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성공 모델은 프랜차이즈’라는 말이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 간의 갈등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낯설고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일정 부분 사실에 가깝다. 프랜차이즈는 단순한 영업 방식이 아니라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과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한 복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인 확장 장치 중 하나다.
프랜차이즈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상품과 서비스 모델을 활용한다. 가맹본부 입장에선 가맹점 사업자의 자본과 현장 역량을 결합해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반대로 가맹점 사업자는 독립 창업의 위험을 줄이면서 브랜드 신뢰, 운영 매뉴얼, 물류·마케팅 시스템, 교육 체계를 활용해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기반 위에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프랜차이즈는 자본·노하우·위험을 분산시키면서 성장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상호 의존적인 경제적 파트너십 모델에 가깝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신규로 개설되는 매장의 상당수가 프랜차이즈 형태이고, 장기간 생존하는 매장 역시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통해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가맹본부가 표준화된 운영과 공급망 관리를 통해 일관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식업 및 식음료 분야의 프랜차이즈는 사모펀드의 집중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고객 접점이 많아 브랜드 확장이 용이하고, 현금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운영 효율화와 관리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성공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 등이 있다.
앞으로 창업 시장에서 프랜차이즈의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과거와 달리 프랜차이즈 분야의 법적 이슈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추세다. 그러한 보도 중 최근 가장 널리 알려진 쟁점은 이른바 ‘차액가맹금’ 분쟁이다. 판례부터 보자면, 피자 프랜차이즈 A사 사안에서 대법원은 2026. 1. 15.자 선고로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수취할 계약상 근거가 없고 묵시적 합의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맹점 사업자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인용했다.
한편 대법원의 2026. 1. 29.자 선고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B사 사안으로, 가맹계약에 따르면 가격 변경이 필요한 경우 가맹점 사업자와 가맹본부 간 협의를 거쳐 변경할 수 있는데 비록 서면 제시와 협의가 없었더라도 사후적·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가맹본부가 인상된 물품 대금을 수취한 것은 정당하다며 가맹점 사업자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선 두 판결은 겉으로는 상반된 결론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기준을 다른 사실 관계에 적용한 것에 가깝다.
국내 프랜차이즈의 사업 구조를 살펴보자.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으로 지정한 품목에서 가맹점 사업자가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대가 중 적정한 도매가격을 초과하는 대가를 말한다. 쉽게 말해 매장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가맹본부가 수취하는 마진이다. 국내 프랜차이즈는 이러한 원·부자재 유통 마진과 물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경향이 있었다. 학계나 시민단체는 해외 사례를 들어 가맹본부는 로열티로 수입을 확보하고, 가맹점 사업자는 협동조합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지정이 가맹점의 동일성 유지 및 품질 관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을 경우 이를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제재를 부과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 왔다. 나아가 2018. 4. 3.자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령은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을 기재하도록 해 가맹점 사업자가 차액가맹금에 대해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개정 법령,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법원의 판결이 관통하는 주제는 간명하다. 물품 공급을 통한 과도한 재원 확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의 A사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함으로써 차액가맹금 수취를 정당화할 수 있는 묵시적 합의는 제한적으로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 가맹계약의 경우 가맹본부가 정보력이나 교섭력 면에서 가맹점 사업자에 비해 상당한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고, 통상 약관 형태의 가맹계약서를 통해 가맹계약이 체결되고 있으며,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 가맹계약 체결 전에 계약의 주요 내용이 적힌 가맹계약서를 교부하고 있다.
○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가맹계약 과정에서 가맹계약에 관해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 사이에 가맹점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가맹계약 체결 경위와 전체적인 내용, 가맹점 사업자에게 그와 같은 묵시적 합의 체결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여부, 가맹본부가 법적 불확실성이나 과징금 부과 등 불이익을 무릅쓰면서까지 합의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 그로 인한 가맹점 사업자가 입은 불이익의 정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맹본부의 유통마진 수취를 전면 부정해야 할까? 구체적인 타당성을 확보할 방법은 없을까? 햄버거 프랜차이즈 B사 사안에서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가맹본부의 인상된 대금 수취를 정당하게 봤다. 이유는 물대 인상에 대해 가맹점 사업자들이 사후적·묵시적으로 동의한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A사 판결에서 묵시적 합의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B사 사안에서는 사후적·묵시적 동의를 인정한 것이다. B사의 경우 가맹점 사업자들과 물품 대금 인상 요인과 금액에 대해 협의를 거쳤다는 점, 가맹점 사업자들이 협의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실제로 원가 인상 등으로 물품 대금 인상 사유가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과다.
결론적으로 가맹본부의 유통·물류 마진 수취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 다만 객관적인 단가 산정 기준이 있고, 그 과정에서 가맹점 사업자들과 충분하고 진지한 협의를 거쳤다면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핵심은 수익 구조 자체가 아니라 그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한 법률 해석을 넘어, 가맹사업 구조를 이해하고 실제 현장의 갈등을 다뤄본 경험이 축적돼야 가능한 영역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규제와 분쟁 역시 복잡해질 것이고, 결국 전문성의 격차가 시장의 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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