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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확대에 채식도 트렌드로…비건 상표 쏟아내는 기업들

농심·엘지생활건강·풀무원·오뚜기 등 비건 상표 출시 경쟁…시장 확장 가능성 ‘긍정’

2022.06.23(Thu) 16:59:42

[비즈한국] 최근 기업들의 ‘비건’ 관련 상표출원이 경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 동물권, 가치소비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앞다투어 채식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1월 풀무원이 출원한 비건 관련 상표들. 사진=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2021년 5월 농심이 출원한 비건 관련 상표들. 사진=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

지난 6월 오뚜기가 출원한 비건 상표. 사진=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의하면 7일 오뚜기는 ‘헬로베지 hello veggie’를 출원했다. 풀무원은 3월 ‘플랜튜드’, ‘플랜포워드’를, 1월 ‘식물성지구식단’ 등을 출원했다. 작년 12월 농업회사 온쿡은 ‘하이베지’를, 작년 ​7월 신세계푸드는 ‘베러미트’를 등을 출원했다. 작년 11월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을 출원해 비비고 비건 만두를 출시했다. 

 

농심의 비건 사랑도 커지고 있다. 농심은 2월 ‘포리스트 키친’을 출원해 5월 비건 파인다이닝 ‘포리스트 키친’을 오픈했다. 작년 5월에는 ‘비거닝’, ‘비건파머’, ‘채린이’ 상표 등을 출원하기도 했다. 농심 계열사 태경농산은 2019년 ‘베지가든’을 출원해 현재까지 비건 식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롯데푸드 역시 2020년 5월 ‘롯데푸드 제로미트’를 출원해 시리즈 비건 간편식품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대체육 관련 상표도 마찬가지다. 작년 6월 에스와이솔루션은 ‘미트체인지’, ‘농부가 씨를 뿌린’ 상표 출원을, 작년 5월 위미트는 ‘wemeet’ 등을 출원했다. 식품 제조사 알티스트는 작년 11월 ‘고기대신 식물성 단백질 대체식품’, ‘참치대신 식물성 단백질 대체식품’ 등 상표를 출원해 다양한 대체육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의류 업계에서도 비건 상표출원 경쟁이 치열하다. 엘지생활건강은 4월 ‘DALY MOMENT VEGAN’, ‘COLOR VEGANS’, ‘VDL VEGANS’ 등 여러 개의 비건 상표를 출원했다. 신세계 계열사인 더블유컨셉코리아는 2020년 11월 6개의 ‘원더베지’ 시리즈를 출원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의 상표 출원도 활발하다. 의류제조회사 브이지티티는 3월 ‘베지터블테이블’을, 화장품 제조회사 본느는 4월 ‘Vegan Again’을 출원했다. 5월 뷰티엔팩은 ‘Vegan Chef’를, 클리오는 ‘MOOD VEGAN’을 각각 출원했다. 화장품 제조회사 참존은 ‘참존 비건 파인’ 등 3개의 비건 상표를 출원했다. 

 

개인이 출원한 상표도 많다. 2022년 개인이 출시한 상표는 ‘베지맨’, ‘모어베지’, ‘비건 스칼프 샴푸’, ‘아토비건’ 등으로 식품, 화장품 등 분야도 다양했다.

 

#상표 등록과 함께 상품 출시도 곳곳에서 이뤄져 

 

비건 상표 출원은 상품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농심과 풀무원은 출시한 상표를 이름으로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개인이나 소기업이 운영하는 비건 식당은 종종 있었지만,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비건 식당 사업에 뛰어든 건 처음이다. 

 

지난 달 농심이 오픈한 비건 파인다이닝 ‘포리스트 키친’의 메뉴 일부. 100% 식물성 재료가 사용된다. 사진=전다현 기자

 

대체육 시장도 커지고 있다. 베지가든의 식물성 대체육 제품, 대림의 ‘미트프리 비건 탕수육’ 등 대체육 상품이 늘었다. 해산물도 대체재가 나왔다. 오뚜기의 식물성 참치 통조림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 알티스트의 ‘비건 오징어링’, 베지푸드의 ‘비건새우’ 등이 그렇다.

 

비건 제품 출시는 식품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비건 화장품 역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오히려 식품보다 화장품에서 비건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아모레퍼시픽은 비건 시리즈 ‘이너프 프로젝트’를, 애경산업은 비건브랜드 ‘에프플로우’를 통해 비건 인증 제품을 늘리고 있다. 동아제약, 삼진제약 등 제약회사 역시 비건인증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비건’임을 광고하는 제품이 늘면서 소비자 신뢰를 위해 ‘비건 인증’을 받은 상품도 늘었다. 이에 지난 3월 한국비건평가인증원은 ‘K-Vegan’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다. 한국비건평가인증원은 비건 제품을 평가해 인증하는 민간 비건 인증기관이다.

 

#아직 규모도 모르는데 투자부터? 기업이 예측하는 비건 시장 규모는 

 

비건 제품이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아직 채식 시장의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는 않았다. 한국채식비건협회는 국내 채식 인구가 2008년 15만 명에서 2021년 250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MZ세대의 27.4%가 ‘간헐적 채식’을 하고 있다.

 

전 세계 비건 시장 규모 역시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를 2022년 173억 2000만 달러에서 2025년 208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추정’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채식주의자의 정확한 규모나 사업 가치 등에 대해선 명확히 추산되지 않았다. 채식이 확산하고 기업들이 이를 제품으로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이다. 

 

채식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비건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대부분 명확한 규모를 추산해 상품을 출시하기보다는 확장 가능성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이들은 비건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타진하고 있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최근 기존에 출시된 브랜드들을 모아 알리는 행사인 ‘비건 뷰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규모가 이렇다고 말할 수 없지만 여러 브랜드에서 비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현재 비건 제품을 메인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아직 시장 규모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있다고 보기에 하나의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대부분 ‘가치소비’에 주목하고 있었다.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비건 상품의 수요가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비건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소비자가 동물 실험 지양 등 가치소비를 하는 추세라 이에 따라 비건 제품을 출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역시 “규모를 구체적으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비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비건 상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비건 인증 제품들을 최근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이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이에 발맞춰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외국에는 ‘비건 열풍’이 한 차례 불었기에, 자연스레 국내로 뻗어올 거라 보기도 한다. 풀무원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계속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풀무원 4대 전략 중 하나가 ‘플랜트’이기에 외식사업 확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건 식품 제조 기술력을 이미 갖춘 상태에서 국내 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도 국내에서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전에 비해 간헐적 채식을 하는 사람이 확실히 증가했다. 이제 도입기라고 보고 있다. 유로모니터(글로벌 시장조사 회사) 기준 국내 시장은 111억 원 이상, 글로벌 시장은 7조 이상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 11% 정도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CJ에서도 비건 라인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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