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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달의 뒷면에

달에 건설하는 '월면 천문대'의 야심 찬 프로젝트 시작

2020.04.13(Mon) 12:03:44

[비즈한국] 1969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이 직접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겼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달 탐사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많은 국가의 착륙선과 궤도선이 달을 지키고 있다. 역사적인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넘긴 지금, 인류는 다시 달에 사람을 보내기 위한 달 탐사 경쟁 제2라운드를 시작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달 표면에 다양한 시설을 건설해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달에 정착해 살아가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과연 달 표면에 우리가 처음 짓게 될 건물은 무엇일까? 이미지=Pat Rawlings/NASA

 

곧 다시 사람이 달에 방문해 직접 탐사를 하게 된다면, 이제는 단순히 달에서 암석을 가져와 분석하는 수준의 수동적인 탐사가 아니라 아예 달 표면에 더 먼 심우주 탐사를 위한 기지를 건설하는 더 능동적인 탐사 개발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달에 가장 먼저 만들 건물은 무엇이 될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과 달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을 위한 달 카지노와 호텔? 아니면 달 정착을 위한 달 농장? 비닐하우스?  

 

귀여운 예상과 달리 많은 과학자들은 달에 가장 먼저 천문대를 세우는 계획을 품고 있다. 만약 인류 역사상 지구 바깥 달에 어떤 건물이 세워진다면 그것은 호텔도, 농장도 아닌, 천문대가 될 것이다. 

 

#비밀의 화원 달의 뒷면 

 

역사적인 아폴로 11호 미션에는 총 세 명의 우주인이 달로 향했다. 하지만 그 세 명이 모두 달 표면에 발을 디디지는 못했다. 그중 두 명만이 실제로 달에 착륙했고 나머지 한 명은 다른 두 명의 동료들이 달 위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달에는 지구처럼 거대한 발사장이 없기 때문에 달 표면에서 추력을 내뿜으며 지구로 곧바로 돌아올 수 없다. 그 대신 착륙선이 분리되어 달 표면에 착륙한 동안 분리된 나머지 궤도선은 계속 달 곁을 돌면서 대기한다. 이후 미션이 끝나면 달 착륙선 모듈이 다시 약간의 추력으로 궤도선 정도까지만 올라온 뒤 궤도선이 착륙선과 도킹해 지구로 돌아오는 전략을 활용했다. 

 

아폴로 11호 당시 촬영한 기록 사진들로 구성한 기록 영상.

 

그래서 궤도선이 달 곁을 도는 동안 계속 미세한 조종을 하기 위해서 한 사람은 궤도선에 남아 대기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폴로 미션의 세 명의 우주인 중에서 가장 비행 조종 실력이 좋은 베테랑이 그 운 나쁜 역할을 맡는다. 궤도선을 조종하는 것은 가장 까다로운 임무다. 아폴로 11호 미션 당시, 달을 코앞에 두고도 직접 가볼 수 없었던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은 바로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다. 

 

야사에 따르면 성공적으로 귀환한 우주인들이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중에 짓궂은 기자가 콜린스에게 뼈아픈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고 한다. “달까지 가놓고 혼자서 달도 못 밟고 왔는데 아쉽지 않느냐”는 다소 무례한 이 질문에 콜린스는 더 멋진 답변을 했다. 

 

“그 대신 저는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본 유일한 사람입니다.” 

 

아폴로 11호 미션 당시 달에서 임무를 마치고 동료들이 탑승한 착륙 모듈이 다시 궤도선으로 도킹하기 위해 돌아오는 장면을 콜린스가 궤도선에서 촬영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사진에는 돌아오고 있는 착륙 모듈 속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 두 명, 그리고 배경의 지구에 남아 있는 나머지 인류 전체를 제외한 딱 한 사람 콜린스만 담기지 않은 사진이다. 콜린스는 자신 한 명만을 제외한 전 인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이 착륙 모듈이 분리되어 달 표면으로 내려가는 중에 찍은 것이라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실 임무를 다 마치고 궤도선으로 귀환하는 장면이다.) 사진=U.S. National Archives

 

이처럼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 절대로 볼 수 없다. 콜린스처럼 우주선을 타고 달 뒤로 돌아가야만 볼 수 있는 비밀의 땅이다. 지구 주변을 도는 달의 공전 주기와 달이 자신의 자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자전 주기가 거의 비슷한 동주기 자전을 하고 있는 탓에, 지구에서 봤을 때 달은 항상 같은 면만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랫동안 달의 뒷면에는 지구를 감시하는 외계인들이 살고 있다는 등의 다양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지구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 달이지만, 정작 그 달의 뒷면은 베일에 가려진 수상한 세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후 달의 뒷면으로 넘어가는 궤도를 돌며 달을 사방에서 둘러볼 수 있는 탐사선들의 눈을 통해 드디어 인류는 그간 볼 수 없었던 달의 뒷면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달의 뒷면은 그간 지구에서 올려다본 달의 앞면과는 전혀 달랐다. 오래전 용암이 굳으면서 생긴 고도가 낮고 평탄한 현무암 평야가 넓게 펼쳐진, 달의 바다(maria)가 있는 달의 앞면과 달리 달의 뒷면은 훨씬 밝고 울퉁불퉁한 충돌 분화구들이 가득했다. 앞과 뒤가 다른 달의 모습은 마치 백옥 같은 매끈한 피부를 자랑하던 사람의 등을 몰래 봤더니 ‘등드름’으로 가득한 등짝을 봤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앞과 뒤가 전혀 다른 달의 모습. 왼쪽은 우리에게 익숙한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앞면, 오른쪽은 지구상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달의 낯선 뒷면의 모습이다. 달의 뒷면이 확연하게 더 밝은 색의 울퉁불퉁한 지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NASA

 

이처럼 달의 앞과 뒤가 확연하게 다른 지형적 특징을 갖게 된 것은 지구와 강한 중력에 붙잡혀 있는 동주기 자전을 하면서, 지구의 강한 조석력에 의해 달 내부의 핵이 지구 쪽으로 비대칭하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삶은 달걀 속 노른자가 달걀의 정중앙에 있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과 같다. 지구를 향한 달의 앞면 방향으로 핵이 치우쳐 있다. 즉 달의 앞면 쪽으로는 달의 지각이 얇은 셈이다. 반대로 지구를 등지고 있는 달의 뒷면에서는 달의 핵 위로 지각이 더 두껍게 덮여 있다. 

 

그래서 두꺼운 지각으로 덮여 있는 달의 뒷면은 바깥에서 날아오는 운석 충돌에 더 강하게 버틸 수 있다. 운석이 충돌하면 표면에 크레이터(crater) 상처는 남지만, 지각 내부의 용암이 새어나오지는 않는다. 맞아서 멍은 들지만 피는 튀지 않는 셈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얇은 지각으로 덮여 있는 달의 앞면은 운석 충돌에 더 취약하다. 작은 운석 충돌에도 바로 얇은 지각이 벗겨지고 그 안에 매장되어 있는 용암이 새어나와 표면을 덮어버린다. 그렇게 새어나온 용암이 굳어서 달 앞면에 방아 찧는 토끼 모양의 바다를 만들었다. 달의 앞면은 작은 충격에도 연약한 피부가 쉽게 벗겨져서 피가 굳은 딱지로 가득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중심의 핵이 살짝 지구 방향으로 비대칭하게 놓여 있는 달의 내부를 그린 그림. 이러한 핵의 비대칭은 달의 앞면과 뒷면의 지각의 두께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달의 앞면과 뒷면이 운석 충돌에 의해 받는 효과가 달라진다. 사진=브리태니커 사전

 

#굳이 별 보러 달의 뒷면까지 가야 해?

 

그런데 지구를 등지고 있는 달의 뒷면은 별을 제대로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오늘날 별을 즐기기 위해서는 가급적 모든 방해로부터 벗어난 곳으로 가야 한다. 도시에서 나오는 밝은 도시 불빛에 의한 광공해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생활 전파 잡음은 전파 천문대의 운용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실제로 거대한 전파 천문대가 세워진 주변 지역에서는 스마트폰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항상 지구를 등진 달의 뒷면은 달의 거대한 몸 자체로 지구를 가리기 때문에, 지구의 밝은 도시 불빛이나 전파 잡음으로부터 제대로 피할 수 있다. 게다가 달은 지구와 달리 대기도 거의 없기 때문에, 별빛을 스치우게 하는 바람도 불지 않는다. 또한 현재 달은 지질학적으로 거의 죽어 있는 천체여서 큰 규모의 지진이나 지각 변동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아주 안정된 지형을 갖고 있다. 달에 천문대를 세운다면 그것이 자연 지진(정확하게는 월진) 때문에 무너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바람도 물도 아무것도 없어서 생명은 살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이지만, 정작 별은 그런 극한의 환경일수록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최적의 환경인 달의 뒷면에 지구의 지상 망원경을 옮겨 짓는다면, 지구에서보다 최소 10만 배 이상 더 선명하고 깨끗한 높은 분해능과 시상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지구 대기권에 의한 방해를 피하기 위해서 이미 천문학자들은 지구 주변 궤도를 도는 우주 망원경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별을 더 잘 보기 위해서 달의 뒷면까지 가야 할까? 이미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는 우주 망원경들을 활용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크고 작은 위성체들이 남긴 많은 우주 쓰레기들은 이미 지구와 가까운 지구 저궤도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주 망원경을 지구 저궤도로 올리는 데에는 이제 현실적인 위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부분 지구 주변 궤도를 도는 우주 망원경들은 지구 저궤도, 즉 고도 약 500~600km의 궤도에 올라간다. 그런데 인류의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 이후 지금까지 아주 많은 위성들이 발사되면서 위성체와 발사체들이 남긴 먼지와 우주 쓰레기들로 지구 저궤도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우주 쓰레기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작은 알갱이라도 충돌하면 위성을 파괴할 만큼 위력이 강력해질 수 있다. 더군다나 먼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 제작된 아주 예민하고 정밀한 우주 망원경의 관측 센서와 장비들은 이런 작은 충격에도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우주 쓰레기와의 물리적인 충돌 문제뿐 아니라, 쓰레기들이 만들어낸 지구 저궤도의 자욱한 먼지 티끌은 관측 시상을 떨어뜨린다. 우주 쓰레기 먼지들은 빛을 산란하며 특히 적외선 영역의 빛을 다시 재방출한다. 즉 먼지로 자욱한 지구 저궤도는 배경 적외선이 가득해서, 정작 우리가 관측하고자 하는 먼 우주의 희미한 적외선이 파묻혀버린다. 

 

주기적으로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 태양풍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때 강한 자외선이 지구 대기권을 때리면, 지구 대기권은 크게 부풀어 올라 우주 망원경들이 돌고 있는 저궤도까지도 지구 대기권의 입자들이 올라온다. 그 결과 궤도를 도는 우주 망원경과 마찰하는 대기 입자들이 늘어나면서 더 빠르게 우주 망원경을 감속시켜 대기권으로 서서히 추락시킬 수도 있다. 

 

또 지구 자체도 우주 망원경들의 관측을 제한한다. 지구의 자기장은 특히 수킬로미터 파장의 저주파수 전파 영역에서 배경 잡음을 만들어내므로 지구 주변에서는 해당 파장에서 원활한 관측을 하기 어렵다. 

 

지구 정직 궤도는 그 궤도에서의 공전 주기가 지구의 자전 주기인 24시간과 같아지는 궤도다. 그래서 보통은 계속 지구의 한 지점을 바라보는 GPS 위성 등이 올라가는 궤도로 많이 활용된다. 지구에서 약 3만 7000km 정도로 아주 높이 떨어져있어서 저궤도 위성에 비해서는 지구 대기의 방해를 적게 받는다. 이미지=ESA

 

포화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지구 저궤도의 교통 체증 문제로 인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저궤도 우주 망원경을 계속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기존보다 훨씬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고도 약 37000km의 지구 정지 궤도에 우주 망원경을 올리거나 아예 지구 바깥 달에 천문대를 건설하는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달의 구덩이가 전파 접시가 된다

 

현재 NASA의 연구진은 가능한 비용을 줄여서 월면 천문대를 짓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 그 중에는 달 표면에 둥글고 움푹하게 파여 있는 자연 분화구, 운석 크레이터를 그대로 거대한 접시 모양의 전파 안테나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작은 접시들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달 표면에 자연적으로 생긴 크레이터 자체를 거대한 전파 접시 안테나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지름 300미터짜리 거대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Arecibo Radio Telescope)이나, 최근 중국에서 새롭게 건설한 세계 최대 크기의 지름 500미터의 구면 망원경, FAST(Five-hundred-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와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다. 

 

중국 구이저우성에 최근 완공해 관측을 시작한 세계 최대 크기의 전파 망원경 FAST. 사진=Guizhou province

 

최근 공개된 NASA의 혁신 첨단 프로그램 구상(NIAC, NASA Innovative Advanced Concepts)에 따르면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달 크레이터 전파 망원경(LCRT, Lunar Crater Radio Telescope)은 중국의 FAST를 능가하는 지름 약 1km 수준의 아주 거대한 망원경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단연코 지구, 아니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망원경이 될 것이다. 달의 뒷면이 태양과 지구를 등지는 밤에 해당하는 시간이 되면, 달 자체가 지구와 태양에서 나오는 전파 잡음을 가려주는 자연 차단막 역할을 하는 덕분에 아주 깨끗하게 달 너머의 먼 우주 전파를 관측할 수 있다.

 

크레이터는 당연히 그 표면이 거친 충돌 분화구이기 때문에 반사율이 좋지 않다. 크레이터 위에서 아무런 기반 작업 없이 크레이터 그대로를 접시로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이 직접 가서 우주인들이 작업한다면 달 크레이터에 시멘트를 부어서 크레이터를 하나의 거대하고 매끈한 밥그릇으로 만드는 공사가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여러 명의 우주인과 장비를 보내는 것보다 더 경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NASA에서 계획하고 있는 달 크레이터 전파 망원경 구상도. 다만 건설의 제한적인 상황을 고려해 지구처럼 거대한 접시 안테나 대신 와이어로 구성된 전파 망원경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지=NASA

 

현재 계획에 따르면 초거대 월면 전파 망원경은 사람이 직접 달에 가서 건설하지 않는다. 대신 건설 전 과정을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거대한 달 크레이터로 두 대의 로봇을 함께 보낸다. 로봇 하나는 달의 거대한 크레이터 중앙으로 착륙하는 망원경 본체에 해당한다. 나머지 하나는 크레이터 가장자리 바깥에 놓인다. 크레이터 정중앙에 착륙한 망원경 로봇에는 거대한 전파 안테나 역할을 하게 될 반사율이 좋은 재질의 얇은 금속 소재가 여러 겹으로 접혀 보관되어 있다. 크레이터 중앙에 착륙한 망원경 로봇이 이 금속 소재를 살짝 밖으로 빼놓으면, 크레이터 바깥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로봇이 바퀴가 달린 갈고리 장치를 쭉 굴려내려 보내서 크레이터 중앙에 대기하고 있는 금속 소재 끝을 붙잡는다. 

 

크레이터 가장자리에는 여러 대의 로봇이 대기하고 있다. 이 로봇들이 사방에서 크레이터 중심에 살짝 펼쳐진 금속 소재를 붙잡는다. 이후 사방에서 다시 갈고리 바퀴가 크레이터 경사면을 기어올라오면서 접혀 있던 금속 소재 판을 거대한 접시 모양으로 빳빳하게 펼친다. 크레이터 가장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로봇들은 빳빳하게 펼쳐진 거대한 접시 모양의 금속 판을 고정해주는 닻 역할을 한다. 

 

한편 크레이터 중심에 착륙한 망원경 로봇은 이제 자신의 몸체 상부에 탑재한 망원경 검출기 부분을 위로 떼어낸다. 약간의 가스를 분출시켜서 튕겨 올려보낼 수 있다. 분리된 망원경 검출기는 빠른 속도로 튕겨져 올라온다. 이때 크레이터 정중앙 밑바닥에서 위로 튕겨져 나온 망원경 검출기 장치는 앞서 크레이터 가장자리에 고정시켜놓았던 닻 로봇들에 연결된 케이블로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튀어 올라온 검출기가 이상한 곳에 처박히지 않게 고정해준다. 또 케이블을 사방에서 잡아당기고 그 장력을 조절해서, 그 아래 펼쳐진 얇은 금속 막 재질의 접시 안테나와 검출기가 초점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조절하게 된다. 

 

현재 NASA가 계획하고 있는 달 크레이터 전파 망원경의 건설 과정을 요약한 그림. 이미지=NASA

 

실제로 거대한 산봉우리 사이의 큰 골짜기에 거대한 접시를 박아넣은 듯한 모습을 한 중국의 FAST 망원경도, 그 거대한 접시를 직접 움직이면서 망원경의 시야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접시 위에 공중에 떠서 고정되어 있는 검출기 부분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시야의 방향을 조절한다.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천문학자들은 약 6~30메가헤르츠의 아주 낮은 저주파수 영역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초거대 전파 망원경이 탄생할 것이라 기대한다. 또 단순히 하나의 거대한 단일 안테나뿐 아니라, 아예 여러 대의 작은 접시들을 달 표면에 짓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지구의 안테나와 달 표면의 안테나를 함께 활용한다면, 그 기선(baseline)이 무려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인 38만 km나 되는 엄청난 분해능의 전파 관측도 할 수 있다. 

 

특히 전파 관측은 동시에 멀찍이 떨어진 여러 대의 안테나로 동일한 천체의 빛을 관측해서, 각 안테나로 수신되는 빛의 위상차(Phase difference)를 비교해서 이미지를 그려내는 간섭계(Interferometer)를 많이 활용한다. 앞서 우리 은하와 M87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SMBH, Supermassive blackhole)의 민낯을 최초로 촬영했던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도 지구 전역의 다양한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서 그 기선의 사이즈가 지구 지름 정도 되는 하나의 거대한 간섭계 망원경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해서 이루어낸 성과였다. 지구 사이즈 간섭계보다 무려 서른 배 더 거대한 기선을 갖고 있는 지구-달 간섭계(Earth-moon-based Interferometer)라면 이웃 은하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아니라, 그보다 수천만 배 이상 더 가벼운 항성 질량 블랙홀의 민낯까지 담아낼 수 있다. 

 

앞서 천문학자들이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민낯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높은 분해능을 만들어냈던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에 참여한 지구 곳곳의 망원경들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다. 지구 전역에 분포한 다양한 망원경들을 한꺼번에 동원해 지구 전체 사이즈에 버금가는 거대한 단일경 전파 망원경의 효과를 발휘했다. 이미지=위키미디어

 

지구-달 간섭계가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훨씬 가벼운 저질량 블랙홀(low-mass blackhole)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쉽게 추적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도 서서히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질량이 줄어드는 호킹 복사(Hwaking radiation)을 제안했다. 결국 블랙홀도 서서히 호킹 복사를 통해서 죽어간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호킹 복사의 효율은 질량이 가벼울수록 더 확연해진다(호킹 복사의 세기는 질량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아쉽게도 기존의 관측으로 찾은 초거대질량 블랙홀돌은 애초에 유의미한 호킹 복사를 기대할 수조차 없다. 너무 무거워서 호킹 복사 자체를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계획한 지구-달 간섭계가 세워진다면, 어쩌면 그 간섭계를 통해 발견하는 수많은 저질량 블랙홀을 통해서, 훨씬 효과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강한 호킹 복사의 흔적을 찾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2019년 인류는 처음으로 블랙홀의 ‘쌩얼’을 바라봤다면, 가까운 미래 인류는 지구-달 간섭계를 통해서 이번엔 그 블랙홀이 서서히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블랙홀의 ‘주름살’을 목격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월면 천문대의 새 역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달 표면에서 먼 우주를 관측하는 월면 천문 관측(lunar-based observation)의 역사는 이제 시작된 수준이만, 과거에도 이미 시도되었다. 1972년 아폴로 16호의 우주인 존 영(John Young)과 찰리 듀크(Charile Duke)는 달 표면에 원자외선 분광 관측기를 함께 갖고 갔다. 당시 그들은 우리 은하의 이웃한 위성 은하 중 하나인 대마젤란 은하(LMC, Large Magellanic Cloud)의 분광 관측을 진행했고, 그 관측 데이터를 통해 대마젤란 은하에서 왕성한 별 탄생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겼다면, (대중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폴로 16호는 인류 최초로 지구가 아닌 달에서 외부 은하 관측을 진행한 진정한 월면 천문대의 첫 역사였던 셈이다. 

 

아폴로 16호 우주인들이 가지고 간 자외선 분광 관측기로 촬영한 대마젤란 은하의 스펙트럼 이미지. 처음으로 지구 바깥 다른 천체에서 우주를 관측한(심지어 사람의 손으로) 역사적인 순간 얻어낸 사진이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의 달 착륙선 창어(Chang’e) 3호가 다시 한번 우리 은하 바깥 외부 은하의 모습을 달에서 관측하는 멋진 기록을 세웠다. 2013년 12월 중국은 달의 평탄하고 넓은 지역에 무사히 창어 3호를 착륙시켰다. 착륙선과 함께 날아간 귀여운 로봇 ‘옥토끼(Yutu)’도 천천히 바퀴 자국을 남기며 달을 돌아다녔다. 아시아 국가에서 처음으로 달 표면에 로봇을 착륙시킨 멋진 순간이었다. 

 

당시 중국의 창어 3호는 단순히 달 표면 탐사에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16년 9월 16일 달이 지구의 반그림자 뒤로 숨는 반영 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의 달 착륙선은 달 표면이 아닌 달의 밤하늘을 바라봤다. 달에서 봤을 때, 밝은 태양이 지구의 등짝 뒤로 숨으면서 아주 깜깜한 완벽한 우주가 머리 위로 펼쳐진 약 네 시간 동안 창어 3호는 232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창어 3호에서 분리되어 나온 작은 로봇 옥토끼가 달 표면에 바퀴 자국을 남기며 나아가는 모습. 중국은 이로써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달에 로봇을 착륙시킨 나라가 되었다. 사진=Chinese Academy of Sciences/China National Space Administration/The Science and Application Center for Moon and Deepspace Exploration/Emily Lakdawalla

 

창어 3호에 탑재되어 있던 월상 자외선 망원경(LUT, Lunar-based Ultraviolet Telescope)으로 찍은 당시 사진에는 지구에서 약 2억 광년 거리에 떨어진 바람개비 은하(M101, Pinwheel Galaxy)도 담겼다. 그 외에도 다양한 외부 은하들과 쌍성들, 강한 블랙홀을 품고 있는 활동성 은하핵 등 다양한 강한 천체에서 방출되는 자외선 흔적들을 관측했다. 지구에서는 창어 3호처럼 지면에 달라붙은 수준의 아주 낮은 고도에서 이런 관측을 수행할 수 없다. 너무나 짙은 지구 대기권이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가 거의 없는 달이기에 이런 멋진 관측이 가능했다. 이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중국은 아시아 최초 달 착륙이라는 타이틀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달에 기반을 둔 월상 관측 천문대(Moon-based Observatory)의 시대를 연 뜻밖의 주인공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었다.

 

중국의 달 착륙선이 달 표면 위에서 관측한 외부은하 M101. 지상의 좋은 망원경으로 찍은 것에 비해서는 질이 많이 떨어지지만, 달 표면에서도 먼 우주를 관측하는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진=Lunar-based Ultraviolet Telescope

 

그저 막연하게 달이 인류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우주라고 생각했던 과거에는 달 위에 우주 호텔이나 우주 농장을 건설하는 식의 청사진을 그렸다. 당시까지 달은 궁극적으로 인류가 정착하고 평생 머물러야 하는 종착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달은 최종 종착역이 아닌,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중간에 들르는 첫 번째 간이역으로 여겨진다. 

 

이제 우리는 더 먼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그리고 더 오랜 태초의 순간을 관측하기 위해, 달에 호텔이 아닌 천문대를 짓게 될 것이다. 과거 달 뒷면에 무시무시한 우주 괴물이 숨어 살고 있지는 않을지 겁을 먹고 두려워하던 인류는 이제 바로 그 달의 뒷면에 거대한 전파 천문대를 지어 태초의 우주를 더 선명하게 관측하려는 멋진 계획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가까운 미래, 달은 지구 곁을 맴돌며 먼 우주를 관측하는 하나의 거대한 ‘자연 우주 망원경’이 될 것이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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