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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짚풀로 이런 것까지?!! 짚풀생활사박물관

금줄, 짚신, 달걀 꾸러미에 비옷, 밧줄, 장난감…조상 지혜 배우고 체험까지

2019.04.09(Tue) 11:31:29

[비즈한국] 가방이랑 신발은 무엇으로 만들까? 닭장이나 장난감은? 지금이야 그때그때 다른 재료를 쓰지만, 옛날에는 이 모든 물건을 모두 한 가지 재료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달걀 꾸러미, 비옷, 깔개, 밧줄, 신발도 만들 수 있는 만능 재료가 있었다. 짚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6년 전에 문을 연 짚풀생활사박물관은 볏짚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설립한 박물관으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아마도 우리 조상들만큼 볏짚을 만능 생활 재료로 활용한 민족이 드물고, 또한 언뜻 하찮게 보이기만 하는 볏짚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인병선 초대 관장 같은 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의 아내인 인병선 관장은 남편과의 사별 이후 전국을 다니며 우리 짚풀 문화를 연구하고 전파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지금은 제2대 신좌섭 관장이 박물관을 이끌고 있다. 

 

짚풀생활사박물관은 볏짚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설립한 박물관으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 짚풀로 못 만드는 것이 없었다!

 

대학로에 있는 박물관은 아담한 기와집인 한옥관과 현대식 본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 주거공간인 한옥관에는 당시 사용하던 생활 용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전시장 안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옛날 우리 조상들의 생활 용품들을 모아 놓고 안쪽 벽에도 짚풀로 만든 다양한 생활 용품들을 한 가득 걸어 놓았다. 본관에 있는 1·2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선 생활 소품뿐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각종 도구까지, 한반도 짚풀 문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박물관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하고 멋진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게 마련이다. 그것들은 대부분 ‘지배층’의 역사와 화려한 생활을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란 지배층만이 이끌어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다수를 차지하던 백성들, 서민들의 지혜가 우리 역사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었다. 짚풀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의 문화와 지혜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소재다. 

 

여러 종류의 짚단과 짚풀로 만든 다양한 물건들. 신발, 장난감 등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짚풀을 가지고 못 만드는 것이 없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짚풀을 가지고 못 만드는 것이 없었다. 이걸로 밧줄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닭장도 만들고, 개집도 만들고, 심지어 지붕도 만들었으니까. 한마디로 뭐든 만들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이었다. 그만큼 짚풀은 우리 조상들이 살아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재료였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짚풀로 만든 물건들을 잘 살펴보기만 해도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는 셈이다. ​

 

짚풀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한 것도 짚풀생활사박물관의 장점이다. 간단한 장난감이나 장식품뿐 아니라 교과서 속 물건들까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하고 예약해서 참여할 수 있다. 

 

# 직접 체험하며 조상의 지혜 속으로 한 걸음 더

 

10인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전시 설명을 들으면 한 걸음 더 들어간 정보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끼줄에 고추나 숯, 솔잎을 끼워 놓은 ‘금줄’이 옛날 아기가 태어나면 다른 사람들이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대문에 걸었던 줄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금줄에 숯을 달면 계집아이, 거기다 고추까지 더하면 사내아이가 태어났다는 뜻이란 것도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보통 새끼줄은 오른쪽으로 꼬지만(오른새끼), 금줄은 특별히 왼쪽으로 꼰다는 사실(왼새끼)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건 못된 귀신이 금줄을 오른새끼인 줄 알고 풀려고 하면 더 꼬이도록 한 것이란다. 

 

금줄, 빗자루, 복조리, 달걀꾸러미뿐만 아니라 컵받침, 인형, 곤충채집바구니 같은 요즘 물건도 짚풀로 만들어볼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 아장아장 걷는 나이가 되면, 짚풀로 만든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된다. 금줄 옆으로 보이는 짚뱀, 문어, 복두꺼비 같은 인형이 그런 것들이다. 전시실 중앙에는 짚풀로 만든 물건의 대명사, 짚신이 있다. 하얀 짚신, 빨간 짚신, 까만 짚신 등 종류가 다양하다. 하얀 것은 ‘엄짚신’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짚에 한지를 섞어 흰색이 된 것이다. 상을 당한 상주가 신는 짚신이다. 빨갛고 노란 빛깔의 ‘고운신’은 새색시가 신는 신이고, 머리카락을 섞어서 까만 짚신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삼아서 넣어드리던 신이다. 

 

짚풀박물관에서는 생활 용품 말고도 짚풀로 만든 커다란 소, 하늘을 나는 용 같은 작품들도 있다. 그러니 짚풀로 만든 물건을 통해 조상들의 생활을 충분히 살펴봤다면 다른 작품들도 찬찬히 살펴보자. 직접 짚풀로 인형이나 장난감 같은 것을 만들어본다면 아이랑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짚풀생활사박물관 외부 전경.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4길 45

△문의: 02-743-8787

△관람시간: 10시~17시 30분(입장은 16시 30분까지), 월요일·1월1일·명절연휴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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