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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다가오는데…회·생고기 새벽배송 아이스팩 하나로 괜찮을까

물량 늘면서 배송시간 지연 빈번해 신선도 유지 불안…업체 "보냉제 보강할 것"

2021.04.15(Thu) 15:20:45

[비즈한국] 언택트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며 새벽배송이 일상화됐다. 야채, 가공품뿐만 아니라 유명 맛집의 완조리 음식이나 시장 제품 등 상품군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집에서 다양한 음식을 배송받을 수 있다는 편의성에 주문량이 늘고 있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중소업체가 앞다퉈 뛰어들다 보니 음식의 신선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 맛집에서 판매하는 찌개 완제품이 보랭백에 담겨 새벽배송됐다. 신선도 유지를 위한 아이스팩은 녹은 상태였다. 사진=박해나 기자

 

#요즘 뜨는 ‘맛집배달’, ‘회 배달’ 직접 시켜보니

 

A 서비스는 지역별 유명 맛집의 음식을 새벽배송해 인기를 끌고 있다. 업체는 당일 들어온 고객의 주문을 취합해 맛집에서 음식을 픽업한 뒤 픽업 거점에서 상품을 모아 분류 및 포장한다. 저녁 중 배송을 시작하면 고객들은 다음 날 아침 주문 음식을 받을 수 있다.

 

A 서비스를 통해 찌개와 만두, 쌀국수를 주문해봤다. 각각 서울 대치동, 이태원, 충정로 유명 맛집의 상품이다. 14일 오후 7시 40분 배송 출발 연락이 왔고, 다음 날 아침 확인하니 집 앞에 주문한 상품이 도착해있었다. 상품은 15일 새벽 4시 배송이 완료됐다. 종이상자를 열어보니 보랭백으로 포장된 찌개가 들어있었다. 음식점에서 바로 포장해온 것처럼 일회용 용기에 담겨있어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유명 맛집의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은 매력적이다. 외출, 외식이 어려운 요즘 같은 때 소비자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업체에 따르면 A 서비스는 매달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쌀국수에 곁들이는 숙주나물은 시들해진 상태로 먹을 수 없었다. 사진=박해나 기자

 

하지만 다가올 여름을 위한 대비는 필요하다. 완조리 식품을 겨우 아이스팩 하나로 상온에 노출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 15일 오전 개봉한 상품 상자의 아이스팩은 모두 녹은 상태였다. 쌀국수에 들어가는 숙주도 시들해져 먹을 수 없었다. 

 

A 서비스는 냉장차를 이용해 배송하는 만큼 음식의 신선도에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A 서비스 관계자는 “배송은 콜드체인을 갖춘 협력업체를 이용한다”며 “제품에 맞게 보냉재, 포장재를 사용해 신선도 유지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제품을 픽업해 오는 차량의 경우는 냉장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일반 차량을 이용해 음식을 픽업 거점까지 이동시킨다. 또한 픽업 거점에서 여러 상품을 모아 배송 업체에 인수하기 전까지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도 적지 않다. 더운 여름엔 몇 시간의 상온 노출에도 음식이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A 서비스 관계자는 “픽업 차량이 냉장차는 아니지만 냉기를 유지할 수 있는 아이스팩, 보관 용기 등을 사용한다”며 “픽업 거점에서 배달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때는 냉장 보관을 한다”고 설명했다. 

 

제철 수산물과 회를 저렴한 가격에 당일 배송해 인기를 끄는 B 서비스도 직접 이용해보니 신선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B 서비스의 경우 냉장차가 아닌 일반 차량으로 상품을 배송한다. 배송 기사는 일반 밴 차량의 뒷좌석에서 상품을 꺼냈다. 종이상자에 담긴 회는 아이스팩 1개로만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차 안에는 배송 전인 다른 고객의 상품도 여러 개 쌓여있었다. 회, 수산물 등 극신선도가 필요한 상품을 일반 차량으로 배송할 경우 상온 노출 시간이 길어져 신선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B 서비스 관계자는 “출고 때까지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후 고객 배송 구간에서는 콜드체인이 없지만 배송 시간을 3시간 이내로 단축해 신선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에는 외부온도 변화에 따라 상자 내부를 10~15도 선으로 유지하도록 친환경 보냉재를 보강할 것”이라고 답했다. 

 

회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니 냉장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일반 차량으로 배송됐다. 사진은 배송 차량의 모습으로 뒷좌석에서는 배송 예정 상품이 쌓여있었다. 사진=박해나 기자

 

#“거래 방법만 규율할 뿐” 배달·배송 플랫폼 사업자 위생 관리는 사각지대

 

지난해 선보인 C 서비스는 가락시장의 상품을 서울 및 경기 지역에 당일 배송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오후 3시 이전에 주문하면 그날 저녁 7시 전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빠른 배송 서비스에 주문이 밀렸다. 수산물, 육류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고객의 호응이 높았다. 

 

주문량이 많지 않았던 서비스 초반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주문량이 늘자 배송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C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 고객 김 아무개 씨는 “1인용 광어회, 삼겹살 등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자주 구입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배송 받는 시간을 지정할 수 있었고 제때 도착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배송이 오래 걸렸다. 저녁으로 먹을 회를 주문했는데 새벽 1시 30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배송시간이 늦어지며 품질도 저하됐다. 한 번에 배송하는 물량이 늘다 보니 회, 육류 등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점차 상품의 질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고, 해당 서비스로 주문한 상품을 먹고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고객이 많아졌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C 서비스로 주문한 상품을 먹은 뒤 탈이 났다는 사례가 줄을 이었고 결국 C 서비스는 지난달 종료됐다. 

 

음식 관련 플랫폼 사업은 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위생관리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 지자체 위생담당 부서에서는 일반 음식점만 관리할 뿐 플랫폼 사업자는 관리대상이 아니다. 통신판매업 담당부서는 위생 관련 규율이 없다며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서울특별시 노동민생정책관 공정경제담당관 관계자는 “통신판매업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받는 법률을 적용받아 거래 방법에 대해서만 규율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위생업소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보니 별도로 위생 관리 지침을 주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음식 관련 배송, 배달 중소업체가 늘고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이나 규율이 없다. 지자체는 일반 음식점의 위생 관리만 담당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식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다. 배달, 배송 업체들이 식품 위생을 위한 신선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등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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