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과 첨단기술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관련 예산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은 아직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본격화된 시기 채용 규모가 급감한 뒤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AI·디지털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들의 채용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는 등 기관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산하 17개 기관의 일반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2021년 270.5명에서 2022년 246.5명, 2023년 183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4년 177명까지 감소했다. 이후 작년에는 193명으로 반등했지만 2021년 대비 여전히 28.7% 낮은 수준이다.
채용 감소 시점은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 기조와 국가 R&D 예산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된 시기와 맞물린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공공기관 정원 관리와 조직 효율화를 강조해 왔고, 2023년 국가 R&D 예산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연구계 전반이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이재명 정부는 AI·반도체·양자 등 전략기술 중심으로 투자 방향을 재조정하고 최근 R&D 예산을 다시 확대했지만 채용은 아직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분석에서는 과기정통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22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제외했다. 이들 기관은 2024년 말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서 알리오 공시 대상에서 빠졌다.
#AI 정책 집행기관 채용은 오히려 감소
정부가 AI를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관련 투자 확대에 나선 상황이지만 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신규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은 국가 AI 정책의 기획·집행·산업 육성·보안·R&D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들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초거대 AI 사업, 국가 AI컴퓨팅센터, AI 반도체, 데이터 산업 정책 상당수가 이들 기관을 통해 집행된다.
이들 5개 기관의 일반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를 합산하면 2021년 133명에서 2022년 103명, 2023년 80명, 2024년 78명, 2025년 75명으로 감소했다. 4년 만에 44%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기관별 차이도 컸다. NIA에서는 2021년 52명이던 신규채용이 2025년 29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임직원 총원은 710명에서 725명으로 늘었지만 신규채용은 감소했다. NIPA와 K-DATA는 감소 폭이 더욱 컸다. 두 기관 모두 임직원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신규채용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NIPA는 지난해 2명(2021년 14명)을 채용했고 5년 전 인력 21명을 신규로 뽑았던 K-DATA의 경우 작년에는 0명을 기록했다. IITP 역시 2021년 14명에서 2025년 8명으로 감소했다. AI·반도체 R&D 예산 집행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인력은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양상이다.
반면 KISA는 지난해 36명을 신규 채용하면서 2021년 32명에서 더 늘었다. 임직원 수도 같은 기간 770명에서 779명으로 증가했다. 사이버보안과 디지털 신뢰 분야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용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정부의 AI 정책이 조직 확대보다는 기존 기관 기능 강화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예산은 늘어도 신규 정원 확대나 대규모 채용으로 연결되기보다는 기존 조직과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우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지원기관은 회복세…다만 기관별 편차
반면 국가 연구개발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연구지원기관에서는 일부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NRF),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국가 R&D 예산 기획·평가·집행과 연구자 지원, 연구성과 사업화 등을 담당하는 기관들로 연구 현장과 정부 R&D 정책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 기관의 일반정규직 신규채용 전체 규모는 2021년 83.5명, 2022년 79.5명, 2023년 79명에서 2024년 66명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80명으로 회복하며, 5년 전 규모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국가 R&D와 학술 진흥을 위해 전 학문 분야의 연구비 지원 및 관리, 연구 인력 양성과 국제협력을 총괄하는 한국연구재단의 경우 2023년 16명까지 줄었던 신규채용을 지난해 33명으로 늘렸다. 임직원 수 역시 약 62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지난해 21명을 채용했다.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가 기초연구 투자 확대를 재강조하면서 연구 인프라 유지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모든 기관이 같은 흐름을 보인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2023년까지 3년간 14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5명으로 줄었다. KIRD는 2022년 14명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8명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2022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연구지원기관 내부에서도 채용 회복 속도에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예산이 늘더라도 신규 사업 기획과 정원 조정, 조직 개편 등을 거쳐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의 정원 관리와 인건비 통제 체계의 영향도 함께 받는다. 한 연구지원기관 관계자는 “예산이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채용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사업 예산과 별개로 정원 승인과 인건비 재원 확보 절차가 필요해 실제 인력 충원까지는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과 예산 확대가 실제 집행기관과 연구인력 확충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연구 생태계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5.5조 원의 R&D 예산을 편성한 정부는 2030년까지 첨단 GPU 26만 장 확보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 등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월 과기정통부 소속·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도전·혁신적인 R&D로 체질을 바꿔 나가야 한다. 고위험·고성과 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고, 실패를 낙오가 아니라 학습과 축적으로 전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 현장의 체질 변화를 위한 제도적 손질도 병행되고 있다. 정부는 연구자가 과제 수주로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구조인 연구비 인건비 의존형 체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행정 절차 간소화와 함께 연구자가 행정 부담 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관련 예산이 크게 늘었지만 공공기관 채용이 이에 비례해 확대되지 않은 것은 공공기관이 공공성과 효율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AI 정책이 실제로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집행기관이라면 AI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외부 전문가나 민간 컨설팅사, 로펌과의 협업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매년 반복되는 사업과 과제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획·선정되고 관리되는지, 채용 규모 자체보다 정책 기획과 집행 역량이 제대로 확보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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