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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LCC 위기, 정말 일본 불매운동 때문일까

단기 수익 위주에 대형 여행사 의존도 높아 실적 악화…불매운동으로 엎친 데 덮친 격

2019.10.28(Mon) 10:32:42

[비즈한국]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실적 악화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증권가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매각 소문이 돌고 언론에 기사화 되면서 국내 LCC의 수익 악화에도 관심이 쏠렸다. 일본 노선 비중이 평균 30%에 육박하는 데다 직판보다 여행사 판매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일본 패키지 판매까지 부진하며 전체적인 업황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또 11월 7일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 입찰이 예정되어 있고 대한항공도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풀서비스 항공사(FSC), 저비용항공사를 막론하고 국내 항공업이 장기 불황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실적 악화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어디에 어떤 식으로 매각될지에 따라 국내 항공 산업이 거시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매각될지, 쪼개서 매각될지에 따라 LCC 업계 전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 중인 애경그룹의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에 274억 원의 적자를 냈고 3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떨어져 145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LCC를 운영해온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단거리 노선에서 경쟁이 너무 치열한 LCC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국내 LCC 시장은 진작 포화 상태여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면 도미노처럼 한순간에 시장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부터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2분기에는 진에어 역시 266억 원의 적자를, 티웨이항공은 25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스타항공 역시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486%에 이른다. 이스타항공은 9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10월부터 12월까지 객실승무원 50여 명의 무급휴직까지 진행되고 있다. 

 

진에어는 대한항공,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FSC에서 출자해 만든 LCC이고,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이 출자한 것과 달리 이스타항공은 뒷배가 따로 없다. 이스타항공은 매각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와 증권가에 따르면 LCC의 매각이나 인수합병 문제는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노선 개발 소홀, 여행사 판매 의존 높은 것도 이유

 

국내 LCC 업계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거리 노선이나 노선 다변화에 투자하지 않아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일본 노선 비중은 35%에 육박한다. 다른 LCC도 일본 노선 비중이 대체로 25~35%에 이른다. 한 국가에 노선 비중이 치우쳐 있다 보니 당연히 위험부담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한철 장사 잘된다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실적 악화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외국의 경우 LCC라도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는 항공사가 많고 그에 따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국내 LCC들의 경우는 단거리 노선이 활황일 때 작은 항공기로 단거리 노선에만 너무 치중해 점차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마다 항공권 판매금액이 달라 일본의 경우 동남아나 중국 노선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일본 노선의 상당 부분을 불매운동 이후 동남아로 돌리고, 그나마 있는 노선의 경우도 판매가 부진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익 악화로 돌아왔다.

 

국내 LCC 업계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은 장거리 노선이나 노선 다변화에 투자하지 않아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일본 노선 폐지 공지. 사진=이스타항공 홈페이지 캡처

국내 LCC 업계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은 장거리 노선이나 노선 다변화에 투자하지 않아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일본 노선 폐지 공지. 사진=이스타항공 홈페이지 캡처


국내 LCC들의 대형 여행사 판매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업 관계자는 “에어아시아처럼 직판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의 패키지에 들어가는 항공수요에 치중하다 보니 여행사의 실적이 낮아지면 항공사의 실적도 함께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광고 등을 통해 LCC의 자체 브랜딩을 하기보다 대형 여행사에 주는 볼륨인센티브(VI)로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스스로 대형 여행사의 판매의존도를 점점 높여 왔던 것이 결국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LCC만 9개, 수요에 비해 너무 많아

 

국내에서 LCC들이 과당경쟁을 하며 수익이 악화된 데에 LCC 관계자는 “애초 국토교통부에서 LCC 허가를 너무 쉽게 내줘 국내 인구와 수요에 비해 LCC가 과다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2000년대 중반 항공법이 개정되면서 항공기 3대에 자본금 150억 원이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국제선을 띄울 수 있게 되면서 LCC사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2004년 티웨이항공의 전신인 한성항공이 처음 생겼고, 2005년엔 제주항공, 2007년에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2008년엔 진에어가 출범했다. 2015년에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이어 또 다른 LCC인 에어서울을 만들면서 LCC 탄생이 일단락됐다. 이로써 대기업 계열 LCC 3개, 개인 자본 LCC 3개를 더해 국내에 6개의 LCC가 생겼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인구에 비해 많다.

 

여기에 올해 3월 항공운송면허를 새로 발급받은 3개 항공사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까지 가세하면 국내 항공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항공운송면허를 내주는 것에 대해서도 기존 항공사들의 반발이 컸던 터다. 

 

LCC 관계자는 “2~3년 전에 LCC의 매출과 점유율이 최고점을 찍었다. 그때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서 LCC로 이직하는 임직원이나 파일럿도 꽤 많았다. 그때 아시아나항공이 욕심을 부려 에어서울까지 출범시킨 것”이라며 “하지만 최고점을 찍는 순간이 바로 내리막길의 시발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는 “항공사는 늘어나는데 항공 수요는 어느 정도 정점을 찍고 정체 단계에 있다. LCC들이 호황때만 보고 공급석을 늘린 것도 원인이다. 좌석이 지난해 대비 14%나 늘었다. 자연히 탑승률이 10% 가까이 하락했다. 파이 나눠먹기가 되기 때문에 기존 항공사든 신규 항공사든 힘들어질 것”이라며 “이미 공급 과잉이었지만 신규 LCC 면허는 이미 나온 것이고, 모두가 저가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요금으로 승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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