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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60년 식품 맞수' CJ제일제당 신현재 vs 대상 임정배

비식품 출신 그룹 전략통과 뼛속까지 '대상맨' 1961년생 '동갑내기' 수장 대결

2018.02.27(Tue) 17:50:54

[비즈한국] 1950년대 나란히 설립된 CJ제일제당(1953년)과 대상(1956년)은 대표적 라이벌 기업으로 꼽힌다. 1960년대 대상의 ‘미원’이 있다면 1970년대엔 CJ제일제당의 ‘다시다’가 있고, 2000년대 들어선 CJ제일제당의 ‘해찬들’과 대상의 ‘청정원’이 있다. 김치 시장에선 대상 ‘종가집’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가 경쟁 중이다. 

 

최근엔 소재시장인 라이신(가축 사료에 첨가되는 필수아미노산) 사업에서 경쟁을 펼치며 두 기업의 사업적 교집합은 더욱 커졌다. 60여 년간 전통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한 두 기업은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체제하에 식품은 물론 소재사업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 ‘그레이트·월드베스트 CJ’ 실현할 적임자…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2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사내방송에 등장해 공격경영을 예고했다. 그는 직원들에 신년인사를 건네며 “CJ그룹은 ‘그레이트 CJ’, ‘월드베스트 CJ’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며 “올해는 원대한 꿈의 실현을 위한 매우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한 ‘그레이트CJ’와 2030년 세 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월드베스트 CJ’라는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경영 복귀 후 첫 사내방송을 통해 이 같은 비전을 다시금 강조하고 나선 것. 이에 이 회장의 복심이자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의 수장이 된 신현재 대표(57)가 ‘그레이트 CJ’와 ‘월드베스트 CJ’ 실현에 적임자가 될지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신임 대표는 그룹 내에서 CJ오쇼핑, CJ대한통운, 지주사 CJ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친 전략가로 통한다. 이전까지 CJ제일제당 이끌었던 김철하 CJ기술원장(부회장)이 대상부터 CJ제일제당까지 30년 이상 식품사 출신인 것과 달리 신 대표는 식품사업 경험이 전무하다. 

 

1961년생인 신 대표는 1980년 부산 중앙고, 1984년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제일합섬에 입사해 경영관리 업무를 맡았다. 이후 1993년부터 새한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했다. 신 대표가 CJ와 인연을 맺은 건 2000년이 CJ오쇼핑에 경력직으로 입사부터다. 

 

신 대표는 2002년 12월 CJ회장실에서 운영2팀장 상무를 거쳐 2007년 1월 CJ 사업총괄 부사장, 2010년 9월 CJ오쇼핑 경영지원실 실장을 맡았다.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한 직후에는 이 회사의 글로벌부문장과 성장전략실장을 겸했고, 2013년 11월부터 1년간 CJ대한통운 대표이사로도 활약했다.

 

그런 그가 CJ그룹 내 핵심으로 떠오르게 된 건 지난 2014년 CJ그룹 경영총괄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이채욱 CJ부회장의 뒤를 이어 지주사 CJ 경영총괄을 맡게 된 것이다. 

 

신 대표는 2014년 12월 11일 경영총괄에 올라 CJ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기획, 마케팅 등 현안의 의사결정을 종합하고 투자결정을 내리는 핵심 업무를 맡았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꾸려진 그룹경영위원회에서 신 대표는 경영총괄로 CJ그룹의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하고 의사결정을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신 대표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CJ대한통운 대표시절 2014년 초부터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1000회 이상 열며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라운드 테이블 행사는 경영진이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간담회다. 이는 2013년 4월 통합한 CJ GLS와 대한통운 간의 조직문화 차이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업계에선 전략통 출신 신 대표가 전면배치된 만큼 앞으로 공격경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신 대표가 사업부문을 기존 바이오 생물자원 식품 소재, 4개에서 바이오와 식품 2개로 통폐합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엔 CJ제일제당의 100% 자회사인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1조 3000억 원에 매각했다. 이 매각대금은 인수합병을 통한 식품, 바이오 등 글로벌 사업에 사용될 방침이다.   

 

신 대표는 이재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CJ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변화에 어떤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최근 계열사 매각과 분할, 대규모 인수합병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대적 변신을 도모하는 만큼 재무능력을 갖춘 전략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런 점에서 신 대표를 CJ제일제당을 맡기에 적임자라고 평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뼛속까지 정통 ​대상맨​ 임정배 식품BU 대표

 

CJ제일제당의 오랜 라이벌인 대상은 1997년 임창욱 명예회장의 돌연 사퇴 후 약 20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특히 2016년 말부터 대상은 식품사업부문과 소재사업부문 조직을 분리하며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3월부터 대상그룹 식품BU부문을 맡고 있는 임정배 대표(57)​도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와 같은 1961년생으로, 해외영업과 재무, 기획에 정통한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한다.

  

임정배 대상 대표. 사진=대상


지나온 세월은 신 대표와 다르다. 경성고와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임 대표는 1991년 미원통상 입사 후 30여 년 간 대상에서 일한 정통 ‘대상맨’이다. 신 대표가 경력직으로 CJ에 입사해 대표 자리에 오른 것과 대조된다. 

 

임 대표는 입사 후 유럽 판매법인(네덜란드) 주재원, 대상 무역팀장, 조달팀장, 재무팀장, 기획관리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치며 관리능력을 검증받았다. 특히 2009년 대상 CFO로 재직하면서 회사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 6000원대 회사 주가를 4만 원대로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임 대표도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팀장뿐 아니라 신입사원에게도 존칭을 사용하며 고 임대홍 대상 창업주가 강조한 ‘인간 존엄과 자존을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게 대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임 대표가 ‘한국경제’에 기고한 에세이에도 나타나 있다. 

 

임 대표는 “임대홍 창업회장이 임원들이 선물한 벤츠 승용차를 시승도 하지 않고 환불한 일화는 유명하다”며 “직원과 같은 눈높이에서 생활하고 격의 없이 소통했다. 스스로 권위를 낮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해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리경영 체제 대표로 나선 첫해 대상의 수익은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결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 기준 대상은 전년도 같은 기간 매출액(2조 1457억 원)은 5.2% 증가한 2조 2576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915억 원)은 전년도(1001억 원)에 비해 10.2% 감소했다. 

 

사업부문으로 구분했을 때 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식품부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1조 9350억 원을 기록했는데 전년(1조 7986억 원) 대비 7.6% 증가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474억 원으로 전년(565억 원)에 비해 16.2% 감소했다. 

 

정홍언 대표가 이끌고 있는 소재부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6384억 원을 기록, 전년(6164억 원) 대비 3.6% 증가한 수치를 보였으나 영업이익은 417억 원으로 전년(432억 원) 대비 3.4% 감소했다. 대상의 식품사업부문 비중이 소재사업부문의 3배가량 되는 것을 감안할 때 비중이 더 큰 식품사업부문 영업이익 감소율이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대상은 올해 핵심 전략으로 효율성 증대와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꼽으며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신년사에서 전 부문의 효율성 증대와 실행력 강화, 소통을 통한 부문간 시너지 극대화를 주문했다. 

 

그는 “전사적 자원을 어떻게 배치, 운영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할지에 대해 모든 부문에서 같이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각 부문에서 시장과 경쟁의 흐름을 철저히 분석해 기회를 찾아내고 내·외부의 자원을 집중해 그 기회를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각만으로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철저히 실행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영업, 마케팅, R&D, 생산, 관리 등 전 부문 간 협업과 소통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자”고 당부했다. ​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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