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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관치' 딜레마 빠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소액주주 환호한 현대백화점 분할 반대…관치 논란 제기된 KT CEO 재선임

2023.02.17(Fri) 10:42:24

[비즈한국]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딜레마에 빠졌다. 앞서 금융당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기와 맞물려 소유분산기업(특정 대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하면서 불거진 ‘관치금융’ 논란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으로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에서 겨우 벗어나려던 차에 ‘연금관치’라는 비판을 마주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에서 겨우 벗어나려던 차에 '연금관치'라는 비판을 마주하게 됐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 지역본부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연금관치’ 논란은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두고 불거졌다. KT의 최대주주(지분 9.95%)인 국민연금이 구현모 현 KT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최종 추천한 것에 공정성 시비를 제기한 데 이어, 대통령이 나서서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언급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KT 이사회는 지난 9일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확정했던 지난 의결을 백지화하고, 후보를 원점에서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KT는 “주요 이해관계자 등이 요청하는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방향에 부합하고자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사회 논의 끝에 공개경쟁 방식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초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해오던 KT 새노조와 시민단체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쪼개기 후원’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 대표의 셀프연임을 비판하며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정권의 ‘KT 흔들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연금의 개입이 더 이상 달갑지만은 않게 된 것. 

 

이에 KT새노조는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노조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구현모 사장의 연임을 반대해왔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에 근거한 개입을 크게 환영했지만 최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KT를 비롯한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정치권 외풍의 명분이 되어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한 인사는 “오너가 있는 대기업은 건드리지 않고, 주인없는 소유분산 기업만 건드리겠다는 것은 스튜어드십코드라 볼 수 없다”며 “주인없는 기업을 흔들어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KT가 정치권 외풍에 흔들리면서, 당초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의 개입을 요구하던 KT새노조와 시민단체가 새로운 우려를 떠안게 됐다. 사진은 구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제1회 양자 기술 최고위 전략대화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 질의에 응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금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 역시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충실 의무를 다하는 것을 뜻하는 만큼 기업의 소유분산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소유분산 기업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은 사실상 관치영역으로 끼어들만한 여지가 있는 곳은 다 관치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편향성을 띄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기금위 위원을 추천하는 단체가 사용자단체와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로 구성돼 있는 데다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의결권 행사 가부가 기금운용위원회로 올라가지 않아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의 독립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KT에 대해서도 수탁위가 협의한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산하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등 3개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최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안건이 무산되는데 큰 역할을 하며 ‘연금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현대백화점 지분 8.03%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분할이 대주주 지배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 결과 안건은 찬성이 약 1.8%p 모자라 부결됐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지만, 국민연금의 반대표로 찬성이 64.9%, 반대가 35.1%를 기록한 것. 이에 현대백화점은 주총 후 입장문을 내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온 지주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분할 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그간 오너의 전횡에 의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에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결정을 해 기업의 독주를 막아준 것은 고맙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민연금 역시 수익을 올려야 국민 노후가 보장되는 만큼, 주주의 권리가 보장되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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