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62)의 차녀 서호정 씨(30)가 최근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오설록에 입사했다. 서 회장은 슬하에 장녀 서민정 씨(34)와 서호정 씨 등 2녀를 두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서민정 씨를 아모레퍼시픽그룹 차기 회장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서민정 씨는 2023년 7월 이후 장기간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서호정 씨가 오설록에서 경영 능력을 보여주면 그가 그룹을 승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호정 씨는 7월 1일 오설록에 입사해 제품개발(PD)팀 신입사원으로 발령 받았다. 서호정 씨가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호정 씨는 오설록에서 녹차 관련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서호정 씨가 입사하면서 아모레퍼시픽그룹 차기 회장에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민정 씨는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일찌감치 커리어를 쌓은 반면 서호정 씨는 별 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아왔다. 그러나 서민정 씨는 2023년 7월 휴직에 들어갔고, 이후 별 다른 소식이 없다. 이런 가운데 서호정 씨는 오설록에 입사하면서 경영 수업에 들어간 것이다. 서호정 씨가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면 차기 회장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경배 회장의 의중이다. 서 회장은 앞서 2023년 5월 서호정 씨에게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보통주 67만 2000주와 전환우선주 172만 8000주를 증여했다. 이를 놓고 서 회장이 서호정 씨에게 마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현재 지분율을 보통주 기준으로 살펴보면 △서경배 회장 52.96%(4367만 3854주) △서민정 씨 2.93%(241만 2710주) △서호정 씨 0.97%(64만 6531주) 등이다. 그런데 서호정 씨가 서 회장으로부터 받은 우선주 172만 8000주는 2029년에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서민정 씨가 보유 중인 우선주는 14만 1000주에 불과하다. 현 지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29년에는 서민정 씨와 서호정 씨가 보유한 지분이 엇비슷해진다.
다만 현 지분율로 후계 구도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해도 서민정 씨와 서호정 씨가 보유한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지분율은 2%대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에는 서경배 회장 뜻에 따라 차기 회장이 정해질 전망이다.

서호정 씨 입장에서는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후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서호정 씨가 입사한 오설록은 지난해까지 좋은 실적을 거둬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설록의 매출은 2023년 839억 원에서 2024년 937억 원으로 11.72%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억 원에서 92억 원으로 68.66% 상승했다. 다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설록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4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54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억 원에서 17억 원으로 감소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오설록의 실적 상승을 점치기도 한다. 오설록은 올해 3월 말차 특화 매장을 오픈하는 등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다. 서민정 씨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화장품 사업을 승계하고, 서호정 씨가 비화장품 사업을 맡는다는 시나리오다. 아직까지는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화장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오설록을 중심으로 한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대도 모색 중이다. 서호정 씨가 아모레퍼시픽이 아닌 오설록에 입사한 것도 계열분리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후계구도에 대해 “현재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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