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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시대가 낳은 '변종' 영화인, 말런 웨이언스

한물간 배우가 넷플릭스, 유튜브로 제2의 도약

2018.11.26(Mon) 11:20:07

[비즈한국] 잘나가는 개그맨이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시대입니다. 지상파 출연은 가문의 영광이고, 인터넷은 인디 방송인이 출연하는 무대라는 생각이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지상파 방송에 자주 나오지는 못했지만 유튜브로 꾸준히 전 세계 팬들과 소통했던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라랜드’로 유명한 영화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유튜브로 영화 ‘위플래쉬’의 일부를 미리 공개해 투자를 받았습니다. ‘서치’의 감독 아니쉬 차간티 또한 유튜브 광고를 만들며 경력을 쌓아 데뷔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시작한 가수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 위캔드 등도 있습니다. 방송, 콘텐츠 제작 경로에 유튜브가 필수가 된 셈입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배우 또한 역할이 달라집니다. 이번에는 새 시대에 전혀 다른 종류의 배우 커리어를 보여주는 말런 웨이언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말런 웨이언스가 각본,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누드 리플레이’.


말런 웨이언스는 ‘웨이언스’ 클랜의 일원입니다. 10명의 형제자매 대다수가 연예계에 종사하는데, 말런은 그중 막내입니다. 형제들과 함께한 시트콤 ‘웨이언스 브로스’가 대표작입니다.

 

말런 웨이언스는 배우 경력 초기에 큰 기회가 있었습니다. ‘배트맨 리턴즈’의 ‘로빈’ 역할이었습니다. 불운하게도 지나치게 등장인물이 많다는 이유로 로빈은 영화에서 삭제됐습니다. 팀 버튼 감독이 ‘배트맨3’에서 말런을 부르려 했으나 감독이 조엘 슈마허로 바뀌는 바람에 말런의 기회 또한 없던 게 됐습니다.

 

말런에게는 남다른 재능이 있었습니다. 기획력과 그 기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각본, 그리고 제작 능력이었습니다. 이 능력을 살리면서 점차 그는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할리우드에서 말런 웨이언스의 재능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여준 프로젝트는 2000년에 공개된 ‘무서운 영화’입니다. 호러 영화의 형식을 빌려와서 화장실 유머와 패러디로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1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고, 5편까지 제작될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줬습니다.

 

2004년에는 ‘화이트 칙스’라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웨이언스 형제가 백인 여성으로 분장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키넌 웨이언스가 감독을 맡고 션과 말런 웨이언스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 또한 컬트적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런 영화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할리우드의 전문가가 모여서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에는 부적합하지요. 무엇보다 말런 웨이언스의 영화는 독특했지만 지나치게 특정 팬층에게만 먹히는 유머였습니다. 이후 말런 웨이언스의 영화는 몇 개 나오지 못해 ‘한물간 희극 배우’ 정도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말런 웨이언스는 뛰어난 코미디 배우입니다. 기획은 물론 각본, 제작까지 직접 할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은 거대 자본과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협업하는 대형 할리우드 영화나 특출한 예술가의 비전을 실현하는 예술영화와는 잘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어떨까요?

 

말런 웨이언스는 요즘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시장이 바뀌면서 거대한 시장이 아닌 니치 마켓(수요가 비어 있는 시장)이 열린 덕분입니다. 이제는 고품질의 대형 상업영화나 예술영화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시장이 있습니다. 

 

말런 웨이언스의 자전적인 시트콤 ‘말런’.


요즘 말런 웨이언스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지요. 우선 넷플릭스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시트콤화한 시트콤 ‘말런’에서 주연 겸 각본,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즌2가 제작됐습니다. 또 영화 ‘누드 리플레이’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북유럽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기존 영화처럼 재기발랄한 흑인 코미디로 가득합니다. 

 

수준이 높다거나 대중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팬덤과 색깔이 확실한 매력의 코미디입니다. 명작은 아니지만 넷플릭스의 콘텐츠 폭을 늘리기는 적합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넷플릭스는 6명의 말론이 함께 등장한다는 내용의 코미디 ‘6쌍둥이’도 촬영하고 있습니다.

 

공연도 활발합니다. 말런 웨이언스는 틈날 때마다 미국 전역을 돌며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합니다. 그 공연을 녹화해 넷플릭스에 올리기도 했지요. 

 

유튜브도 시작했습니다. 코미디 배우들과 연합해 자신만의 유튜브 채널을 만든 겁니다. 말런 웨이언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킷(희문)을 씁니다. 극단 배우들과 함께 이를 찍어서 유튜브로 올리지요.


말런 웨이언스의 유튜브 채널 영상. SNL 등을 떠올리게 하는 미국식 코미디다.

 

대중을 상대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던 과거에는 큰 조직에서 특출하게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이 최고였습니다. 선량한 영웅 연기의 최고봉인 톰 크루즈, 최고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감초 조연의 달인인 모건 프리먼 등이 떠오를 겁니다. 

 

말런 웨이언스는 과거의 패러다임에는 맞지 않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다양한 재주가 있지만 최고의 각본가는 아니었습니다. 유머는 뛰어났지만 마니아적이었습니다. 흑인 문화에 깊게 관련돼 있기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도 못합니다. 

 

시대가 바뀌면 재능의 종류도 바뀝니다. 영화 ‘아티스트’를 보면 영화의 주류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면서 잘나가던 스타가 몰락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절대 다수의 취향이 사라진 지금, 어쩌면 모두에게 인정받는 고품질의 재능보다 좁은 취향의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기 주도적으로 뽑는 말런 웨이언스의 재능이 더욱 중요해질지 모르겠습니다. 

 

새 시대에 더 빛나는 재능, 말런 웨이언스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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