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자신의 꿈을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단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는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내 자신의 새로운 예술세계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문제가 되는 것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다.
도자 회화로 주목받는 성주영도 그런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는 도예를 전공한 작가다. 그러나 도예 세계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결국은 도자 기법을 응용해 새로운 현대 회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두고 ‘벽에 걸리는 도자’ 혹은 ‘도자기로 그린 회화’라고 부르는 이유다.
성주영 도자 회화를 보면 도자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유려한 리듬이 느껴지는 굴곡진 평면에 추상적 터치가 보이는 부조식 회화 같은 느낌이다. 두꺼운 종이를 돌돌 말아 오브제처럼 평면에 붙인 도자도 보인다. 이런 방식을 고안하게 된 것은 백자를 만드는 고운 흙의 성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자의 기본 재료가 되는 흙 중 제일 섬세한 성질을 지닌 것이 백자토입니다. 예민한 만큼 다루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균열도 제일 잘 나옵니다. 저는 백자토의 이런 성질에서 삶의 상처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성주영은 도자 회화의 캔버스에 해당되는 백자토의 약한 성질을 이용해 자신이 생각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재료의 약점을 표현 기법으로 바꾸어버린 셈이다.
도자 회화 제작은 기형을 만드는 과정만 없을 뿐 도자기를 만드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도자기를 평면으로 펼쳐 놓는 방법처럼 보인다. 백자토를 도자 제작할 때처럼 반죽한 다음 얇게 펴서 바탕을 만든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주물러 최대한 곱게 만든 후 피자 도우 펼치는 것처럼.

이렇게 만든 도판에 크랙을 만들 수 있는 용액을 붓으로 칠한다. 회화성을 보여줄 수 있는 붓질을 하는 셈이다. 그 후에 도판을 구부려 물결 같은 리듬감을 심는다. 도자회화의 캔버스가 되는 셈이다.
성주영의 도자 캔버스는 건조되면서 붓질한 부분에 균열(크랙)이 생긴다. 크랙 부분에 색깔을 상감 기법으로 새겨 넣고 가마에 구워내면 성주영의 도자 회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도자 회화를 통해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아직은 젊은 나이인 성주영 자신이 그 또래가 겪어낸 성장통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정신의 숙성을 위해 견뎌내야 했던 고뇌, 인간관계에서 생겨난 마음의 상처 같은 것이다. 이를 백자토의 단점인 약한 성질에 담아냈고, 극복하는 과정을 상감기법으로 표현해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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