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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올해부터 의무화 됐는데…"시스템 구축 중" 핑계로 통신조회 사후통보 않는 검찰

시스템 구축 전이라도 통보하지 않으면 검찰이 법 어기는 것…헌재 불합치 판결 ‘무용지물’

2024.03.29(Fri) 16:01:56

[비즈한국] 검찰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이후에도 통신자료 조회 ‘사후통보’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법 개정에도 통신자료 조회 사후통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그간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조회해 온 행위는 ‘민간인 사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올해 1월 1일부터 통신자료 조회 후 30일 이내로 당사자에게 사후통보하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지만 ‘무용지물’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수사기관은 통신자료 조회 후 이를 사후통보해야 하지만, 검찰에서 이 같은 통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수사기관 통신조회, 왜 논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영장 발부 없이 민간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행위는 그간 뜨거운 감자였다.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라 수사기관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조회할 수 있다. 검찰, 경찰, 법원, 국세청, 군 수사기관 등이 ‘통신사’에 직접 요청해 조회하는 형태다.

 

이 통신자료는 영장이 없어도 수사기관이 ‘요청’만 하면 가능한 형태다. 그러다 보니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는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통신자료를 수집한 후 수사기관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사’에 확인해 매년 수사기관이 얼마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발표하지만, 정보를 수집한 당사자인 수사기관은 수집한 통신자료를 어떻게 보관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행위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또 통신자료 취득 후 당사자들에 통지하지 않은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비밀권, 통신의 비밀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헌법재판소 판결도 나왔다. 2022년 7월 21일 헌재는 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중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을 위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판단과 달리 헌재는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자체는 정당하지만, ‘사후통지절차’를 두지 않는다는 점이 적법절차원칙,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라고 봤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단에 따라 개정 전 전기통신사업법은 제83조 제3항의 효력은 2023년 12월 31일까지였다. 이에 국회는 ‘사후통보’ 절차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개정된 전기통사업법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후 30일 이내 당사자에게 전자적인 방법으로 통지해야 한다. 국가 안전보장 우려나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을 때는 통지를 유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유예 하더라도 통지 의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통신자료 명칭 역시 ‘통신이용자정보’로 통일됐다.

 

#법 개정에도 사후통보 없어?

 

법안 개정으로 올해부터 수사기관이 조회한 통신자료는 모두 ‘사후통보’ 해야 한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검찰이 법 개정 이후에도 사후통보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찰청은 사후통보 통지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관련 정보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료=대검찰청 정보공개청구 답변서 일부

 

3월 7일 비즈한국은 대검찰청에 ‘전국 검찰청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후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한 현황’ 등 자료를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정보공개 청구했다. 13일 대검찰은 이에 대한 자료가 ‘부존재’하다고 통보했다. 검찰이 관리하지 않는 자료라는 것이다.

 

대검찰청 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대행기관에 사후통지를 맡겼으나 아직 대행기관에서 통지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6월 쯤 완성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통지 시스템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매년 통계를 주관하고 있으니 과기부에 문의해 보라”며 “수사기관에서 자체 통지는 하고 있지만, 관리는 하고 있지 않아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에서 통신조회 후 사후통보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 현황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통지 방식에 대한 내부 지침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사후통보를 유예할 때도 별도 절차가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개정된 법률에 대한 ‘시행령’이 부재하다는 문제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사후통지 절차와 통지유예 절차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지만, 아직 관련 시행령이 부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령이 없다고 하더라도 법의 취지를 알기 때문에 여기에 따라 통지는 이뤄져야 한다. 법이 시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후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분명하다. 사후통지가 늦어지더라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도 남은 과제다.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건 대통령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검찰, 경찰, 과기부의 협의를 통해 사후통지 대행기관으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선정했지만, 법안 통과가 늦어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소요된다. 검찰에서는 각급 검찰청의 개별 검사실에서 통신이용자에게 문자 및 우편으로 사후통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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