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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음악천재 홍난파의 친일 과거 서린 '홍난파의 집'

일제강점기 거주했던 집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때론 '작은 음악회' 열려

2019.06.03(Mon) 16:47:04

[비즈한국] 서울 성곽길, 경희궁에서 사직공원 코스 중간에는 담쟁이 넝쿨이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이 있다. 일제강점기 음악가 홍난파가 6년 동안 살았다 해서 일명 ‘홍난파의 집’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1930년 독일인 선교사가 지은 근대가옥으로 서양식 벽돌 가옥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데, 지금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작은 전시관으로 꾸며져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2007년에는 거실과 안방으로 사용하던 1층에 음향시설을 갖추고 50명 정도가 관람할 수 있는 작은 공연장이 되기도 했다. 요즘도 비정기적으로 홍난파의 음악을 연주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단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명 ‘홍난파의 집’. 홍난파 상 밑에는 아동문학가 윤석중의 글이 새겨져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 천재와 친일 사이

 

담장 없는 정원으로 들어서자 예쁜 꽃들 사이로 청동 흉상 하나가 엷은 미소를 띠고 있다. 흉상을 빙 둘러 피어난 봉선화 위로 ‘홍난파 상’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를 설명하는 짧은 글이 이어진다. 

 

“봉숭아를 비롯한 많은 가곡과 동요 백 곡을 남기신 난파 홍영후(1898. 4. 10~1941. 8. 30) 선생은 우리나라 맨 처음 바이올리니스트로 1936년에는 경성방송 관현악단을 창설하여 지휘하신 방송 음악의 선구자이시다. 난파를 기리는 이들이 정성을 모아 그 모습을 새겨 여기 세우니 과연 인생은 짧아도 조국과 예술과 우정은 길구나.” 

 

‘인생은 짧아도 조국과 예술과 우정은 길구나’라니. 뭔가 심상치 않은(?) 문구에 흉상 뒤를 보니 이 글을 쓴 이는 아동문학가 윤석중이다. 윤석중은 홍난파가 작곡한 동요 ‘퐁당퐁당’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홍난파의 집’ 내부. 그가 생전에 쓰던 악기와 유물은 단국대학교에 있는 홍난파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이 흉상은 1968년 홍난파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당시 남산에 있던 KBS에 세워진 것을 옮겨왔다. 우리나라 첫 방송악단을 만들고 이끌었던 인물의 흉상이 방송국에 세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의도 KBS본관에 있던 홍난파의 흉상은 시민들의 반발로 KBS가 자진 철거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홍난파의 친일행적 때문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는 홍난파의 친일행적, 일제와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음악을 짓고 연주한 행위들이 꽤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물론 이것 때문에 ‘고향의 봄’이나 ‘퐁당퐁당’, 혹은 ‘봉선화’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남긴 홍난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도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훌륭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에 그의 친일행적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말이다. 

 

# 아이랑 아름다운 동요 부르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작은 명패가 붙어 있는 현관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거실에 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홍난파의 대표작인 ‘봉선화’ 악보와 ‘고향의 봄’ 등이 실려 있는 ‘조선동요백곡집’ 같은 옛날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더불어 앳된 소년의 얼굴을 한 유년 시절 사진부터 음악가로 성공한 후 이 집을 배경으로 찍은 가족사진까지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19세기의 끄트머리에 태어난 난파 홍영후는 경기도 남양면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서울 정동으로 이사했다. 그의 아버지 홍준은 선교사 언더우드가 세운 정동 새문안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기독교인이자 언더우드의 조선어선생이기도 했다. 이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새문안교회에 다니면서 교회 음악을 접한 홍난파는 세브란스 의학교에 입학했으나 음악에 뜻을 굳히고 일본 우에노 음악학교로 유학을 떠난 뒤 일본과 한반도를 오가며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홍난파의 집에 걸린 홍난파의 젊은 시절 사진. 조선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홍난파는 일제강점기 친일행적으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사진=구완회 제공

 

거실과 터놓은 방에는 홍난파의 또 다른 흉상과 함께 피아노와 첼로 등이 눈에 띈다. 아쉽지만 이것들은 홍난파와 상관없는 물건이란다. 그가 생전에 쓰던 악기와 유물들은 현재 단국대학교에 있는 홍난파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이곳에 유물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바로 이 집에서 홍난파가 6년간 살면서 주옥같은 노래들을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아이와 함께 홍난파의 집을 보았다면 돌아가 그의 아름다운 동요들을 함께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정보>


홍난파의 집

△위치: 서울시 종로구 송월1길 38

△문의: 070-8112-7900

△관람시간: 하절기(4~10월) 11시~17시, 동절기(11~3월) 11시~16시, 주말·공휴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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