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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겨울 멋쟁이는 '터틀넥'을 입는다

지성·스포티함·강인함 아울러…청바지, 슈트와도 모두 조화

2018.12.24(Mon) 14:51:16

[비즈한국] 멋쟁이들의 겨울 필수품 중 하나가 터틀넥(Turtle N​eck)이다. 영국에선 롤넥(Roll Neck)으로 주로 불린다. 거북이 목을 떠올리거나, 돌돌 말린 롤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겨울에는 슈트 안에 터틀넥을 입는 스타일도 괜찮다. 대신 너무 두껍지 않아야 하고 슈트와 컬러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 가령 블랙이나 버건디 컬러 터틀넥이라면 그레이 컬러의 슈트와 조화롭다. 

 

1920년대 영국의 윈저 공이 터틀넥과 스포츠 재킷을 입고 골프 치던 것이 유행처럼 퍼져 할리우드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도 1930년대부터 터틀넥이 멋쟁이 아이템으로 각광받았다. 1950년대 흰 수염 풍성한 헤밍웨이가 두툼한 터틀넥을 입고 있는 사진은 헤밍웨이를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터틀넥 패션의 아이콘 같은 사진이기도 하다. 그 뒤로 터틀넥은 세계적으로 유행해 지금까지도 겨울철이면 사랑받는다. 

 

두툼한 터틀넥을 입은 ​헤밍웨이의 사진은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터틀넥 패션의 아이콘 같은 사진이다.

 

옷장에 터틀넥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거다. 특히 남자에겐 멋 부리지 않았는데 멋 부린 듯한 게 바로 터틀넥이다. 터틀넥은 캐주얼하게 청바지에도 잘 어울리고, 슈트와도 의외로 잘 어울리고, 골프 치러 갈 때도 잘 어울린다. 세련된 지성미를 보여주기에도 좋고, 때론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주기에도 좋다. 

 

사실 터틀넥은 어부들의 옷이었다. 아일랜드 아란제도 어부들은 추위를 막으려고 양모로 만든 터틀넥을 입었는데, 옷에는 씨족별로 각자 고유의 짜임패턴을 넣었다고 한다. 방한용이면서, 바다에서 사고로 죽었을 때 옷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고도 한다. 

 

거친 바다 사나이의 옷에서 시작된 터틀넥은 1880년대 영국에서 자전거나 요트, 폴로 경기 등 레저 스포츠 활동 때 입으면서 확산되었다. 20세기 들어 스포츠 패션으로 미국에 퍼졌고, 그 후 전 세계로 대중화되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겨울철 수병들이 적과의 싸움만큼이나 살을 에는 바다 추위와의 싸움도 이겨내야 했는데, 이를 위해 굵은 털실로 짠 터틀넥이 선택되었다. 지금은 남녀 모두의 겨울철 패션 아이템이지만, 터틀넥 속에는 어부의 강인함과 군인의 치열함, 그리고 거친 바다의 느낌이 녹아 있다. 

 

터틀넥은 캐주얼한 청바지에도, 세련된 슈트에도 잘 어울린다. 사진=hespokestyle.com

 

2차 대전 이후 터틀넥은 프랑스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사무엘 베케트,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등이 코트와 터틀넥으로 멋 부리지 않은 듯 멋을 냈다. 제임스 딘과 말론 브론도 같은 반항하는 청춘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에게도 터틀넥은 잘 어울렸다. 거친 남자에서 지적이고 도발적인 남자의 이미지까지 모두 아우르는 게 터틀넥이다. 어부도, 군인도, 지식인도, 배우도, 그리고 노동자에게도 터틀넥은 사랑받았다. 서민도 부자도 터틀넥을 입는다. 터틀넥은 남녀노소 모두가 입는 옷이 되었다. 

 

겨울 패션에서 방한은 빼놓을 수 없다. 터틀넥은 멋과 실용성을 모두 겸비한 패션 아이템 중 하나다. 목을 감싸 추위를 막아주는 데다 멋스럽기까지 해서 멋쟁이들에겐 겨울 필수품으로 꼽힌다. 터틀넥이 답답해서 싫다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에겐 하프넥이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 1980~90년대에 터틀넥이 아주 크게 유행했었다. 몸통과 팔은 없고 목 부분만 따로 만들어 팔았다. 당시 청소년이라면 한번쯤 입어봤을 것이다. 목을 완전히 감싸지 안고 반만 덮었기에 터틀넥의 답답함을 꺼리는 이들에게나, 목이 살짝 짧아서 터틀넥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효과적이다.

 

1980~90년대에는 목만 덮는 일명 폴라티가 크게 유행했다. 사진=응답하라 1988 캡처

 

터틀넥이 답답해서 싫다는 사람에겐 하프넥이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 사진=자라

 

터틀넥이란 이름 대신 우리가 많이 쓰는 이름이 하나 있다. 영국에서 쓰는 폴로넥(Polo Neck)이란 표현을 일본식대로 발음한 ‘폴라’라는 표현이, 한국에선 콩글리시로 폴라티 혹은 목폴라 라고 했다. 여전히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이 옷을 폴라티라고 유독 많이 부른다. 하여간 이 옷의 제대로 된 이름은 터틀넥와 롤넥이 맞다. 

 

이번 겨울엔 폴라티 말고 터틀넥과 롤넥을 입자. 사실 뭐라고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패션이 가진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 옷을 입는 우리의 태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터틀넥 속에 담긴 강인함, 때론 지성, 때론 스포티함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끄집어내도 좋겠다. 겨울 남자에겐 터틀넥이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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