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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대형마트·백화점 횡포 잡는 대규모유통업법은 어떻게 적용될까

백화점·대형마트 등에 의한 거래 불공정행위 방지 취지…업황 침체되며 규제 과하다는 시각도 존재

2020.11.16(Mon) 16:07:25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유통산업을 규제하는 주요 법률로는 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대리점법 등 유통3법이 있다. 이들은 모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소관 법률로, 공정위 유통정책관의 하부 조직인 유통거래과·가맹거래과·대리점거래과가 집행을 담당한다.

 

그중 대규모유통업법은 백화점·홈쇼핑·온라인쇼핑몰과 같은 대규모유통업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된 법률이다. 과거에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조항, 대규모소매업 고시 등이 적용됐다. 그러나 규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대규모유통업법이 별도로 제정됐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백화점·홈쇼핑·온라인쇼핑몰과 같은 대규모유통업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힘내요 대한민국! 코리아 패션마켓’행사가 열리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규모유통업법이 밝힌 제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유통업자들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② 이 과정에서 대규모유통업자들이 막대한 자본과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중소규모 유통업자들을 시장에서 도태시키고, 자신들의 거래상대방인 납품업자나 매장임차인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관행화했다.

 

③ (이에 대규모유통업법을 제정하여) 대규모유통업자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유형별로 구체화해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납품업자나 매장임차인의 신고 및 권리구제가 용이하도록 함으로써 유통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거래질서와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법 위반행위의 성립 요건에서 부당성을 제외하거나 입증책임을 대규모유통업자로 전환함으로써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또 납품업자의 동의를 통해 면책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법률에 비해 규제가 더욱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

 

‘납품업자 등의 신고 및 권리구제가 용이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제정이유에서 보듯이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의 진정한 의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는 납품업자로부터 동의를 얻었다는 이유로 불공정행위를 무마했던 과거 관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의 진정한 의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납품업자는 백화점 등 대규모유통업자와의 거래를 강하게 희망한다. 그러나 대규모유통업자에 대한 납품 경쟁이 치열한 것이 유통업계 현실이다. 납품업자가 백화점과의 거래 기회를 상실할 경우 다른 백화점과 거래를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납품업자로서는 대규모유통업자의 요구에 거절의 의사를 쉽게 표시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설령 납품업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는 납품업자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게 아니라는 이유로 동의의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동의가 있었으므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으나, 그 동의의 효력이 부정되어 법 위반행위가 인정된 사례를 살펴본다.

 

우선 하도급법 사례이기는 하나, 수급사업자의 사실확인서가 공정위 조사 이후 작성됐다면 그 내용의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공정위 2014. 9. 15.자 의결 제2014-029호). 오히려 공정위 조사 이후 납품업자에게 사실확인서를 요구하는 점은 ‘을’의 손목을 비튼 행위로 간주해 제재의 가중사유로 고려될 수도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의 자발적인 요청이 있으면 납품업자 종업원을 사용하거나 판매촉진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실제로 유통 실무에서 정당화 사유로 자주 언급되는데, 그 자발성을 판단함에 있어 납품업자 요청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었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가령 적자 상태가 지속돼 추가 투자의 여력이 없는 경우, 종업원 인건비와 판매촉진비용 분담금이 해당 매장의 매출액보다 많은 경우는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종업원 파견·판매촉진행사 실시 등을 요청했다고 인정받기 어렵다.

 

또 대규모유통업자가 먼저 ‘참여 요청’, ‘참여 독려’, ‘참여 의사 질의 후 반대 없으면 진행’ 등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대규모유통업자가 판매촉진행사를 기획했고 협조 공문에 납품업체의 매장별 세부행사의 내용을 미리 정한 경우(서울고법 2017누62442) 등 암묵적으로 참여를 요구했다면, 납품업자가 판매촉진행사 참여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자발성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다.

 

최근 대형마트의 침체로 대규모유통업법이 제정될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그래서인지 언론 등을 통해 규제가 지나치다는 대규모유통업자의 항변을 쉽게 볼 수 있고,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일 것이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비즈한국 DB


계약서에 대규모유통업자를 배제하는 조항을 두는 것은 어떨까. 대법원 2016두55896 판결은 대규모유통업법보다 납품업자에게 더 불리한 내용의 계약조항을 삽입한 다음 이를 근거로 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대규모유통업법의 입법목적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치는 행위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규모유통업자가 단지 협조를 구하는 문구를 발송한 경우는 어떨까? 서울고법 2017누60071 판결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매출 알려주세요ㅋ’, ‘알려 주시면 아주 감사드립니다ㅋㅋㅋ’ 등과 같은 문자를 발송한 사안에서, 납품업자 입장에서 매출액 정보를 제공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납품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매출 정보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실무상 문제가 되는 사례로는 서로 다른 납품업자들이 개별적으로 공문을 발송하였음에도 공문의 형식이나 문구가 똑같은 경우가 있다. 이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불러준 대로 납품업자들이 받아 적은 것이므로, 납품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또는 동의라고 볼 수 없다.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대금에서 수수료를 공제한 사안에서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모두 수수료의 명목이나 공제의 근거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부분 대규모유통업자가 부당하게 대금을 감액한 사안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대금을 감액하였으므로 수수료 공제의 근거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안에서 납품업자가 공정위 조사 이후 ‘컨설팅 제공의 대가로 수수료가 공제됐고, 본인도 이에 동의했다’고 진술했다면, 이러한 진술은 대규모유통업자의 요구·회유에 의했을 뿐 납품업자의 진정한 의사는 아닐 것이다. 

 

최근 대형마트의 침체로 대규모유통업법이 제정될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그래서인지 언론 등을 통해 규제가 지나치다는 대규모유통업자의 항변을 쉽게 볼 수 있고,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잘 나가고 있을 때 민심을 너무 잃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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