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1회 투여로 완치를 내건 세포치료제의 장밋빛 미래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허들을 넘어 신약으로 허가받는 것보다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상업화의 벽이 더 높다. 깐깐한 인허가 규제, 좁은 비급여 시장의 한계, 취약한 소모품 공급망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제 업계가 직면한 상업화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본다.
세포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상업화의 핵심 패러다임이 신약 개발에서 생산 속도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 항체 의약품과 달리, 환자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해야 하는 세포치료제는 환자의 피를 뽑아 약을 만들어 다시 주입하기까지의 시간 단축과 수율 확보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생산문제·규제당국 장벽 넘으려면…CDMO 기업 협력 필요성 커져
중소 바이오기업으로서는 수백억 원이 드는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생산시설을 자체적으로 갖추는 것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을 해석하고, 이에 대응할 RA(인허가) 조직을 꾸리는 것까지 첩첩산중이다. 결국 한정된 재원 속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포치료제는 물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식약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품질 검증(CMC) 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업화가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의 메조블라스트가 개발 중인 줄기세포치료제 ‘라이언실’은 20년 이상 상업화 문턱을 두드렸지만 FDA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말 FDA로부터 임상 효능이 아닌 제조 공정의 일관성과 역가 시험법 최적화 미비를 이유로 세 번째 CRL(보완요구서한)을 받았고, 올 3월에야 승인 절차에 다시 진입했다. 세계적으로 세포치료제 기술 강자로 꼽히는 독일 메디진조차 상업화 단계의 막대한 규제와 비용 장벽 때문에 최근 자체 개발 전략을 파트너십 체제로 전환했다.
톱티어 바이오기업조차 원천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상업화 생산은 글로벌 CDMO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흐름이 대세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규제 장벽과 혹독한 속도 경쟁 속에서 원성용 GC셀 대표는 신약 개발부터 생산, 인허가까지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와 연대가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원 대표는 “소수의 글로벌 빅파마를 제외하면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완벽한 밸류체인을 자체적으로 갖춘 곳은 거의 없다”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밸류체인 전반에 강점을 가진 회사들이 뭉쳐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상업화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파마·벤처 품은 대형 CDMO…수주전 경쟁 격화
글로벌 CDMO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규제 대응 트랙 레코드를 앞세워 세포치료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장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1위 CDMO 기업 론자는 상업화 후기 단계의 세포치료제 프로젝트는 물론, 전 세계 75곳 이상의 세포치료제 고객사를 확보하며 대량생산 제조 역량에서 독보적인 수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카탈란트도 올들어 세포치료제 CDMO 계약 수주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호주 카테릭스와 iPSC(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 CAR-NK 세포치료제 상업화 계약을 확대했으며, 파킨슨병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인 에스바이오메딕스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초기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생산 공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자본 시장에서도 세포치료제 CDMO 사업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지난 7일 글로벌 사모펀드 GI 파트너스는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찰스리버의 CDMO 및 세포솔루션 사업부를 인수한 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제조 특화 기업 로즈 바이오솔루션을 출범하는 등 밸류체인 재편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국내 대표 기업들, 차별화 전략은?
글로벌 CDMO 기업 틈바구니 속에서 국내 대표 세포치료제 CDMO 기업들도 각기 다른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GC셀은 상업용 허가를 직접 뚫어본 인허가(RA) 경험을 최우선 경쟁력으로 삼는다. 2007년 간암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식약처의 승인을 받고 시판 중인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의 상업화 전주기를 경험했다. 여기에 미국과 호주에서 NK(자연살해)세포 치료제 ‘GCC2003’의 임상시험계획(IND)도 승인받은 바 있다. 이상 GC셀 RA팀장은 지난달 커스터머 데이 발표를 통해 “FDA의 페이스 투 페이스(Face-to-Face) 대면 미팅과 호주의 까다로운 수입 통관 절차(OGTR)를 직접 뚫어낸 노하우를 바탕으로 규제 대응 조직이 없는 고객사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바이오텍은 대규모 생산 인프라가 강점이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와 판교에 구축 중인 CGB(Cell Gene Biobank)가 세포치료제 CDMO 사업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포치료제의 필수 원료인 바이럴 벡터를 대량생산해 맞춤형 자가 치료제의 한계를 넘고 대량생산이 필수적인 ‘동종(Allogeneic)’ 기성품 치료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동결 보존’ 기술을 확보해 투약 직전까지 엄격한 콜드체인(초저온 유통)을 유지해야 하는 세포치료제의 유통 문제는 물론, 생산비용 절감 문제도 해결했다.
이엔셀은 유전자치료제 생산의 두 축인 바이러스 벡터와 세포를 한 곳에서 생산함으로써 생산 및 개발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두 원료를 분리 생산할 때 생기는 물류 리스크를 없애 전체 생산기간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단축했다. 삼성서울병원 스핀오프 기업으로 임상 현장과 연계성이 높고 글로벌 빅파마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의 국내 위탁생산도 맡고 있어 글로벌 수준의 품질관리 역량을 쌓고 있다.
세포치료제 상업화는 이제 누가 더 큰 공장을 가졌느냐의 일차원적인 경쟁을 넘어, 누가 더 정교하게 공정을 설계하고 규제의 미로를 헤쳐 나가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하고 있다. 혁신 기술이 실험실의 성과를 넘어 환자의 일상이 되기까지, K-바이오 CDMO는 단순히 생산만을 담당하는 것을 넘어 상업화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셰르파’로 진화하고 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
[현장] 진양곤 HLB 의장 "항암제 개발 20년, 이제 꽃 피울 것"
·
[세포치료제 상업화 전쟁] ① 박지성 무릎 살린 '기적의 신약' 정체는?
·
황우석·인보사 그늘서 9년, '꿈의 항암제' 국산 세포치료제 다시 기지개
·
[무늬만 영양제] ③ 식약처 '쌍둥이 마크'에 '건기식' 흉내 내는 건강식품
·
[무늬만 영양제] ② 건강식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
[무늬만 영양제] ① 먹는 알부민이 '30만 원짜리 조미료'인 까닭





















![[주간 코인플릭스] 26년 20주차 암호화폐 상승률 1위 '인젝티브'](/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