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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제' 두고 시끄러운 이유

업체마다 산정기준 달라 인하 효과 '글쎄'…전문가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도 어긋나"

2022.05.11(Wed) 10:31:45

[비즈한국] 윤석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10일 취임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5월 초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새 정부가 펼칠 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다. 금융 분야 국정과제에선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 향상’이 눈에 띈다. 여기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낸 각종 규제안이 담겼는데, ‘빅테크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주기적인 점검’도 그 중 하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빅테크의 간편결제 수수료율 조정 방안으로 공시 제도를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업체들 “수수료율 공개 실효성 의문”​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석열씨의 심쿵 약속’ 35번째 공약으로 ‘간편결제(페이) 수수료 부담 최소화’를 발표했다. 신용카드와 달리 빅테크 기업은 자체적으로 간편결제 플랫폼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보다 3배 이상 높아 소상공인의 부담이 크다는 것. 윤 대통령은 당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적용’ 원칙에 따라 빅테크 금융업에 대해 신용카드처럼 준수 사항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간편결제 수수료를 감독할 의지를 보였다. 1월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 플랫폼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간편결제 수수료를 합리적인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유도하고, 수수료 공시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직후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중소·영세 사업자의 수수료를 0.05~0.3%포인트 낮췄지만, 이들의 간편결제 수수료율은 1% 후반~3%대로 중소·영세 사업자 수수료율이 0.5~1.5%로 산정된 신용카드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새 정권에서 금융당국이 간편결제 수수료율 산정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의외로 인수위는 간편결제 수수료율 산정 대신 ‘공시’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국정과제 내용은 빅테크 기업이 소상공인에게 부과하는 간편결제 수수료를 공시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업 규율을 입법화해 가맹점 성격·서비스 범위에 따라 페이 수수료율을 정하겠다’던 과거 공약에 비하면 한발 물러난 형태다. 

 

그러나 수수료율 공시 제도를 두고 업계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간편결제 수수료율 조정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각자의 주장은 다르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결론은 동일하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전자금융업자는 177개 사로,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함께 하는 곳은 140개다(3월 17일 기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점유율이 높은 주요 간편결제 사업자로는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토스 등이 꼽힌다. 

 

간편결제 수수료율 공시 방안에 관해 전자금융업체 관계자는 “PG사의 수가 적지 않고 수수료 산정 기준도 업체마다 다른데 수수료율 공개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업체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여론도 있어 수수료율을 크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PG사를 겸하는 또 다른 전자금융업체​ 관계자도 “수수료 공시는 정부가 관여하거나 제재하기보단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카드사와 ‘동일 기능 동일 규제’라는 전제부터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결제뿐만 아니라 간편 인증 수단이나 쇼핑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수수료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완전히 기능이 같다고 볼 수 없다는 것. 금융당국도 이에 동의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 관련 질의응답에서 “간편결제와 신용카드는 수수료 구성, 제공되는 서비스 유형과 경쟁환경이 달라 직접 비교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간편결제는 결제 기능에 정산·호스팅·부가서비스까지 수수료를 받고, 신용카드는 결제에만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간편결제 업체들은 명시된 수수료 수준에 비해 가져가는 수수료는 적다고 주장한다. 간편결제 업체 관계자는 “카드 결제 시 카드 수수료를 제외하면 우리가 실질적으로 가져가는 수수료는 1% 내외다. 여기에 PG사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도 제외해야 한다. 선불지급 결제는 수수료 수익이 높지만, 카드 결제에 비해 이용금액 비중이 훨씬 적다”라고 말했다.

 

빅테크 간편결제 수수료율을 두고 카드사처럼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적용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 ​빅테크 규제 아닌 완화책”

 

한편 전문가들은 “수수료율 공시는 빅테크를 위한 규제 완화에 가깝다”라고 입을 모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간편결제사를 향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자체’는 맞는 방향이다. 간편결제사가 수수료 수익 얼마를 가져가든,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는 같지 않나. 수수료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 규제가 어렵다는 해석은 빅테크에 유리한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빅테크 간편결제 사업이 시장에 메기효과를 일으켜 전반적으로 수수료율을 내릴 것이라는 초반의 기대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빅테크가 과점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공시 제도는 의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간편결제 시장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각사의 주력 서비스가 달라 수수료에 차이가 나도 시장에서 선택받는 데엔 지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시 제도는 견제 효과가 떨어진다. 정책 목적이 소비자 보호와 권익 향상이라면, 빅테크의 편을 드는 이 같은 정책은 소비자에게 좋은 게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수수료율 공시 제도는 수수료 인하 효과를 낼 수 없다. 간편결제 업체(전자금융업체)는 금융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데, 수수료율이 공개된다고 이를 내리겠는가. 공시제도는 규제가 아닌 완화책에 가깝다”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만일 공시가 효과가 있다면 카드사 수수료율 또한 적격비용 산정이 아니라 공시하면 될 일”이라며 “카드사처럼 금융당국이 수수료를 산정에 개입하거나, 카드사의 적격비용 산정을 없애는 게 동일 기능 동일 규제”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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