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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패트롤]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거리 전철 밟나

임대료 상승, 대기업 매장이 점령, 공실률 증가…전문가들 "특색 잃어가"

2018.06.01(Fri) 17:36:42

[비즈한국] 서울 강남의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몰려드는 손님으로 분주했던 상권이지만, 최근 유동인구가 급감하고 메인 거리 1층에서도 공실이 발생한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의 전형으로 침체기를 맞이한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는 한산했다. 평일 오전이라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외국인 관광객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신사역 사거리에서 가로수길 메인 거리 입구로 향하는 대로변에서부터 ‘임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3층짜리 건물의 1층이 텅 비어 있었다. 제빵업체 뚜레쥬르가 있던 곳으로 지난해부터 빈 상태다. 

 

가로수길은 한때 몰려드는 손님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했던 상권이었지만 최근에는 메인 거리 1층에조차 ‘임대 문의’를 써 붙인 채 문을 걸어 잠근 가게가 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가로수길 메인 거리 입구에서 200m 정도 들어가자 4층짜리 건물 전체가 비어 있었다. ​2012년부터 ​미국 패션브랜드 ‘​홀리스터’​가 있던 자리로 올해 1월 문을 닫았다. 폐점 이유는 매출 감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알려졌다. 길 건너편 1층에는 ‘임대 문의’를 붙인 채 문을 걸어 잠근 가게들도 있었다. 대부분 대형 매장 사이 자리 잡은 패션·잡화 매장이다.

 

이 같은 모습은 가로수길 중심부로 갈수록 심화됐다. ‘비즈한국’이 직접 확인한 결과, 가로수길 메인 거리와 양 옆으로 자리한 세로수길 일대 임차인을 구하는 건물 19곳이 빈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옛 홀리스터 매장을 포함한 3곳은 건물 전체가 비어 있었다. 가로수길 양 옆 골목인 ‘세로수길’의 공실도 두드러진 모습이다. 골목에는 대로변 못지않게 대형 매장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준비를 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진 가로수길은 2000년대 후반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패션매장 등이 자리 잡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집중돼 있던 강남 유동인구를 분산시키는 작용을 한 것도 가로수길 상권의 성장이었다. 가로수길이 유명세를 타자 2012년부터는 대기업과 외국계 브랜드 매장이 경쟁적으로 입점하며 임대료가 치솟았다.

 

그로 인해 거리 분위기도 바뀌었다. 과거 가로수길은 패션의 성지로 불렸지만, 현재 이 일대는 패션매장 외에도 뷰티·라이프스타일 등 명동·강남과 같은 상권에 어울릴 법한 업종들이 상다수다. 라이프스타일숍을 표방하는 자라홈·아트박스가 지난해 들어섰고, 세로수길 골목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와 ‘아이코스’ 매장이 들어섰다. 올 3월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 애플스토어 매장이 입점했다.

 


가로수길의 공실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신사역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7.8%로 지난해 1분기(2.9%)에 비해 급등했다.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 연면적 330㎡를 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3분기에는 공실률이 12.8%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공실률이 6.5%에서 7.7%로 상승한 것에 비하면 높은 상승폭이다. 

 

공실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임대료 상승과 매출 감소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8년 가로수길 주요 상권의 3.3㎡(1평)당 월세는 15만 원선이었으나 지금은 150만 원에 육박한다. 한 점포 관계자는 “5년 전에 비해 임대료는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손님과 매출액은 절반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신사동 상권의 임대료는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유동인구와 매출 하락 때문이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사동 상권의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지난해 1분기 ㎡당 8만 6900원에서 올해 1분기 7만 5700원으로 12.9% 내렸다. 강남지역 8개 상권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 권리금을 받지 않는 곳도 등장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점포마다 3억~4억 원의 권리금이 붙는 등 1층 상가가 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상황이 변한 것이다. 

 

메인 거리에 들어서면 임대 현수막을 달아 놓은 빈 점포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이조차도 일부 건물에 해당돼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가로수길 인근 A 부동산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일부 점포는 권리금 없이 임대료를 낮추려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대다수의 건물주들은 공실이 발생해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으로 전락한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유동인구를 흡수하며 상권을 키워온 가로수길이 로데오거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로수길 인근 B 부동산 관계자는 “과거 압구정 로데오거리도 대형 프랜차이즈가 진입하며 특색 있는 임차인들이 빠져 나갔는데 가로수길도 높은 임대료로 대기업 매장 일색이 되면 특색을 잃게 돼 로데오거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로수길 상권의 침체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상가정보연구소 관계자는 “자영업 불황 여파로 상가 임차 수요가 크게 줄어 고임대료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료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건물주와 임차인이 희망하는 임대료 차이가 커 빈 점포가 줄지 않는다. 당분간 하향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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