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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1세대의 몰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파산 후폭풍

무리한 설비 투자와 편의점 유통 경쟁 부담…업계 "전체 시장 위기로 볼 수 없어"

2026.04.28(Tue) 13:33:28

[비즈한국] 국내 수제맥주 1세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결국 파산했다. 수제맥주 시장 위기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의 전략 실패를 전체 시장의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시각에 선을 긋고 있다.

 

경영난으로 지난해 8월 회생절차를 신청했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홈페이지

 

#무리한 설비 투자가 ‘독’으로

 

21일 서울회생법원은 주식회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파산을 선고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경영난으로 지난해 8월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스토킹호스 방식의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공개 경쟁입찰로 매각 방식을 전환한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올해 1월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고, 이달 최종 파산 선고를 내렸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파산 후 계열사도 잇따라 파산했다. 23일에는 유통·도매를 담당하던 어메이징스플래시인터내셔널이 파산했고, 24일에는 생산기지인 이천 공장을 운영해온 놀라운맥주도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맥주 펍에서 출발해 ‘첫사랑’, ‘서울숲 수제라거’, ‘진라거’ 등으로 인지도를 쌓은 수제맥주 기업이다. 2017년에는 알토스벤처스와 본엔젤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실리콘밸리 자본을 끌어들인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지목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2019년 경기도 이천시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브루어리를 준공한 데 이어, 2021년 약 8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설비 확장에 속도를 냈다. 이후 2022년에는 제2브루어리까지 준공하며 생산능력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증설 시점에 시장 흐름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막대한 투자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지만 주류 소비 트렌드가 위스키와 하이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수제맥주 수요는 급격히 위축됐다.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생산 설비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재무 압박이 커졌다.

 

최근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들이 잇따라 실적 부진을 겪거나 사업 축소에 나서는 등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울앤제주(옛 제주맥주)는 지속적인 적자 구조 속에서 경영 부담이 이어지고 있으며, 세븐브로이 역시 회생절차를 밟는 등 업계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의 편의점 유통 진출이 수제맥주에 대한 인식 왜곡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홈페이지

 

#무리한 편의점 진출로 수익성 악화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두고 예견된 결과라는 시각도 나온다. 편의점 유통 확대 당시부터 수제맥주가 대기업 맥주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기업 맥주는 대량 생산과 전국 단위 유통망을 기반으로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수제맥주는 소규모 생산과 신선도 중심의 특성상 동일한 방식의 경쟁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노재팬’ 여파까지 겹치며 편의점 업계에서는 일본 수입 맥주를 대체할 신규 상품이 필요했고, 같은 시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일부 수제맥주 업체들 역시 외형 성장을 입증할 지표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며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수제맥주가 편의점 채널로 빠르게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수제맥주는 신선도와 풍미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으로, 장기간 유통이나 대량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였다”며 “전국 단위 유통망에 맞추기 위해 살균과 패키징 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맛과 향이 약화됐고, 결국 제품 경쟁력 저하와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가격 구조 역시 문제를 키웠다. ‘1만 원 4캔’으로 대표되는 편의점 할인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이 불가피했고, 이는 곧 원재료 사용 축소와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편의점 입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와 판촉·마케팅 비용 등이 더해지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양조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시기 ‘노재팬’ 여파로 일본 수입 맥주 수요가 줄어들자 수제맥주가 반사이익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의 편의점 유통 진출이 수제맥주에 대한 인식 왜곡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편의점 제품을 중심으로 수제맥주를 접하면서 ‘저가·저품질’ 이미지가 확산됐고, 그 결과 품질 중심으로 운영해온 다수의 양조장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소 양조장 관계자는 “현재 국내 소규모 양조장이 170여 곳에 달하지만, 편의점 유통에 참여한 업체는 5~6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 업체의 실패 사례가 부각되면서 수제맥주 산업 전체가 침체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를 접한 소비자 사이에서 ‘수제맥주는 맛이 없다’는 평가가 퍼졌고, 이 때문에 현장에서 묵묵히 제품 경쟁력을 지켜온 양조장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수제맥주’라는 용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편의점 유통 제품이 수제맥주의 대표 이미지로 굳어진 만큼 ‘크래프트 비어’ 등 새로운 기준과 용어로 시장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는 대량 유통 시장이 아니라 맛과 향을 이해하는 소비자와 만나는 시장”이라며 “현재 수제맥주 시장은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무리한 확장 전략을 택했던 일부 업체들이 시장에서 정리되는 가운데, 품질과 정체성을 유지해온 양조장들이 향후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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