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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소행성 충돌, 지구 피했더니 달이 위험해

지구 충돌 가능성 0%대로 내려갔지만 달과 부딪힐 확률 3.8%…'아르테미스 미션'으로 관측 시도

2025.07.07(Mon) 15:30:51

[비즈한국] 몇 달 전 뉴스를 뜨겁게 달군 소행성이 있었다. 2024 YR4. 처음 발견했을 때 이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한때 충돌 가능성이 3%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30분의 1 확률로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니!  조금만 삐끗하면 지구가 뜻밖에 이른 종말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재난 SF 영화에서나 본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많은 천문학자들이 이 소행성을 꾸준히 예의 주시했다. 당연히 제임스 웹도 소행성을 관측했고, 우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다행히 지난 몇 개월 동안 더 정밀하게 궤도를 분석한 결과, 지금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거의 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이 소행성은 지구가 아닌 달을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당초 예상한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보다 살짝 더 높은 확률로 달과 부딪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행히 지구가 직격탄을 맞지는 않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달에서 거대한 충돌이 벌어진다면, 지구에도 간접적인 피해가 올 수 있다. 2024 YR4는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지구와 달은 뜻밖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 제임스 웹을 통한 정밀 관측은 우리에게 어떤 단서를 줄까? 

 

 

지구 곳곳에는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 PHA)를 감시하는 관측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다. 이름도 범상치 않게 ATLAS(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 즉 지구 충돌 소행성 최후 통첩 경보 시스템이다. 2024년 12월 22일 칠레에 설치된 망원경에 2024 YR4가 우연히 포착됐다. 지금까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소행성은 매우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린다. 이 소행성은 2024년에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근일점을 지나고 있었다. 지구에서 80만 km 거리까지 접근했는데, 그 덕에 2024년 12월 망원경에 포착됐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 이 소행성은 2032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때 충돌 가능성이 3%를 찍었고, 소행성 충돌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토리노 스케일에서 무려 3단계가 나오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2024 YR4보다 앞서, 2029년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던 그 유명한 소행성 아포피스가 있었다. 아포피스도 토리노 스케일 4단계까지 찍은 적이 있는데, 2024 YR4은 그 이후 정말 오랜만에 그 뒤를 잇는 위험도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궤도 분석에 따르면 이 소행성은 앞으로 100년 동안 크게 여덟 번 정도 지구에 접근한다. 그 중에서 2032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행히 지난 3개월 간 추가 관측한 결과, 우리는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추가 분석에 따르면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0%로 내려갔다. NASA와 ESA 모두 이 소행성을 잠재적 위험 소행성 목록에서 공식적으로 제외했다. 

 

지구에서 포착된 2024 YR4 소행성. 사진=NASA/Magdalena Ridge 2.4m telescope/New Mexico Institute of Technology/Ryan

 

불과 몇 개월 만에 충돌 가능성이 들쭉날쭉하니 오히려 더 불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 문제가 까다로운 이유는 소행성의 정확한 크기와 질량을 단 며칠 관측해서는 알기 어려워서다. 망원경 사진 속에 소행성이 어두운 점으로 찍혔다고 해서 소행성 크기가 아주 작을 거라 단정할 수 없다. 크기가 아주 거대한데도 표면이 너무 어두워서, 태양빛을 잘 반사하지 않는 성분으로 이루어져있어서 사진에서는 어둡게 보일 수도 있다. 소행성의 크기, 질량은 충돌로 인한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소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소행성의 정확한 크기와 반사율을 알아야 한다. 

 

제임스 웹은 적외선 관측을 통해 소행성의 열적 복사 형태를 면밀하게 관측했다. 그 결과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 소행성의 표면 반사율은 0.08에서 0.18 사이, 약 0.13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값은 지극히 일반적인 암석형 소행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치다. 이를 바탕으로 소행성의 열적 복사를 모델링한 결과, 2024 YR4의 지름은 60미터 정도로 추정된다. 이 크기는 1908년 시베리아 숲의 나무들을 휩쓴 통구스카 사건 당시 충돌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소행성의 크기와 비슷하다. 퉁구스카 사건 당시 충돌한 소행성의 지름은 약 40~100미터로 추정한다. 

 

천문학자들은 이번 분석에서, 만약 운이 너무 안 좋아서 2024 YR4가 결국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지도 계산했다. 충돌 순간 방출되는 에너지는 TNT 20~30메가톤 정도 규모에 달한다. 그리고 최대 80km에 이르는 반경 안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오차가 크기는 하지만, 정말 만약에라도 지구에 충돌하게 된다면 멕시코에서 대서양, 아프리카 중부, 아라비아 반도와 인도 지역까지, 지구의 적도를 따라 이어지는 영역에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포착한 2024 YR4 소행성. 사진=NASA, ESA, CSA, STScI, A Rivkin(JHU APL)


제임스 웹 관측은 이 소행성에 반사된 적외선 빛이 매우 짧은 주기로 밝아지고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것은 길쭉한 오우무아무아처럼 마찬가지로 한쪽이 더 긴 찌그러진 모양을 가진 채 매우 빠르게 자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천문학자들은 2024 YR4가 폭에 비해 길이가 1.4배 더 길쭉한 모양이거나, 또는 위아래 지름에 비해 양옆으로 지름이 3배 더 큰 납작한 원반 모양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소행성은 19.5분의 매우 짧은 주기로 자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자들은 흔히 기대하는 것과 달리, 태양계에는 이처럼 둥글지 않고 납작하거나 길쭉한 모양을 한 소행성, 소천체가 훨씬 더 흔할 것이라 추정한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은 현재 제로에 가까워졌지만, 2024 YR4가 사실 노리고 있던 타깃은 지구가 아니라 달이었던 것 같다. 최근 분석은 이 소행성과 달이 충돌할 가능성이 3.8%에 육박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만약 정말 2032년 달과 소행성이 충돌하게 된다면 우리는 지구에서도 그 눈부신 충돌 순간을 쉽게 볼 수 있다. 달에 충돌하는 순간 TNT 5메가톤 급의 에너지가 방출될 것이다. 그리고 달 표면에 지름 500m에서 최대 2km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길 수 있다. 

 

거대한 소행성이 달에 충돌하더라도 의외로 충돌 순간의 섬광은 그리 눈부시게 밝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아주 잠깐 작게 빛나는 불빛이 보이고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폭발 이후 주변에 암석이 증발하면서 뿜어져나간 기체에 태양 빛이 반사되면서 달이 오랫동안 더 밝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그 빛을 낮에도 볼 수 있고, 심지어 한동안 보름달보다 더 밝게 보일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소행성과 달이 충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달 표면에서 겨우 1000km 상공을 스쳐지나갈 가능성은 96%에 달한다. 현재까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거의 100%의 확률로 이 소행성은 달을 매우 가까이에서 스쳐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정말 운이 나쁘다면 달에 거대한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이 소행성의 기원을 두고 흥미로운 가설도 등장했다. 천문학자들은 2024 YR4가 발견되기 한참 전인 2015년 1월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 뜻밖의 단서를 발견했다. 2015년에 떨어진 운석이 지구를 향해 날아온 궤적과 이번에 발견된 2024 YR4의 궤도가 매우 유사하다. 이 외에 지난 8년간 보고된 다른 소행성 다섯 개도 2024 YR4와 매우 유사한 궤도를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소행성과 파편들이 서로 전혀 상관없이 무작위로 날아오는 돌멩이가 아니라 같은 기원을 공유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천문학자들은 어쩌면 비교적 최근 목성과 화성 사이 소행성대를 떠돌던 꽤 덩치 큰 소행성 하나가 다른 소행성과 충돌을 겪었고, 그때 만들어진 크고 작은 파편들이 이제야 우리 지구 근처에 도달한 것일지 모른다고 추정한다. 소행성대 어딘가에서 소행성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고, 하필이면 그 나비 효과가 우리 지구와 달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관측에 따르면 2024 YR4는 지속적으로 태양 빛을 받으면서 그 복사열로 인해 궤도가 조금씩 변화하는 야콥스키 효과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궤도보다 조금씩 줄어들면서 지금의 궤도로 바뀌었다. 이처럼 소행성의 궤도를 결정하는 건 태양의 중력뿐만이 아니다. 그 주변을 지나가는 태양계 다른 행성들, 태양 빛에 의한 복사열, 또 그 사이 다른 부스러기와의 충돌 여부 등 정말 다양한 요소가 소행성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만큼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가능성을 미리 예견하는 것은 우리 주변 우주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을 신경 써야 하는 아주 골치 아프고도 신중해야 하는 문제다. 

 

2032년, 앞으로 7년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그때 2024 YR4가 지구 또는 달과 충돌하게 될까? 그 답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쉬지 않고 이 소행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소행성은 잠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제임스 웹이 소행성을 겨냥한 마지막 순간은 2025년 5월이었다. 2028년이 될 때까지 소행성은 다시 자신의 궤도를 따라 태양에서 가장 먼 원일점을 향해 멀어져가는 중이다. 그래서 앞으로 지구의 망원경으로는 더욱 보기 어렵다. 우리는 이번 5월까지만 확보한 제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대한 이 소행성의 정확한 궤도를 알아내려고 시도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잠시 어둠 속에 숨어들었던 소행성이 다시 망원경 시야에 포착된다면, 그때는 이미 곧 지구 또는 달과의 충돌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되어버린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소행성의 위협을 오히려 새로운 우주 탐사 기회로 ‘반전’을 꿈꾸고 있다. 소행성은 우주의 비밀, 특히 50억 년 전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의 재료를 고스란히 간직한 보물 창고이기도 하다. 그런 귀중한 보물을 품고 있는 소행성이 제발로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면, 우리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소행성의 샘플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소행성이 지구에 다시 접근하는 시점은 2032년으로 머지않았다. 따라서 2024 YR4에 탐사선을 보낼 것이라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곧 2028년 중순, 달을 향해 발사될 예정인 차기 아르테미스 미션 발사를 활용하는 방식을 기대하고 있다. 이때 로켓에 달 착륙선과 함께 소행성 2024 YR4를 향하는 큐브셋 형태의 소형 탐사선을 함께 날려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달의 중력을 이용해 한 번 더 방향을 틀어서 2028년 미리 2024 YR4 곁에 다다르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근접 탐사는 이번 제임스 웹 관측보다 더 정밀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2024 YR4의 정확한 질량과 크기, 궤도를 구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NASA 우주 탐사 예산이 거의 반 토막 나버린 현시점에서, 당장 빠른 시일 안에 이런 새로운 우주 탐사 계획을 실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안타깝지만, 부디 21세기 인류에게는 1억 년 전 공룡이 겪은 끔찍한 운명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5arXiv250219346H/abstract

https://aasnova.org/2025/04/01/an-update-on-asteroid-2024-yr4-from-jwst/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515-5172/adc6f0

https://blogs.nasa.gov/webb/2025/04/02/nasas-webb-finds-asteroid-2024-yr4-is-building-sized/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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