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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2기 경북 영덕군, SMR 실증 부지는 부산 기장군 '최종 낙점'

한수원, 11차 전기본 부지 선정 평가 결과 발표…지역사회 환영·우려 교차

2026.06.18(Thu) 16:12:25

[비즈한국] 한국수력원자력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부지로 경북 영덕군을, 국내 최초 소형모듈원전(SMR)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최종 선정했다. 이번 결정은 2011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이루어진 신규 대형 원전 부지 선정이다. 대규모 자본 투입과 고용 창출에 따른 지역 경제 부흥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한편, 환경 및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시민사회와 일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고리원전 3, 4호기의 전경이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6월 16일 한수원 신규원전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대형 원전 유치전에 뛰어든 경북 영덕군은 종합 평가에서 91.01점을 기록하며 울산 울주군(82.63점)을 제치고 최종 부지로 낙점됐다. SMR 실증로 부지 역시 87.11점을 받은 부산 기장군이 경북 경주시(84.56점)를 따돌리고 선정됐다. 

 

#영덕군민 찬성율 ‘86.18%’가 결정적 역할

 

이번 부지 평가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총 25점이 배정된 ‘주민 수용성’ 항목이었다. 영덕군은 올해 초 군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86.18%라는 찬성률을 기록하는 등 지역 사회의 유치 열망에서 경쟁 지역을 앞섰다. 

 

영덕이 제안한 부지 면적은 324만㎡로, 정부가 당초 공모에서 요구한 필요 면적(104.1만㎡)의 3배가 넘어 향후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췄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향후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인허가 절차를 거쳐 대형 원전은 2037년과 2038년, SMR은 2035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규 원전 건설을 확정 지은 지역사회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예상하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영덕군의 경우 건설 기간 동안 인력이 유입되어 침체된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원전 운영에 따른 법정 지원금 등이 더해져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주홍 영덕군수 당선인은 원전 건설이 군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청년 일자리 창출로 직결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내 최초 SMR 실증로를 품게 된 부산 기장군 역시 고무된 분위기다. SMR 유치를 마중물 삼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지역 내에 유치하겠다는 산업 연계 청사진까지 제시하고 있다. 우성빈 기장군수 당선인은 주요 공약인 AI 데이터 센터 유치를 이번 SMR과 연계할 수 있게 됐다며, 원전 유치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하는 군민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 여론조사 아닌 숙의와 토론 병행돼야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는 반대로 강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영덕은 과거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원전 유치가 무산된 경험이 있는 만큼, 시민사회는 이번 결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영덕군은 지난 2012년 천지 부지가 원전 예정 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2015년 주민 투표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92%의 압도적인 반대 결과가 나왔고, 결국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21년 지정이 철회된 바있다.

 

박수홍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상황실장은 “영덕은 이미 11년 전 주민 투표에서 압도적인 반대 의사가 확인되었던 지역”이라며 “한 번 반대를 통해 엎어졌던 지역인 만큼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진지한 숙의와 토론 등 신중한 민주적 확인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장군에 들어설 SMR 부지에 대한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SMR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된 케이스가 없는 만큼,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SMR을 인구 34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인근에서 실험하겠다는 발상이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학 기장군 어업피해대책위원장은 “SMR이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규모만 축소됐을 뿐 주민 입장에서는 고리원전에 다음 호기가 들어오는 것”이라며 “기존 고리 원전이 배출하는 온배수로 인한 피해에 대한 대처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며 우려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전력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모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향후 전력 수요 폭증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인 용인 등지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감당하기 위한 발전소는 또다시 영남권 해안 지역에 밀집하게 되어,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장거리 대규모 송전망 구축 비용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지역 주민들에게 오롯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울산 산업단지과 포항 제철소가 있음에도 부산, 울산, 경북 지역 다 합쳤을 때 전력 그 자급률이 200% 가까이 된다”며 “전력 불평등이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해안 원전 밀집에 따른 안전 문제도 지적된다. 연쇄 사고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헌석 위원은 “특정 지역에 여러 발전소를 밀집시켜 놓으면 과거 태풍 사례처럼 기후 재난이나 대형 사고 발생 시 국가 전력망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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