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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과연 'HDR 표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경쟁 기술 '돌비비전' 확산에 화들짝…삼성 "HDR10+ 생태계 확대할 것"

2017.08.22(Tue) 15:38:21

[비즈한국] 전 세계 TV 시장은 보이지 않는 표준화 경쟁이 치열하다. TV가 발명된 이래 단 한 번도 표준화 경쟁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NTSC, PAL로 대표되는 영상 전송방식을 시작으로 얼마전 3D에 이르기 까지 매번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TV 제조사들은 저마다 표준을 고집했고, 결국 표준화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1등’이라는 영예를 차지했다.

 

현재 TV업계의 화두는 단연 HDR(High Dynamic Range)이다. UHD 시대로 접어들면서 해상도 경쟁이 잠시 주춤한 사이에 휘도, 색역, 색심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HDR 표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HDR을 잡는 기업이 최고의 화질을 가진 TV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HDR은 밝은 곳은 더욱 밝게, 어두운 곳은 더욱 어둡게 표현함으로서 마치 사람이 맨눈으로 보는것과 최대한 가까운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HDR 표준화 경쟁 구도는 삼성전자 주도로 결성된 UHD 얼라이언스의 ‘HDR10’과 음향 및 영상 전문기업 돌비가 제시한 ‘돌비비전’ 2파전으로 좁혀졌다. UHD 얼라이언스는 라이벌 LG전자, 소니, 파나소닉를 비롯해 월트디즈니, 21세기 폭스, 워너브라더스 등 주요 영화제작사, 넷플릭스, 아마존 등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OTT), 심지어 표준화 기술 경쟁상대인 돌비, 테크니컬러까지도 포섭한 막강한 표준화 연합체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미 HDR10의 승리가 당연해 보이지만, 아직 낙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HDR 표준 경쟁이 이제 막 2라운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 동맹의 위대한 시작

 

2015년 1월 삼성전자는 세계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20세기 폭스와 함께 ‘UHD 얼라이언스’ 결성을 공식 발표한다. 당시 난립하던 4K 해상도를 표준화하고 HDR, HFR 등 각종 초고화질 기술에 대한 표준을 정하기 위한 삼성전자 주도로 만들어진 단체다. 이후 파나소닉, 소니, 넷플릭스, 돌비, 디렉티비,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주요 업체들이 회원사로 들어오면서 동맹은 급속도로 커졌다. LG전자 역시 결성 초기부터 동맹에 함께 했다.

 

UHD 얼라이언스의 탄생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업체의 견제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술력에 앞선 기업이 뭉쳐있는 동맹에서 표준을 정하고 ‘프리미엄 인증’을 부여하면, 이를 받지 못한 중국 저가 제품을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국적 동맹의 거침없는 확장으로 4K 해상도 표준은 급속히 정리가 되는 상황. 2015년 8월 UHD 얼라이언스는 미국소비자기술연맹(CTA)과 함께 HDR 표준 기술로 HDR10을 낙점했다. HDR10의 최대 강점은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오픈소스 기술이라는 점이다. 모두에게 불만이 없는 동맹에 딱 어울린다. 단, 돌비만 제외하고 말이다.

 

2015년 삼성전자는 미국 CES에서 UHD얼라이언스 결성을 발표하며 세계 1위 TV기업으로서 시장을 선도한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다른 HDR 표준인 ‘돌비비전’은 동맹이 결성되기 전인 2014년 돌비가 독자적으로 선보인 기술이다. 돌비는 라이선스 기반의 수익모델을 가진 기술 기업인 만큼,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TV제조사와 OTT 기업 그리고 콘텐츠 제작사가 돌비에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HDR10이 돌비비전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적 강점만 놓고 보면 돌비비전이 앞선다. HDR10은 색심도가 10비트에 불과하지만, 돌비비전은 12비트까지 지원한다. 휘도 역시 1000니트에 그치는 HDR10과 달리 돌비비전은 1만 니트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지 현존하는 TV의 성능이 돌비 비전의 사양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다.

 

HDR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TV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뒷받침해줘야 한다. 가정에서 재생이 가능한 영상 콘텐츠 종류는 크게 방송, 블루레이 디스크, 스트리밍 서비스, 게임 등이 있다. 우선 방송은 BBC, NHK 등 주요 방송사들이 HLG(하이브리드 로그 감마)라는 생방송에 최적화 된 HDR 기술을 일찌감치 표준으로 정하고 방송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다. 물론 UHD로도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국내 방송사는 HDR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아직까지 HDR10으로만 제작되고 있다. 아직까지 돌비비전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이다. 일러도 2018년에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이후에 돌비비전으로 제작된 블루레이 디스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게임 역시 거의 대부분 HDR10으로 개발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X박스 원 역시 HDR10을 공식 지원한다.

 

# 돌비의 반란…LG전자, 넷플릭스와 손잡다

 

HDR 표준화 경쟁은 HDR10의 승리로 싱겁게 끝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돌비가 아니었다. 2016년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돌비와 손을 잡고 동맹에 균열이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최근 일부 대작 콘텐츠를 돌비비전으로 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다. 이외에도 ‘데어데블2’, ‘마르코폴로’ 등 주요 신작도 돌비비전으로 제작됐다.

 

사실 애당초 돌비의 관심은 블루레이와 영화 산업에 맞춰져 있었다. 돌비가 가진 기술력이 영화관에서 구현이 가능할 법한 초고화질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루레이 시장에서 돌비비전 지원이 차일피일 미뤄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스트리밍 업체와 손을 잡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LG전자까지 돌비비전에 가세하며 힘을 실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와 함께 제품 차별화를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포석이다. 2017년 출시된 신형 OLED TV와 스마트폰 G6에 돌비비전 지원을 선언한 것. 물론 무료인 HDR10도 동시에 탑재했다. 아직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지만 사양 면에서 더 상위 기술인 돌비비전의 탑재는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 욕구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HDR 표준화 경쟁은 단순히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 장치 전반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기업도 쉽게 양보하기 어렵다. 사진=LG전자 제공

 

사실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삼성전자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2016년 삼성전자는 밝기에 강점을 가진 퀀텀닷 TV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LG전자는 명암비에 강점을 가진 OLED TV로 방향을 정하면서 표준화에 따른 갈등은 수면위로 불거졌다. 

 

UHD 얼라이언스가 HDR10 표준을 정하면서 휘도(밝기) 기준을 최대 1000니트, 최저 0.05니트로 정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에 유리한 기준이었다. 이에 비해 LG전자 OLED TV는 최저 휘도가 0까지 가능한 반면, 최고 휘도는 1000니트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후 타협안이 제시됐지만 결국 LG전자는 UHD 얼라이언스에서 부여하는 프리미엄 인증을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결정했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HDR10보다 돌비비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영화 산업에서는 이미 돌비 시스템이 구현된 극장에 영상을 최적화하기 위해 제작 단계부터 돌비비전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었다. HDR10까지 지원하기 위해서는 작업을 두 번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상당한 제작비가 추가로 소요된다. 무엇보다 돌비비전에는 HDR10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차별화 된 기술이 숨어있었다. 바로 동적 메타데이터(Dynamic Metadata)가 그것이다.

 

# 다급해진 삼성전자의 대응 ‘HDR10+’

 

HDR10은 영상에 따라 밝기나 프레임 레벨이 고정돼 있다. 쉽게 설명하면 HDR 작업 전 정해놓은 밝기와 프레임 설정을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정적 메타데이터라고 한다.

 

하지만 돌비비전은 처음부터 각 장면에 따라 밝기와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동적 메타데이터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자의 의도에 딱 맞는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완벽한 영상을 지향하는 영화계에서 돌비비전을 HDR10보다 더욱 선호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돌비비전의 반격에 다급해진 삼성전자는 일단 아마존과 손잡고 HDR10 기반의 동적 메타데이터를 지원하는 ‘HDR10 플러스(HDR10+)’ 기술을 올 4월 발표했다. HDR10+는 기존 HDR10이 가진 오픈소스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동적 메타데이터를 지원함으로써 단점을 보완한 기술로 보면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된 TV와 지난해 출시된 일부 모델 그리고 갤럭시S8에 업데이트를 통해 HDR10+를 지원할 계획이다.

 

HDR10+의 성패는 삼성전자가 얼마나 많은 기업과 협력을 얻어내는 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즉, 아직까지 HDR10+는 갈 길이 멀다. 아마존 이외에 HDR10+ 콘텐츠를 만드는 곳은 전무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소비자 입장에서 국내 진출하지 않은 아마존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결국 9월 1일 독일서 개최되는 IFA2017에서 HDR10+에서 얼마나 더 많은 협력업체를 발표하는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만약 넷플릭스라도 포섭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당분간 HDR10+ 콘텐츠를 감상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미 돌비와 손을 잡은 넷플릭스가 과연 HDR10+ 콘텐츠 제작에 협력할 지는 미지수다.

 

임경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상무는 “HDR10+ 생태계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개최되는 글로벌 전시회를 통해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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