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로펌은 법률 서비스 시장 2.5조 원 시대를 열었다.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제외한 상위 9개 로펌의 매출 합계가 처음으로 2조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전년 2조 3429억 원 대비 10.5% 증가한 규모다. 2024년 전년 대비 13% 넘게 성장한 데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가파른 외형 성장은 전통적인 송무 시장의 성장 때문만은 아니다. 고용과 노동, 공정거래와 ESG 등 이재명 정부의 기업 규제가 늘어나면서 “단순 민·형사를 넘어선 기업 규제 자문과 고도화된 송무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 정부 ‘강화’된 가이드라인이 로펌엔 수익으로
세종(18.0%), 태평양(12.4%), 화우(12.5%) 등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로펌들은 공통적으로 고용·노동, 공정거래, ESG, 개인정보 등 기업 규제 대응에 집중한 곳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이제 기업들은 사건이 터진 뒤 로펌을 찾는 경우보다, 사전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자문’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한다. 로펌 매출에서 자문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송무 수임료를 위협할 정도로 급증했다는 게 근거다.
이에 따라 매출이 오르는 분야로 대형 로펌들의 인재 영입 리스트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검찰과 법원 출신의 ‘전관’을 얼마나 잘 영입했느냐를 놓고 경쟁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규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부처 출신 자문위원들이 로펌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출신의 인기가 상당하다. 규제 당국의 내부 메커니즘을 꿰뚫는 전직 관료 영입이 ‘자문과 부처 소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 특히 이재명 정부의 노동 정책 강화 기조로 인해 노동부 출신 인사들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잇달아 로펌에 영입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안경덕 전 고용노동부 장관(광장), 박화진 전 차관(태평양), 임서정 전 차관(화우) 등이 대형 로펌에 영입됐다. 특히 임서정 전 차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도 거론됐다.
진보 정부 출범 때마다 힘이 실리는 공정위도 선호도가 높다.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해 공정위 출신 변호사를 영입했고, 광장도 최무진 전 공정위 국장, 이숭규 전 공정위 과장을 영입했다. 세종은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기수 전문위원을 품었다. 금감원의 경우 지난해에만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율촌, 세종, 바른 등 대형 로펌으로 모두 12명이 이직했다. 이처럼 검찰과 법원이 아닌 ‘규제 부처’ 출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기업 수요’를 기반으로 한다는 설명이다.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기업들이 법적 대응 전, 정부 부처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부처 대응 단계에서 기업의 입장이나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부처에서 평이 좋거나 에이스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로펌들의 러브콜이 상당하다”며 “부처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새로운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 기업들이 부처 분위기를 읽고 정확한 기업 대응 전략을 제시해줄 전문가를 원한다. 이로 인해 공정위와 금감원, 노동부와 국세청 출신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 지고, 경찰 출신 뜨고
올해 폐지가 예정된 검찰 전관 수요는 역대급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수사권 조정 이후 주요 경찰서에서 실무를 총괄한 베테랑 수사관들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경찰 단계 무혐의’를 끌어내는 전략도 새로운 로펌들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경찰 출신 자문위원들은 과거 함께 근무했던 경찰들을 상대로 로펌 의뢰인의 사건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변호사의 의견이나 법리적인 입장을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물밑에서 돕는다.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보니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전관(함께 근무한 인연)’을 잘 활용할 경우 로펌 입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낸다는 평이 나온다.
또 다른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아예 경찰 출신 변호사와 자문위원 중심의 ‘경찰팀’을 꾸린 로펌들이 대부분”이라며 “과거에는 검찰팀에 속해서 일했다면 이제 아예 경찰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경찰 출신’이 법조계에서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 역시 “강남이나 서초처럼 ‘사건 규모’가 큰 경찰서 수사과 경험이 굵은 이들은 로펌들에서 자문위원으로 모셔가려고 한다”며 “이들 중 일부는 출퇴근을 할 필요도 없이 일정 수준의 월급+성과급으로 계약한다. 의뢰인 사건이 오면 처리 방향과 분위기를 읽는 역할만 하는데 이들이 고객들에게 주는 정보의 가치는 크다”고 덧붙였다.
40대 중반 변호사는 “로펌의 인력 구조 변화는 로펌이 논란이 불거진 뒤 대응에 나서던 법률 대리인에서 종합적인 전략 컨설턴트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로펌의 영입 리스트에서 검찰 출신이 밀려나고 공정위·노동부·금감원·국세청·경찰 출신이 상단을 차지하는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김건희 집사' 연루 IMS모빌리티, 재판 앞두고 이사진 변동
·
"종묘는 맞고, 태릉은 틀리다?" 개발 둘러싼 서울시 '상반된 잣대'
·
특사경 수사 지휘 검사 떠난다…방시혁 하이브 의장 수사 결과는 언제?
·
[단독] '탈세 논란' 차은우, 법인 지분 100% 본인 소유
·
'검찰 해체' 공백 메우나…금감원 특사경에 '인지 수사권' 부여 검토





















![[AI 비즈부동산] 26년 1월 5주차 서울 부동산 실거래 동향](/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