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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강남은 명품대기, 지방은 구조조정' 백화점도 양극화

명품이 매출 핵심, 매장 적은 지방 백화점 갈수록 경영난…소득 양극화 그대로 투영

2020.01.20(Mon) 15:34:14

[비즈한국]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의 샤넬 매장 앞은 물건을 구경하고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매장 직원은 “앞서 230명 정도 왔다. 평일보다는 주말에 사람들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2시 10분부터 50분가량 기다린 후에야 매장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정도였다. 3시 즈음 줄을 선 인원은 어림잡아 50명에 달했다.

 

줄 서서 들어가도 원하는 가방을 바로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직원은 “원하는 분들이 많아서 클래식 백 라지(L) 사이즈는 1년, 미디움(M) 사이즈는 6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그래서 라지 사이즈는 구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샤넬 매장 옆 구찌 매장 역시 20여 명의 대기인원이 있었다. 샤넬 매장 반대편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고야드 매장이 입점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의 샤넬 매장 앞은 물건을 구경하고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사진=김명선 기자


‘일시품절’ 현상은 같은 날 경기도에 있는 한 백화점 향수 매장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유는 확연히 달랐다. 매장 직원은 “사려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물건 자체가 적게 들어온다. 주변에 다른 백화점이 많은데 그곳에 가서 사라”며 다른 매장을 추천했다. 다른 명품 매장 직원도 “주말에도 고객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문량 많아 품절” vs “요청 고객 없어 품절”

 

백화점 점포의 양극화 현상이 눈에 띄게 심화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는 백화점이 있는 반면, 지방 백화점은 몇몇 점포를 제외하고는 추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가령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올해 ‘국내 최초 2조 원 매장’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반대로 지난해 롯데백화점 인천점·부평점·​안양점은 매각 절차를 밟았고, AK플라자 구로본점은 폐점했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경쟁의 승자를 결정하는 요소는 ‘명품관’이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백화점은 위치나 고객 수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우다. 명품 브랜드도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유치 효과를 누릴 수 없는 백화점에서는 잇달아 발을 빼기 때문이다. 명품을 제외한 대부분 제품 판매 경로가 온라인 유통 채널로 옮겨간 상황이기에 명품 브랜드가 많지 않은 백화점은 상대적으로 매출 부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경기도 소재 백화점에서 명품 매장을 1년째 관리하고 있는 한 직원은 “명품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고 온라인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예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 보고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인근 지역에 백화점이 많이 생기면서 이곳에 입점한 명품 매장이 많이 빠졌다. 고객들도 크기가 작고 명품 매장이 많지 않은 백화점보다는 메이저 백화점을 선호하는 듯하다. 주말에도 주로 지하철과 연결된 중앙 통로에만 고객들이 많다”고 밝혔다. 

 

백화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명품 매장이 많지 않은 지방 소재 백화점의 경우에는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사진=고성준 기자

 

백화점 점포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2019년 국내 5대 백화점 점포별 매출을 보면 신세계 강남점, 롯데 본점, 롯데 잠실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롯데 부산본점 등 주요 상권에 위치한 백화점은 연매출 1조 원을 무난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신세계 마산점, AK 원주점, 롯데 관악점, 현대 동구점, 롯데 마산점 등은 전년 대비 1~11% 매출 감소세를 보이며 약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럭셔리와 초저가…‘소비 양극화’ 반영

 

잘나가는 백화점들은 명품관에 사활을 걸고, 실적이 좋지 않은 백화점은 입점 매장 구조조정을 하는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내 명품(해외 유명브랜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동월 대비 지난해 8월 명품 브랜드 매출은 23.2% 증가했는데 이는 2012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난 ‘플렉스(돈을 쓰며 과시하다) 열풍’의 영향도 적잖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백화점업계는 프리미엄 강화 전략을 세우고 매장 개편에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창립 40주년 맞아 본점을 시작으로 잠실점, 부산본점 리뉴얼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백화점도 압구정점 에르메스 매장을 두 배 이상 확장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이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라 이 트렌드를 따라야만 수익이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품만은 오프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게 명품 브랜드에 열 올리는 백화점 업계지만 이러한 현상의 뒤편에는 ‘소비 양극화’가 견고히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대체로 이용하는 대형마트는 온라인 유통 채널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출이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산업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지난해 6월, 7월, 8월 매출은 전년 동월에 비해 3.9%​, 13.3%, 0.8%​ 줄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 행태가 ‘럭셔리’와 ‘초저가’로 양극화되고 있다. 불균형한 소비 행태를 해결하려면 우선 소득 양극화 해소돼야 한다. 1분위 근로소득이 줄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지방 경제가 안 좋아져 지방에 있는 백화점은 상황이 안 좋을 수 있다. 명품보다는 가성비 있는 제품으로 상품 배치를 바꾸고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인기 품목 중심으로 초저가 프로모션 행사도 자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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