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GS리테일이 SSM(기업형 슈퍼마켓) 가맹 확대에 나서면서 GS25 가맹점주와의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GS25 매장 인근에 자사 SSM인 GS더프레시를 출점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편의점주들은 GS더프레시의 근접 출점에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GS더프레시 출점, “편의점 매출 130만 원 줄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GS25를 운영하는 점주 A 씨는 인터뷰 중 몇 번씩이나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기서 보면 GS더프레시 포스기까지 다 보인다. 이건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라고 푸념했다. A 씨가 운영 중인 편의점과 GS더프레시는 20m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편의점 내에서 건너편 마트를 오가는 사람들과 상품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가깝다.
비즈한국이 A 씨와 만난 날은 건너편 GS더프레시가 오픈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오픈행사가 한창인 매장에는 직원들이 바삐 움직였고, 손님도 끊임없이 오갔다. A 씨는 “어제 GS더프레시가 문을 열고 편의점 매출이 전주 대비 130만 원 줄었다. 객수는 150명 감소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해당 매장을 인수해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한지 6개월이 되던 지난해 12월 손님을 통해 건너편에 GS더프레시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원래 동네슈퍼마켓이 운영되던 자리였다. 슈퍼가 빠진 자리에 뭐가 들어오는지 몰랐는데 손님이 와서 ‘GS더프레시가 생긴다는데 괜찮냐’고 말하더라. 너무 깜짝 놀랐다”라며 “담당 OFC(영업관리직원)에게 물었는데 그분도 모르고 있었다. 편의점과 슈퍼 사업부가 달라 공유가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근 GS25 가맹점주 사이에서 GS더프레시 출점으로 피해를 보고 있단 불만이 커지고 있다. 편의점과 겨우 100~200m 떨어진 거리에 GS더프레시가 출점하며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충북에서 GS25를 운영하던 B 씨는 월매출을 확인할 때마다 한숨이다. 그는 “지난해 매장 근처에 GS더프레시가 출점했다. 그 뒤로 편의점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월 매출이 GS더프레시 출점 전과 비교해 10%가량 떨어진 상황이다. GS리테일이 말하는 상생이 이런 거냐. 내년에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브랜드로 바꿀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작년 8월 B 씨의 편의점에서 200m가량 떨어진 거리에 GS더프레시가 문을 열었다.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던 타사 슈퍼마켓이 폐업하면서 GS리테일이 해당 자리를 임대해 GS더프레시를 출점한 것이다. 그는 “슈퍼가 들어올 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GS더프레시가 생길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간판을 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본사에서는 동일 상품을 취급하는 GS더프레시가 출점하는 것에 대해 협의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GS더프레시-GS25 출점 거리 제한 없어, 슈퍼 자리 양도 시 동의서도 받지 않아
GS리테일은 지난해부터 GS더프레시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GS더프레시 점포수는 434개로 전년(378개)보다 56개 늘었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진입한 만큼 GS리테일이 SSM 출점으로 수익 확대를 모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편의점은 담배권 출점 거리가 50~100m로 제한돼 신규 출점이 어려운 반면, SSM 가맹점은 거리 제약 없이 출점이 가능하다. GS리테일 측은 향후 계속해서 GS더프레시 출점을 확대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GS더프레시와 GS25의 근접 출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GS리테일이 GS25 인근에 무차별적으로 GS더프레시를 출점하고 있어,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생존권을 위협 받는다고 주장한다. 한 가맹점주는 “슈퍼와 편의점은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다. 편의점 앞에 슈퍼를 출점하는 것은 편의점 매출을 박살내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이런 식이라면 GS더프레시 근처 GS25는 모두 폐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GS리테일 편의점·슈퍼 출점 규정을 보면 GS리테일은 편의점-슈퍼 간 출점에 거리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편의점과 100m 이내 GS더프레시를 출점할 경우에만 해당 편의점 경영주의 동의서를 받도록 정했다. 그마저도 기존에 다른 슈퍼가 운영 중이던 자리를 인수한 경우라면 인근 편의점주의 동의서 수취는 생략된다.
GS리테일 측은 “슈퍼-편의점간의 상권 보호 거리를 설정해 운영 중이며, 보호 거리 내 신규 출점이 필요한 경우 가맹점에 사전 동의를 받는 절차를 수행하고 있다”며 “원래 슈퍼가 운영되던 곳은 이미 고객층이 슈퍼와 편의점으로 분리됐다고 판단한다. 기존 상권을 침해하는 형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동의를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GS25 가맹점주들은 타사 SSM이나 일반 슈퍼가 영업 중일 때와 GS더프레시 운영으로 받게 된 매출 타격에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가맹점주는 “GS더프레시와 GS25는 판매 상품의 80%가량이 겹친다. 삼각 김밥이나 도시락, PB상품 등 편의점의 주력 상품도 GS더프레시에서 동일하게 판매되고 있다”며 “같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단가는 더 낮다. 내가 손님이라도 편의점 대신 슈퍼를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도 “일반 슈퍼가 인근에서 운영될 때는 크게 신경을 안 썼다. 편의점은 1+1 행사 등의 프로모션 혜택 때문에 찾는 손님이 많은데, 일반 슈퍼는 행사 내용이 다르지 않나. 하지만 GS더프레시는 행사 내용까지 비슷하다. 편의점 죽이기가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일 업종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계열사 간 근접출점을 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마트는 2018년 노브랜드 전문점을 자사 편의점인 이마트24 인근에 출점해 논란이 됐다. 이마트는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노브랜드 전문점의 가맹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한 가맹점주는 “본사 입장에서는 슈퍼에서 매출이 나든 편의점에서 나든 상관없으니 이런 식의 출점을 하는 것이겠지만 소상공인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상품을 한 개라도 더 팔아보겠다고 전전긍긍하는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생각한다면 이런 식의 출점은 중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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