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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천하의 명동이…' 위드 코로나에도 회복 기미 안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 86% 감소로 매출 직격탄, 폐업 늘어…임대료 낮췄지만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

2021.11.05(Fri) 16:01:37

#1 명동에서 화장품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50대 A 씨는 오늘도 손님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창궐 전까지 1억 5000만 원에 달하던 월 매출은 현재 100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마저도 마진율 40%였던 상품을 5% 수준으로 낮춰 온라인 시장에 내놓은 덕이다. 매장 화장품 진열대 앞에는 택배 발송에 쓰는 상자가 가득 쌓였다. A 씨는 “화장품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해야 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염가에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 명동에서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하는 30대 B 씨는 2년 만에 직원 10명을 줄였다. B 씨는 코로나19 창궐 직전인 2019년 12월 가게를 열었다. 당시 가게는 외국인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뤄 직원 12명이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지금은 B 씨와 직원 한 명뿐이지만 손이 남는다. 현재 매출은 개업 당시의 10~30% 수준. B 씨는 “저녁 예약 두세 건을 제외하면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3 명동에 4층짜리 상가 건물을 보유한 70대 C 씨는 건물 1~2층을 1년 반째 놀렸다. 이곳을 4년 동안 빌려 쓰던 화장품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지난해 상반기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명동을 떠나면서다. C 씨는 임대 매물을 찾는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자 최근 건물 보수 공사를 시작했다. C 씨는 “공시지가는 국내 최고 수준인데 임대 수익 없이 보유세를 낼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전했다.

비즈한국이 3일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붐빌 시간이었지만 일대에서 손님이 들어선 상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건물에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붙었다. 상가 전체가 문을 닫은 골목 상권에서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연출됐다. 동료들과 거리를 지나던 한 중년 직장인은 “천하의 명동이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이냐”며 혀를 찼다.​

 

​서울 중구 명동 상가가 줄줄이 비어 있는 모습. 사진= 차형조 기자

 

현재 명동 상가 절반은 텅 비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명동 중대형상가의 공실률은 47.2%로 직전 분기보다 9.9%p 상승했다.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직전 분기와 같은 43.3%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공실률이 40%를 넘어선 상권은 명동이 유일했다. 이곳에서 영업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명동 전체 상가 공실률은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1층 점포만 따졌을 때는 55%를 넘어선다”고 전했다.

 

상인들이 사라진 이유는 주 고객층인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251만 9118명으로 2019년 대비 1498만 3638명(85.6%) 감소했다. 서울특별시관광협회가 운영하는 명동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방문객도 2019년 80만여 명에서 지난해 약 20만 명으로 줄었다. 2019년 서울 시내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를 찾은 303만 2358명 중 71%는 외국인이었다. 

 

내국인 매출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연구원이 신한카드 매출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명동에 있는 음식점과 소매업 매출액은 2019년 대비 2075억 원(26.2%​)  줄었다. 서울 전체 행정동 중 마포구 서교동(-2241억 원, -19%), 서대문구 신촌동(-2195억 원, -27.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감소액이다. 다른 결제 수단, 특히 명동 상권 주고객층인 외국인이 주로 현금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명동 상권의 실제 매출 감소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명동 ​한 ​중대형상가가 상가 폐업으로 나온 폐기물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차형조 기자

 

임대료는 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명동 중대형상가와 소규모상가 임대료는 2019년 4분기 대비 각각 20.1%, 1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주요 상권에서 임대료가 10% 이상 내린 곳은 명동이 유일했다. 하지만 ㎡당 임대료는 중대형상가가 199만 7000원, 소규모상가가 159만 4000원 수준으로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화장품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 씨는 “지난달 계약을 갱신하면서 2000만~3000만 원에 달하던 월 임대료를 30%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5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고 나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 일대 여느 상가처럼 억대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기 때문에 쉽게 폐업할 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고깃집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B 씨도 “1층 상가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 전 갱신 계약에서 임대료를 10%밖에 깎지 못했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떼고 나면 가져가는 몫이 100만 원도 되지 않는다. 자영업을 그만두면 무엇을 하겠나 하는 심정으로 버틴다”고 덧붙였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상권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발길이 끊기면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던 명동 상인들은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실도 절반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침체됐던 상권들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던 상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백신 접종자에 한해 외국인 입국 규제를 완화하고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상권이 회복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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