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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이 0%라고?

장기적으론 물가상승률만큼 올라…1970년 이후 급등은 철도 영향

2017.08.07(Mon) 11:03:35

[비즈한국] KB국민은행 박원갑 박사의 명저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를 다시 꺼내 읽는데,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가격의 흐름을 살펴보면, 부동산가격은 인플레 수준에 따라 변화하며, 인플레를 크게 앞서기 어렵다는 것이었다(책 283쪽).

주택가격 연구에 널리 활용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헤렌흐라흐트 지역. 사진=위키피디아


네덜란드의 운하도시 암스테르담에는 1625년에 지어진 헤렌흐라흐트라는 오래된 마을이 있다. 이곳에 대리석으로 지은 고풍스러운 집들은 그동안 개보수를 거쳐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약 390년간의 헤렌흐라흐트 주택 지수가 주택학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헤렌흐라흐트 지수는 1629년부터 1972년까지 명목 주택가격으로 20배 상승했다. 그러나 실질주택가격으로 따지면 오름세가 거의 없다. 실질주택가격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주 긴 세월로 보면 주택가격은 물가상승률만큼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주택이 물가 상승에 대한 헤지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이야기를 하면 주택가격은 올라봐야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르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주택가격이 상승한다고 하면 그것은 물가에 대한 보상 행위다.

이런 현상이 헤렌흐라흐트만의 일인지, 아니면 전 세계적인 현상인지 궁금해 조사해본 결과 이미 비슷한 의문을 풀기 위해 노력한 학자들이 많았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AMERICAN ECONOMIC REVIEW(AER)’에 게재된 흥미로운 논문 ‘No Price Like Home: Global House Prices, 1870-2012’이었다. Knoll 등은 미국부터 네덜란드에 이르는 세계 주요국 실질 부동산가격 지수를 1870년 이후 최근까지 작성했다. 

그런데 이 결과는 매우 뜻밖이었다. 왜냐하면 1970년대까지는 네덜란드 헤렌흐라흐트처럼, 전 세계 주요국 부동산가격이 모두 안정적이었지만 그 이후에 나타난 현상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은 1913년 이후 전 세계 주요국의 실질 주택가격 변화를 보여주는데, 1970년대를 고비로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2개국 실질주택가격 추이.


특히 헤렌흐라흐트가 있는 네덜란드의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 1970년을 전후해서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인접한 프랑스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다. 물론 2008년 글로벌 대불황 발생 이후 상승 탄력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우상향의 흐름은 여전히 굳건하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실질주택가격지수 추이.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왜 1970년대부터 주택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을까? 

이 의문에 대해 논문의 저자들은 철도망에 주목한다. 1950년대를 고비로 주요국의 철도건설이 중단되고 오히려 폐선되면서부터 실질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철도망의 건설·폐선이 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그 이유는 ‘철도건설’이 택지공급의 측면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철도망이 건설되어 일할 곳이 많은 대도시로의 통근이 편해지면, 이는 도시의 면적이 확대된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는 것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건설된 ‘동서횡단철도’ 주변의 주택가격이 급등한 게 좋은 예가 될 것이다. 

12개국 철도 총연장과 실질주택가격의 관계.


예를 들어 자동차로 두 시간 이상을 달려야만 서울에 갈 수 있는 지방 도시를 생각해보자. 새로운 철도가 건설되어 출퇴근 시간에도 청량리까지 한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면? 이 도시가 경기도나 강원도에 있다고 해도, 이미 ‘서울 생활권’에 편입되는 셈이다. 즉 새로운 철도의 건설은 도시 면적 확대와 같은 효과를 지니게 된다. 

이런 면에서 최근 국토교통부가 GTX를 비롯한 혁신적인 철도망의 건설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겠지만, 대신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 급등 현상 및 과밀개발 우려를 완화하는 데에는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도권 GTX 노선도. 자료=국토교통부


*Knoll 등(2017)은 14개국 실질주택가격을 1870년부터 추적했으나, 1913년 이전 데이터 상당수가 ‘멸실’되어 1913년 이후 연속적인 통계를 제공하는 12개국을 대상으로 그래프를 작성했다.

**매일경제(2017.7.24), “GTX 전 노선 2025년까지 완공 발표, 수혜지 매매가 ‘들썩’”​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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