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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15] 마재윤을 꺾은 ‘택신’ 김택용

2016.09.07(Wed) 09:02:33

마재윤은 그렇게 왕위에 올랐다. 선수를 이기고, 맵을 이기고, 그렇게 명실상부 최강자에 올랐다. 그때까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누구도 끝내지 못할 것처럼 보이던 마재윤의 전성기를 푸켓에서 휴가를 보내고 온 한 프로토스가 꺾을 줄.

이윤열과의 온게임넷 결승 이후 1주일 뒤에 MSL 결승이 있었다. 결승전 상대는 강민을 4강에서 3:0으로 꺾고 올라온 김택용이었다. 당시 김택용은 ‘어쭈, 신인 주제에 잘하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재윤의 지배를 멈출 유일한 선수라 꼽혔던 강민을 3:0으로 완벽하게 잡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쭈’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유는 그것이 동족전이었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그 선수가 결승에서 ‘승리확률 2.69%’라는 거대한 벽을 뚫어버렸다. 통곡의 벽, 프로토스의 재앙, 전무후무한 포스를 내세우던 마재윤을 3:0으로 셧아웃시켰다. 심지어 김택용은 결승 직전 푸켓으로 팀 차원 1주일 휴가를 갔다왔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했다. ‘푸켓토스’라고 불린 선수가 마재윤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뭐 그만큼 마재윤 잡기가 어렵다더라.

팬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테란도 아니고 토스가?!?!’, ‘강민도 아니고 신인이?!’ 등의 말잔치가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팬들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말줄임표로 본인의 소감을 대신했다. 결승 직전 분위기가 어땠냐면, 한 사이트엔 ‘김택용을 위한 빌드’라며 어떤 분이 빌드를 만들어 선사했을 정도다. 거짓말 안 치고 98.9% 팬들이 마재윤의 승리를 점찍었다.

   
이런 짤도 돌아다녔다.

나 역시 결승을 생방으로 볼 필요가 없다 싶어서 학원에 맘 편히 갔는데 3:0 스윕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당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비수를 꽂는 김택용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3·3혁명’이다. 마재윤이 3해처리-디파일러의 재발견으로 현대 저그를 다시 썼으면, ‘택신’ 혹은 ‘용택이’ 김택용은 이날의 혁명으로 현대의 프저전을 다시 썼다.

   
신화이자 혁명.

괜히 혁명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마재윤의 3해처리 체제 이후, 테저전의 패러다임이 ‘미친 저그(러커 생략 후에 뮤링만으로 테란을 바르거나 멀티 이후에 울트라+스커지)’로 잠시나마 넘어갔지만, 김택용의 ‘비수류 프로토스’는 3·3혁명 이후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택용이 새롭게 기틀을 다진 패러다임은 잠시의 부진은 있었지만 몰락은 없었다.

이윤열을 꺾고 얻은 왕좌는, 코 큰 토스에 의해 1주일도 되지 않아 공중에 먼지처럼 흩뿌려졌다. 3·3혁명 직후, 마빡이(마재윤 빠돌이)들을 제외한 모든 스갤러와 팬들이 기립해 인터넷을 터트렸다.

여튼 탈탈 털린 마틀러는 그 이후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이성은에게 관광세리머니를 당하고, PC방 예선을 거듭했다. 당시 이성은은 마빡이들에게 “게이머 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어라”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검거완료였으며 정의구현이었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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