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6월 27일 정부는 치솟는 집값과 가계부채 억제를 명분으로 전격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주택 구입 시 6개월 내 실제 입주 의무를 부과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등의 사상 초유의 초강력 규제였다.

예고 없이 쏟아진 대책에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고, “이제 진짜 집 못 사는 것 아니냐”는 실수요자들의 탄식이 커졌다. 며칠 사이 주택 거래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은행들은 규제 적용을 위해 대출 상품을 급히 조정하는 등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의도대로라면 이번 대출 규제로 투기 수요를 억누르고 과열된 집값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이번 조치로 수요 위축과 함께 단기적인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그 이상으로 크다. 갑작스러운 규제 폭탄은 정작 서민·실수요자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으며, 시장 전반에 풍선효과와 거래 절벽 등의 후폭풍을 낳고 있다. 나아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이주비 대출까지 옥죄면서 도심 주택 공급마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의 역풍…실수요자에 치명타, 현금 부자만 미소
정부는 이번 대책이 “강남 3구 등 집값 과열 지역을 정조준”했다고 설명하지만, 그 여파는 전체 실수요자들에게 광범위한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무엇보다 집값 대비 현금 비중이 높지 않은 중·저소득층, 20~30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문턱이 크게 높아졌다.
예컨대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대출은 최대 6억 원까지만 가능해지면서, 서울 평균 분양가 15억 원대 아파트를 사려면 9억 원이 넘는 현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신규 아파트의 경우 평균 분양가 15억 7800만 원일 때 실수요자는 6억 원을 대출 받고도 약 9억 7800만 원의 현금을 추가 조달해야 한다.
중소형 면적인 전용 59㎡조차도 분양가 평균 11억 8000만 원 수준이라 거의 6억 원에 가까운 자기자본이 없으면 청약조차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수도권 인기 단지일수록 이 문턱은 더욱 높다. 가령 곧 분양 예정인 송파구 재건축 단지 ‘잠실 르엘’의 전용 84㎡ 분양가가 약 20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당첨자에게 요구되는 자체 자금이 14억 원을 넘게 돼 “현금부자 아니면 못 버틴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의 대출 한도 6억 원 제한 조치로 서울 아파트의 74%가량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에는 소득과 주택가격에 따라 수억 원대 대출이 가능했던 강남·서초구 등지의 수요자들도 이제는 6억 원 초과분은 전부 현금으로 충당해야 하기에,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층의 매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생애 최초 구입자나 무주택 서민들을 겨냥한 혜택마저 축소된 점도 문제다.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 무주택자가 받던 LTV 우대한도는 80%에서 70%로 하향 조정되었고,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조차 일률적인 6억 원 한도를 적용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출 의존도가 높은 청년·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가 사실상 걷어차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 15억 초과 주택에 대출을 막았지만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결국 돈 없는 사람만 잡히고 현금 부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자산이 넉넉한 상류층은 현금 동원력으로 규제를 우회할 수 있지만, 자산이 적은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입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역풍을 맞고 있다.
이번 규제가 기존 주택 소유자의 주택 갈아타기까지 막아, 실수요자 피해를 가중시킬 가능성도 높다.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7월 1일부터 추가 시행되면서 차주의 상환능력을 더욱 보수적으로 산정하다 보니, 앞으로는 6억 원 ‘최대치’마저도 온전히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금리 상승 위험을 반영하여 계산하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이전보다 약 15~20% 추가 축소될 전망이며, 이는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사려던 평범한 가장들의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고 있다. DSR 규제 발표 직전 6월 한 달간 가계대출이 7조 원 이상 급증할 정도로 ‘막차 수요’가 몰린 것도 이런 절박감의 반영이었다.
막차를 놓친 다수의 예비 구매자들은 이제 한층 높아진 대출 문턱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을 미리 사지 말걸 그랬다”는 자조와 함께, 일부는 이미 체결한 매매 계약을 자금 부족으로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수요자를 돕겠다던 정책이 오히려 실수요자를 가장 크게 옥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규제로 공급까지 얼어붙나…이주비·중도금 대출 제한의 부작용
이번 6·27 대책의 여파는 부동산 시장의 수급 구조 전반에 걸쳐 부정적 파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주택 공급 측면에서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명목으로 분양 시장의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에도 6억 원 상한을 적용했다. 그 결과, 앞으로 분양가가 높은 단지에서는 당첨자가 입주 시까지 마련해야 할 현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청약자들은 당첨되더라도 입주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실제 사례로, 6월 27일 분양공고를 낸 서울 성동구 ‘오티에르 포레’ 재건축 단지는 운 좋게 기존 규정을 적용받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84㎡ 분양가 24억 원 중 중도금으로 빌린 14억 원 가운데 8억 원을 잔금 시까지 상환하지 않으면 입주를 못 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잔금대출로는 6억 원만 전환 가능하고 나머지 중도금 대출액은 입주 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분양에 들어가지 않은 단지들은 애초에 중도금 대출 단계부터 6억 원 제한이 적용되어, 분양가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 단지일수록 사실상 현금 부자만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향후 신규 분양시장 위축과 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반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분양하기 어려워지고, 자칫 분양 흥행에 실패하면 공급 일정을 늦추거나 취소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규제 이후 청약 경쟁률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 퍼지며, 일부 예정되었던 ‘로또 청약’ 단지들의 일정이 지연되는 등 건설사들 사이에 초긴장 상태가 나타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6·27 대책에서 정비사업 조합원들에 대한 이주비 대출 규제도 함께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전 단계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중 2주택 이상 보유한 경우 이주비 대출을 아예 금지하고, 무주택 조합원(조합원 자격은 있으나 별도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이주비 대출 한도를 6억 원까지만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기존 주택을 헐고 이주해야 하는데 필요한 이주비 마련에 큰 제약이 생긴 셈이다. 특히 서울 등 도심 재개발 지역은 기존 집값이 높아 6억 원 이주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다주택 조합원은 대출이 막혀 아예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주비 대출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으면 조합원 이주 동의가 지연되고 결국 사업도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도심 주택 공급 위축으로 직결된다. 재건축·재개발은 서울 등지의 중요한 신규 주택 공급원인데, 사업 속도가 느려지거나 무산될 경우 향후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새 아파트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약 4만 6700가구에서 내년 2만 4000여 가구로 반 토막 날 전망이며, 전국적으로도 2025년 입주 예정 물량이 전년 대비 10만 가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비사업 이주비까지 틀어막으면 주택난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 시장에 대한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 세입자를 들여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충당하는 관행이 차단됐다. 대출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로 인해 내 집 마련 후 일단 들어가 살아야 하므로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전세 대출보증 한도도 90%에서 80%로 축소되어 세입자가 대출받아 마련할 수 있는 보증금 규모도 줄어들었다. 이는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가중시킬 소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자금 대출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리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고, 금리인하 기대와 맞물려 전셋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다. 결국 실수요 서민층은 집 사기도 어렵고 전세 구하기도 팍팍한 이중고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일변도는 한계…근본 해법은 공급 확대
정부는 대출 규제 강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구조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부작용만 키울 위험이 높다. 우선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급작스러운 규제였다.
규제만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그 부담은 오롯이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억제책과 함께 공급 확충이라는 양면 전략이 필요하다. 일시적 거래 침체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건강한 주택시장 질서를 세우려면, 수요에 맞는 충분한 주택 공급과 실수요자를 위한 정교한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풍선효과, 거래 절벽, 공급 위축, 전세난 등 수많은 후유증을 낳으며 결국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뿐이라는 교훈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과유불급이다.
이제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실수요자 보호와 주택 공급 확대를 중심에 둔 균형 잡힌 대안이 시급하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들을 병행해야 한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주택 공급 계획도 조속히 가시화해야 한다.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지원 장치를 촘촘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생애최초 구입자에 대해서는 LTV 우대폭을 다시 확대하고, 지역별 주택 가격 현실에 맞춘 대출한도 유연화 등 정교한 정책 조율이 요구된다. 다주택 투기 수요 억제라는 목표는 세금과 보유규제 등 다른 수단으로 달성하더라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만큼은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아야 한다.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수요 억제책과 공급 대책은 얼마든지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이 현실적 효과를 거두려면, 이제라도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해 실수요자와 공급 측면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으로 선회해야 한다. 시장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해법은 과도한 대출 족쇄가 아닌, 안정적 주택 공급과 서민 주거사다리 복원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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