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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반도체 황금시대' 삼성전자 DS 김기남 vs SK하이닉스 박성욱

58년 개띠·최고 반도체 기술자 공통점…전 세계가 두 CEO 투자 결정에 주목

2018.03.01(Thu) 15:24:44

[비즈한국]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CEO들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올해보다 더 어려운 내년 경기 전망이다. 경각심을 갖고 더욱 열심히 하자는 차원에서 던지는 말이지만, 실제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꾸준히 저성장 곡선을 그려왔으니 꼭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요즘 반도체 산업 만큼은 이러한 상투적인 엄포를 놓기에 다소 머쓱할 정도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 재료가 되는 각종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유례없는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한때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단가가 낮아지는 ‘치킨게임’까지 마무리됐다. 단가 경쟁을 못 버티고 나가떨어진 낙오자들을 뒤로 하고 한 손에 꼽는 생존 기업들의 성대한 파티가 벌어졌다. 여기에는 우리 기업도 두 개나 포함돼 있다.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불황일 때 기업의 전략은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익률을 보존하는데 맞춰진다.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반면 호황일 때는 과감한 설비 투자로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매출 규모를 키워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기 위한 전략을 택한다. 하지만 불황도 호황도 일정한 사이클이 있다. 무턱대고 투자를 감행하면 나중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바로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의 역량에 달렸다.

 

# ‘불 같은 공격적 리더십’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지난 2월 23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무려 60억 달러(약 6조 4950억 원)이 투입된 극자외선(EUV) 라인 기공식에서 현수막이 뒤집어진 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김기남 사장이 DS부문장이 되고 나서 첫 번째 기공식에서 벌어진 일이다. 300여 명에 달하는 VIP를 부른 자리에서 벌어진 낯 뜨거운 사건이지만, 덕분에 EUV 라인이 기공했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알게 됐으니 기대 밖 홍보 효과는 제법 컸다.

 

사실 이날 진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화성 EUV 라인의 기공 의미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7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일종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공정 미세화는 오늘날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게 만든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전 세계 그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7나노 공정 도입을 공격적으로 감행했다.

 

매사에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똑 부러지는 일처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성품은 반도체와도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빠른 의사 결정은 지금 같은 반도체 호황기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번 결정이 되면 소신에 따라 대단히 공격적으로 경쟁에 임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DS 부문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러한 김 사장의 리더십이 가장 빛난 순간이 바로 시스템LSI 사업부를 재건했을 때다. 반도체는 크게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와, CPU, AP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는 뛰어난 공정 기술과 양산 노하우로 이미 세계 일류에 오른 지 오래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인텔이라는 공룡과 ARM, 퀄컴 등과 같은 팹리스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는 분야다.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이익률은 좋지만 타사 대비 기술력이 떨어지는 삼성전자에게는 마치 계륵 같은 존재였다.

 

이러한 가운데 김 사장은 2014년 시스템LSI 사업부장 취임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요인은 어쩌면 간단했다. 기술력이다.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개발에 성공하면서 퀄컴의 스냅드래곤 생산 물량과, 대만 TSMC에 빼앗겼던 애플 물량 일부를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해프닝으로 주목받았던 7나노 EUV 라인도 김 사장이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신공정 기술을 공격적으로 도입한 양산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TSMC에 빼앗긴 애플 물량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기술력뿐이라는 믿음에서다. 여담이지만 그날 실수를 했던 직원에게 별다른 인사 조치는 없었다.

 

1958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서울대  전자공학과, KAIST 대학원을 졸업한 김 사장은 황창규 부회장, 권오현 부회장에 이어 삼성전자 메모리 기술력을 상징하는 세 번째 얼굴이 됐다. 경영자일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자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전기전자학회 석학 회원, 미국 한림원 회원이며, 수백여 건의 학술 논문과 특허를 보유 중 이다.

 

# ‘바다 같은 안정적 리더십’​ 박성욱 SK 하이닉스 부회장

 

지난 2011년 SK그룹의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가 결정됐을 때 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의 시각이 공존했다. 우려는 다른 SK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거의 없다는 점과 반도체 업황이 침체돼 있었던 점이었고, 기대는 SK그룹이 가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이닉스에게 든든한 총알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SK 회장의 최대 업적으로 남게 됐다.

 

박성욱 부회장은 SK하이닉스를 대표하는 반도체 엔지니어다. 삼성전자의 김기남 사장이 반도체 설계 전문이라면, 박 부회장은 D램 개발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자다. 한국 경제를 떠받드는 두 반도체 기업의 수장이 나란히 최고 전문가라는 점은 누가 봐도 믿음직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012년 SK 하이닉스 합병 당시 박 부회장은 연구개발 및 생산을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었다. 대표를 맡았던 재무통 권오철 사장과 함께 피인수 이후 거취를 두고 말이 많았지만, 둘 다 유임으로 가닥이 정해졌다. 사실 반도체 사업 경험이 없는 SK 입장에서는 박 부회장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인사였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돼 공동대표 체제가 구축됐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인 2013년 권오철 사장이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고, 같은 해 최태원 SK 회장이 횡령 사건에 휘말리면서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급작스럽게 박 부회장 홀로 회사를 이끌어야 하는 숨 가뿐 상황이 연출된다.

 

박성욱 SK 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박 부회장의 온화한 리더십은 이러한 혼란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추스르면서,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는 업황에 차분하게 대응해 나갔다. 2012년 2200억 원에 달하는 적자 상황에서, 2013년 3조 2700억 원에 달하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물론 반도체 호황이라는 운도 따랐다. SK그룹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생산라인 확충 및 기술기업 인수 합병과 같은 공격적인 투자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은 박 부회장의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와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케 한 안정적인 리더십 때문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3억 달러(3조 2475억 원) 규모의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는 요즘 박 부회장의 최대 현안이다. 인수는 확정했지만 세계 각국의 반독점 규제 심사가 남았다. 현재 세계 D램 생산 3위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성공할 경우, 순식간에 2위로 뛰어오르며 1위인 삼성전자와 맞대결을 펼치는 그림이 그려진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여러모로 김기남 사장과 닮은 구석이 많다. 김 사장과 같은 1958년 동갑내기일 뿐 아니라, KAIST 대학원 동문이기도 하다. 무술년 개띠해 두 반도체 개띠 CEO의 아름다운 경쟁이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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