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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는 카드사, 판세 뒤집을 '카드'가 없다

현대차와의 승부 완패, 대형마트·항공사·통신사와의 협상도 밀려…"새 시장 연구해야"

2019.03.15(Fri) 17:57:50

[비즈한국] 승부가 너무 싱겁게 끝났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둘러싼 카드사들과 현대자동차 간의 기싸움 얘기다.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올 초 현대차 결제 수수료를 1.8%에서 1.9%로 인상한다고 밝혔는데, 현대차는 “수용할 수 없다”며 가맹점 계약 해지 결정을 내리자 바로 백기를 들었다.

 

현대차로서는 계열사인 현대카드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있기에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었다. 카드사들은 왜 애초에 이기기 어려운 승부를 걸어 체면만 구긴 걸까.

 

카드사들은 지난 2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와 네이버·대한항공 등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더 이상 밀렸다가는 카드사들의 협상력과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대형마트·항공사·통신사 등도 현대차처럼 수수료율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받고 있다.


현대차와 카드사들 간에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갈등의 불씨를 놨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마케팅 혜택이 큰 대형 가맹점에 더 많은 수수료를 내도록 하는 내용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선안을 내놨다.

 

정부는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올려 카드사들의 수익성을 보전해주자는 계산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한 게 아니라 카드사들이 가맹점들과 개별 협상을 벌여 수수료율 인상을 끌어내도록 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결제액이 큰 순서대로 수수료율을 인상할 생각에 첫 인상 대상을 현대차로 꼽았다. 카드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대·기아차 취급액은 전체 신용판매 중 2%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카드사 대출로 신차를 구매하는 카드사 신차금융 자산도 지난해 8조 5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대차는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도 경영 여건이 여의치 않은 데다, 은행 오토론 등 신용카드 대체 금융상품이 적지 않아 카드사들의 요구를 굳이 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현행 카드사 약관에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돼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지난 2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와 네이버·대한항공 등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더 이상 밀렸다가는 카드사들의 협상력과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대형마트 등 결제 빈도가 잦은 가맹점의 경우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대형마트·항공사·통신사 등도 현대차처럼 수수료율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받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는 네이버페이 충전 결제 수단 중 신용카드를 아예 빼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카드업계는 대형 가맹점들과 수수료율 협상이 시작된 2월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입장을 담은 건의사항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위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해 가맹점이 부당한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맹점을 처벌한 사례는 없어 현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수료율을 정하는데, 정작 금융당국은 큰 도움을 못 주고 있다. 사실상 수수료로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지방자치단체들과 정보통신(IT) 기업들의 각종 페이 등 서비스도 카드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신용카드 시장은 ‘의무수납’ 제도에 의해 보호받아 온 측면이 크다. 그러나 지자체 페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카드 결제 비중이 줄어들 위기에 놓여있다.

 

지자체들은 카드수수료를 지방세 수입으로 가져오기 위해 지역 페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신용카드 공제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라, 앞으로 카드 결제 비중은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

 

이에 카드사들도 고육지책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들이 지난 2월 금융위에 제출한 건의사항에는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 △서비스가 축소 및 종료 시 대체서비스 적용 조건 완화 △레버리지 비율(자기자산 대비 총자산 한도) 6배에서 10배로 상향 조정 등이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한편, 여신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 그 골자다.

 

지난 3~4년 전부터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면서 카드사들은 자동차 등을 담보로 한 대출 시장을 공략해왔다. 이에 일부 카드사의 경우 회사 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대출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카드(5.95배), 우리카드(5.88배), 하나카드(5.39배) 등 다수 카드사들은 규제 기준인 6배에 근접할 정도로 대출을 내줘, 대출상품을 더 취급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레버리지 비율을 올려 대출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보전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나마 카드대출 1위인 삼성카드가 이에 반대하고 있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와 페이 시장 성장, P2P 대출 시장 확대 등 카드사의 경영 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공동 의견을 내는 한편 빅데이터 연구, 핀테크, 블록체인 등 새로운 결제 시장에 연구도 함께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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