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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재판, '말'이 운명 가른다

재판 진행되며 삼성의 승마 지원으로 무게 기울어…뇌물죄 여부 핵심

2017.08.09(Wed) 17:52:45

[비즈한국]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특검) 

“특검이 가공의 틀을 만들었다”(삼성 변호인단). 

 

152일간의 대장정 끝에 지난 7일 막을 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세기의 재판’을 각각 이렇게 정의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만큼 선고가 내려지기 전엔 어떤 예측도 불가능한 상황. 그동안 법정에서 나온 진술과 증거를 통해 이번 재판의 ‘핵심’을 짚어봤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 ‘뇌물죄’보다 형량 높은 ‘재산 국외도피’ 밝히려면 승마 지원이 핵심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인정 여부는 최대 관심사다. 그가 받고 있는 5개 혐의는 뇌물이 중심으로 얽혀 있어, 만약 무죄로 판단되면 특검의 나머지 공소사실 역시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뇌물 수수자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재판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부회장의 유‧무죄가 국정농단 재판 전체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검이 이번 재판에서 가장 주의깊게 살핀 내용은 ‘삼성의 승마 지원’이다. 앞서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0억 원대의 출연금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판단했지만, 재판이 이어지면서 무게추는 승마 지원에 몰렸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 가운데 유일하게 승마 지원을 했다. 특검은 수사과정부터 “승마 지원 혜택을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가 직접 받은 정황이 있다”면서도 “이를 대가로 이 부회장이 청와대로부터 경영권 승계 지원을 받았다”며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선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이라며 이를 기준 삼아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결국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말’에 있다는 얘기다. 

 

# 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삼성’ 바뀐 건 김동선 질투한 최순실 때문?

 

이 부회장의 10차부터 47차까지의 공판에는 비덱스포츠(코어스포츠) 직원들과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전 문체부 차관, 정유라 씨 등 삼성 승마 지원에 연관된 증인 11명이 출석했다. 

 

재판에서 나온 진술과 증언을 종합하면, 사건의 발단은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즉흥적인 독대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를 삼성이 맡아 달라. 올림픽에 대비해 승마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 달라”라며 사실상의 지시를 내렸다. 

 

그 근거로 특검은 법정에서 “기존 회장 기업이었던 한화가 임기를 2년여 남기고 사퇴했는데 최순실 씨가 ‘한화가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전 승마국가대표에게 지원을 몰아서 할 것을 우려했다’”는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최준필 기자


특검은 이를 근거로 삼성이 2014년부터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정유라 씨의 존재 등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삼성의 승마 지원 전 과정을 뇌물로 판단한 이유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대통령은 정유라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15년 3월 삼성전자가 승마협회 회장사로 선임되면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활동은 없었다. 박 전 사장은 법정에서 “스포츠단체장은 명예직으로 하는 것이라 협회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승마협회는 삼성의 후원금 집행이 끊기고 업무가 이뤄지지 않자 자체적으로 승마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했다. 특검은 이 지점에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 중장기 로드맵은 당시 정유라 씨를 돌보고 있던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작성한 문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는 법정에서 “삼성을 통해 국내 승마 선수들을 국제대회에 내보내려 자체적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7월 25일, 승마 지원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한 시점이다. 법정에서 공개된 앞서의 박 전 사장 등의 진술 조서를 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좋은 말도 사고 전지훈련도 가야 하는데 (삼성이) 아무 것도 안한다. 한화보다 못하다”며 독대시간 30분 중 15분을 ‘레이저빔을 쏘며(눈총을 주며)’ 승마 지원이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질책 받았음을 알게 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은 이날 즉시 박 전 사장을 불렀고, 함께 자리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통해 ‘승마협회 문제는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상의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을 얻어온다. 

 

이틀 뒤 영국 출장이 잡혀있던 박 전 사장은 출장을 겸해 독일에 있던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박 전 사장은 “최씨와 대통령은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하고 대통령이 정유라를 친딸처럼 아낀다”는 말을 듣고 비선실세 최씨의 존재를 인지했다. 반면 박 전 전무가 법정에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기억은 없다”고 증언하면서 진술이 엇갈린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진=임준선 기자


이후 박 전 사장은 장충기 전 차장에게 보고하고 2015년 8월 26일 독일 코어스포츠사와 승마 전지훈련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 이후 마필 구입비 등 총 78억 원을 독일에 송금했다. 특검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해외 승마 전지훈련 용역서비스 계약을 가장으로 체결한 뒤 최 씨 모녀에 말을 무상 공여했고, 이를 대가로 경영권 승계 지원을 받았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 등을 뇌물공여,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삼성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6명의 선수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승마협회 내부에 파벌문제가 발생했고 승마협회 관계자가 아닌 최 씨가 직접 삼성 측과의 협상에 나서면서 타 선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정 진술을 보면, 2015년 11월 박 전 전무는 삼성 측이 말 소유권을 분명히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필 마주란에 삼성이라 기재하라고 하거나, 마필 위탁관리 계약서를 쓰도록 삼성 측에 권유했다. 최 씨는 이 소식을 듣고 “말을 사준댔지 언제 빌려준댔냐”며 크게 화를 내며 박 전 사장을 독일로 불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박 전 사장은 “최 씨와 대통령의 관계를 듣고 부탁을 거절하면 삼성이 하는 일에 고춧가루를 뿌릴까봐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 “묵시적 합의도 형사처벌 대상” vs “증거 없다”

 

결국 ‘말’을 둘러싼 쟁점은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었는지와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와 맺은 계약이 정유라 씨 1인만을 위해 맺어진 허위 계약이었는지 여부로 압축된다. 특검은 계약이 모두 허위였으며,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를 위한 것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에 맞서 정유라 씨가 타던 말 ‘라우싱1233’을 인천공항에 들여오고 이어 ‘마필 매매 계약 해제 후 마필 반환 합의서’를 제시하면서 말 소유권이 처음부터 삼성 측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선 증언이 엇갈린다. 지원 혜택을 받은 당사자인 정유라 씨는 법정에서 “(부상을 입은 비타나V가) 제 말도 아닌데 말을 돌볼 상황이 아니었다”거나 “살시도가 삼성 말임을 알았을 때 삼성이 다른 선수들에게 살시도를 줄까봐 이 말을 아예 사자고 어머니(최순실 씨)께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어 “어머니 등으로부터 삼성에서 6명을 선정해 훈련시킨 다음 그 중 4명을 단체전에 출전시킨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종 전 차관은 “박 전 사장이 정 씨는 코어스포츠를 통해 삼성이 단독 지원하고 이 같은 사실을 가리기 위해 정 씨 외 다른 선수들은 승마협회를 통해 따로 지원한다고 했다”고 삼성과는 반대 진술을 하기도 했다. 

 

특검은 8월 7일 양형 이유를 밝히면서, 삼성과 청와대 사이에서 직접적인 청탁이 없었다 하더라도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면 이 역시도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문제 등 현안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후 독대라는 ‘부정적인 방법’을 거쳐 승마 지원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 측은 최 씨가 용역계약과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증거 및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여전히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특검이 ‘경영 승계’라는 가공의 프레임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맞섰다.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는 오는 8월 25일 내려진다. 최근 대법원이 국정농단 주요 사건의 1‧2심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규칙을 고치면서 이번 선고도 생중계될 가능성이 높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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