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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직격탄 맞은 국내 LCC의 생존전략

중국·타이완 등으로 일본 노선 대체, 싱가포르·브루나이 등 항공자유화 타고 노선 다변화

2019.12.03(Tue) 18:02:05

[비즈한국]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가장 많은 노선을 운항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주로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국내 6개 LCC 노선의 약 30%가 도쿄, 오사카, 오키나와 등 일본 유명 도시를 비롯해 사가, 미야자키 등 일본 소도시 노선을 개발해 나름 안정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2013년부터 한국과 일본 간에는 양국 민간항공기 운항횟수의 상한선을 폐지하는 항공자유화가 체결되어 있어 양국 항공사의 취항이 자유로웠다. 근거리인 데다 무비자라는 장점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풀서비스항공사(FSC)를 포함해 LCC까지 2019년 상반기 전체 국제여객의 25%가 일본에 집중되어 있었다. 더구나 국내 LCC는 노선의 46%가 일본에 편중되어 있던 탓에 일본 불매운동 이후 항공시장의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일본 불매운동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국내 항공사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올 1월 32.8%였던 모두투어 일본상품 판매비중은 현재 4.4%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 1월 12.7%였던 중국상품 판매 비중은 19.2%로 늘었다. 사진=모두투어 제공


#일본 줄이고 중국 늘리고, 대만·베트남·필리핀은 반사이익

 

국내 대표 패키지 여행사 중 하나인 모두투어가 발표한 11월 여행상품의 지역별 비중을 보면 동남아가 59.7%, 중국이 19.2%, 남태평양과 유럽이 각각 약 7%를 차지한다. 올 1월 32.8%였던 일본상품 판매비중은 현재 4.4%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 1월 12.7%였던 중국상품 판매 비중은 19.2%로 늘었다. 중국은 상용 수요도 일본보다 많다. 최근 모두투어의 항공권 판매도 중국은 5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과 홍콩의 악재 이후 반사효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만을 비롯해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여행지의 인기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 6개 LCC를 포함한 8개 항공사는 전체 국제선 공급좌석 대비 일본 노선 비중을 6월 당시 32.2%에서 현재 20.6%로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노선도 중국, 동남아, 대양주 등으로 분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10월의 항공여객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일본은 21.2% 감소했지만 대체지역의 항공실적 상승이 이를 상쇄해 전체적으로 국제선 여객이 3.7% 증가했다. 

 

항공 전문가는 “LCC가 안정적으로 발전한 국가는 대개 국내선이 활발히 운항되는 지역이다. 섬이 흩어져 있어 국내 이동 시 항로 연결이 불가피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혹은 영토가 넓은 미국이나 중국은 항공을 이용한 국내 이동률이 높아 LCC가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면적이 좁은 데다 기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이 발달해 국내선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LCC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선 다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안정적인 노선 다변화와 여행사에 과하게 의존하지 않는 판로 다변화를 이룬다면 근거리 해외 수요가 많은 국내 LCC도 어느 정도 악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타이완 노선 개발하고 싱가포르, 브루나이는 항공자유화 설정

 

국내 LCC들은 일본 대체지로 중국에 주목하고 있다. 본래 중국은 겨울 비수기로 알려져 있지만 올 겨울은 예외다. LCC​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취항하는 신규 노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 제주항공은 부산-장자제, 부산-베이징, 제주-시안 노선 등을 운항하고, 티웨이항공은 백두산으로 가는 대구-옌지 노선을 비롯해 대구-장자제를 취항한다. 에어서울은 인천-린이 노선에 최초로 취항하며, 에어부산은 부산-옌지, 부산-장자제 증편 외에도 부산-하이커우 노선에 취항한다. 이스타항공은 인천-상하이 외에도 인천-장저우, 청주-장자제, 청주-하이커우 노선을 신규 운항한다.

   

타이완 역시 LCC의 신규 노선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일본과 비행시간이 비슷한 데다 그간 덜 알려졌던 타이중, 가오슝, 화롄 등 지방 소도시들도 최근 뜨고 있다. 화롄에는 처음으로 직항 노선이 신설된다. 

 

국내 LCC들이 일본 대체지로 중국, 타이완 등 동남아 근거리 지역에 주목하며 신규 취항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지난 11월 23일에는 한국과 싱가포르가 항공자유화 설정에 합의했다. 이로써 양국 직항노선에는 운항 도시, 운항 횟수, 운항 기종에 제한이 없어진다. 이번 노선 확대는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LCC들의 진입이 가능해졌다. 인천-싱가포르 구간은 그간 제주항공을 제외하고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주로 FSC가 운항하던 노선이라 LCC에게 기회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양국 간 여객수요도 2013년에 95만 명이던 것에서 2015년 111만 명, 2017년 124만 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5.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성수기와 비수기를 불문하고 90% 가까운 탑승률을 보여 수요 확대는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싱가포르 노선은 인천과 김해공항뿐 아니라 기타 지방공항에서도 개설할 수 있게 돼 LCC가 거점 공항을 활용할 수도 있다. 또 동남아의 대표적 허브인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제3국과의 운항 노선도 개발이 가능해져 동남아 전체로 노선 다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지난 11월 24일에는 브루나이와도 항공자유화 설정에 합의했다. 양국 직항노선의 운항 횟수를 현 5회에서 무제한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은 아세안 10개국 중 9개 국가와 직항자유화에 합의하게 됐다. 이번 항공회담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루어진 것으로 브루나이와는 2004년에 주 2회 운항, 2015년에 주 5회로 확대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일 간 항공수요 감소 등 급격한 수요변화에 대응해 우리나라 국제항공 노선망의 일본 노선 편중을 완화하고 정기·부정기편의 허가 및 계획 변경을 적극 진행하는 등 항공사의 원활한 노선 다변화를 위해 항공네트워크를 다변화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국제항공과 관계자는 “항공사의 영업반경을 확대하고 항공교통이용자의 이용편의를 높이기 위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와의 항공 공급력 증대를 추진 중”​이라며 “​내년부터는 항공 네트워크가 다소 부족한 중앙아시아 등 북방지역과의 항공협상을 중점적으로 진행해 항공노선이 더 다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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