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원자로, 전기 넘어 '열'까지 공급…중국 '고온가스로' 상용 본격화

석유화학, 철강서 활용도 높아…한국은 개발 초기 단계 "속도 내야"

2026.02.02(Mon) 16:51:43

[비즈한국] 원자로의 역할이 전력 생산을 넘어 산업 공정용 열 공급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세계 최초로 4세대 원자로인 고온가스로(HTGR)를 대규모 산업 단지와 연계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석유화학과 철강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탈탄소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반면 한국은 이제 민관 협력 단계에 진입해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 장쑤성 쉬웨이 원자력 열병햡발전소의건설 현장. 사진=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웹사이트

 

#중국, 세계 최초 산업용 고온가스로 건설 시작

 

1월 16일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는 장쑤성 롄윈강시에서 ‘쉬웨이 원자력 열병합발전소’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중국이 독자 설계한 3세대 가압경수로인 ‘화룡 1호’ 2기와 4세대 고온가스로 1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다. 세계 최초로 가압경수로와 고온가스로를 결합한 원전이자, 4세대 원자로 기술의 최초 산업용 상용화 사례가 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열을 직접 산업용 증기로 변환해 인근 쉬웨이 석유화학 단지에 공급하는 것이다. 화룡 1호가 생성한 열로 1차 증기를 만들고, 이를 고온가스로가 재가열해 700도 이상의 초고온 증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완공 시 연간 3250만 톤의 산업용 증기와 115억 kWh 이상의 전력을 동시에 생산하게 된다. 이는 연간 726만 톤의 석탄 소비를 줄이고 196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고 CNNC는 밝혔다.

 

#석유화학·철강의 새 열원

 

고온가스로는 냉각재로 물 대신 헬륨 가스를, 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다.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은 제조 공정에서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기존 원자로는 생산 가능한 증기 온도가 낮아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고온가스로는 700도에서 최고 950도에 이르는 초고온 열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용 열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주로 나프타 분해 공정(NCC)에 이 열을 활용한다.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얻으려면 8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한데, 고온가스로가 이 열을 공급할 경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지난 1월 28일 여수상공회의소에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석유화학산업 부흥을 위한 고온가스로 활용 방안 토론회’에서 박인철 롯데케미칼 상무는 “현재 에너지 비용이 매출액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 열원을 고온가스로로 대체할 수 있다면 탄소 저감과 함께 공정의 경제성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철강 산업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탄소 중립의 핵심으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HyREX)’은 유연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한다. 이때 수소와 철광석이 반응하기 위해서는 800도 이상의 고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물을 열화학적으로 분해해 대량의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고온가스로의 열이 필수적이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 여건과 해외 수소 도입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전을 병행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온가스로는 750도 이상의 고온 열과 무탄소 전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고온수전해 수소 생산, 암모니아 크래킹 등을 통한 청정 수소의 안정적 대량 생산에 활용 가능한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온가스로가 산업 단지 인근에 건설될 수 있는 배경은 이전 세대 원자로 대비 압도적인 안전성에 있다. 고온가스로에 사용하는 피복입자 핵연료인 ‘트라이소(TRISO)’는 3중 세라믹 코팅 핵연료를 사용하여 1600도 이상의 극한 상황에서도 방사성 물질을 완벽히 가두어 둔다.

 

또한 냉각재인 헬륨은 화학적으로 불활성 기체여서 폭발 위험이 없고, 사고로 냉각 기능이 상실되더라도 흑연 감속재의 높은 열용량 덕분에 온도가 매우 천천히 상승한다. 사고로 이어지더라도 별도의 냉각 장치나 전원 없이 열복사나 공기 중의 열 전도만으로 자연 냉각되어 노심 용융 사고의 위험이 사실상 없다. 이러한 높은 안전성 덕분에 산업 단지 인근에 건설하여 열을 직접 전달하기에 최적화된 원자로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갈 길 멀어

 

1월 28일 여수 상공회의소에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석유화학산업 부흥을 위한 고온가스로 활용 방안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철현 의원 페이스북


중국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것과 달리 한국은 초기 연구 개발 단계에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스마트파워, SK에코플랜트, 롯데케미칼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고온가스로 개발에 착수했다. 1월부터 기본설계 수행에 들어갔으며 향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실증로 건설 및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고온가스로는 현재 연구개발 초기 단계”라며 “공정에 사용되는 열원을 대체해 탄소 저감에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온가스로 개발은 2030년대 중반 실증과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건설을 시작했고 미국 엑스에너지 컨소시엄도 다우케미칼 공장에 고온가스로 설치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뒤처진 상황에서 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핫클릭]

· "종묘는 맞고, 태릉은 틀리다?" 개발 둘러싼 서울시 '상반된 잣대'
· 특사경 수사 지휘 검사 떠난다…방시혁 하이브 의장 수사 결과는 언제?
· '데이터센터 옆 원자로' 메타가 원자력을 낙점한 속사정
· 고리 2호기 2033년까지 연장 결정에 시민사회 "위험한 선택"
· [단독] '체코 두코바니 효과' 해외 원전 수주액, 역대 최대 경신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