풍기의 덜렁거림을 최소화한다. 물론 이걸 매고 축구를 하거나 100m 달리기를 하면 선풍기가 당연히 덜렁거린다.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때 쓰는 용도다. 목걸이에 선풍기를 달고 바람을 쐬어보면 정말 이기적으로 보이고 편하다. 사진=김정철 제공

 

사실 휴대용 선풍기의 성능은 대부분 가격과 비례한다. 그 가격대에 맞는 배터리 용량과 모터를 쓰기 때문에 가격이 확 올라가지 않으면 비슷한 성능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H-Fan의 미덕은 여전하다. 

 

발뮤다 선풍기는 수백 년간 큰 변화가 없이 이어온 선풍기라는 카테고리에 그 성격과 목적에 맞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도입해 작은 혁신을 만들었다. 발뮤다가 도입한 BLDC모터와 새로운 날개 디자인, 분리봉 등은 기계적 혁신이라기보다는 디자인적 혁신에 가까웠다.

 

고정클립만으로도 기능성이 나쁘지 않다. 고정 클립 덕분에 손에서 놓칠 염려가 확 줄고, 탁상용 선풍기로 쓸 때도 좀 더 안정적으로 거치할 수 있다. 사진=김정철 제공

 

마크앤드로우의 H-Fan 역시 큰 차별성도 없고 역사도 없는 휴대용 선풍기 업계에 각도 조절이 가능한 헤드 디자인과 유기적인 실리콘 목걸이를 도입해 휴대용 선풍기의 쓰임새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제품의 마감이나 내구성도 좋은 편이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휴대용 선풍기와는 확연히 다른 설계와 고심이 느껴진다.​ 

 

필자 김정철은?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맡았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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